손보업계 돌풍 일으킨 메리츠화재...장기인보험 수익 계속 늘어날까?
손보업계 돌풍 일으킨 메리츠화재...장기인보험 수익 계속 늘어날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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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연이어 실적을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이 하락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견 보험사들이 대형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회사마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거나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4334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60% 가깝게 증가한 기록이다. 영업이익도 2019년 대비 95.3%나 증가해 6103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9조1512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의 호실적에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증권사 출신인 김 부회장은 지난 2015년 1월 부임한 이후 구조조정 단행, 대규모 점포제 도입, GA와의 협업 등 파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는 GA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장기인보험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장기인보험은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제3보험으로 암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상품을 말한다. 손해보험사 상품군 중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장기인보험 판매 전략으로 FP(재무설계사)들의 판매 수당을 늘리고 시책(인센티브)을 올리는 이른바 '고수당 고시책' 전략을 채택했다. 장기인보험 계약 규모를 늘리면서, 동시에 FP들을 회사로 유인해 전속 조직을 키운다는 전략이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이러한 '고수당 고시책' 전략에 의해 많은 FP가 메리츠화재로 몰렸고, 지난해에는 전속 조직의 혜택도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박리다매식 전략의 단점은 사업비가 초반에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가 표준사업비 이상으로 집행한 사업비는 이듬해 비용으로 상각해야 한다. 고수당 고시책 전략 아래에서는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상각해야 할 사업비도 덩달아 커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러한 사업비 추가 상각을 감당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미래의 수익 창출을 위해 비용을 앞당겨 많이 지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장기인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2년간 수익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3년째부터는 보험료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산 규모를 계속 키울 수 있는 상품이라고 평가한다. 상각해야 하는 사업비보다 보험료 유입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전략 덕분에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규모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5회차 계약 유지율도 67.7%로 대형 2개사(삼성화재, 현대해상) 대비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격차가 추가로 좁혀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명보험사가 장기인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새해에도 여전히 긴장을 늦추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손보사들은 그동안 제3보험에 속하는 암, 치매, 어린이보험 등을 '장기인보험'으로 판매해왔다. 그런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보사들이 '기타보장성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제3보험 영역을 점차 넓히는 모양새다. 경제의 저성장 및 사회 고령화 흐름에 따라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 CI보험 등을 판매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는 높아진 장기보험 손해율을 보험료에 반영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에서 생보사가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랜 기간 동안 장기인보험 판매에 주력하며 꾸준히 체력을 길러온 메리츠화재가 새해에도 계속 보험료에 힘입어 자산 규모를 더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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