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수연 소장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선호한다”
[인터뷰] 이수연 소장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선호한다”
  • 안무늬
  • 승인 2014.07.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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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자금, 자녀 교육비, 물가 상승 등으로 여성의 맞벌이가 당연시되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 하는 가정은 늘어나도 워킹맘들의 노동 환경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일하는 여성들은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워져, 집 밖에서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더욱 지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당당한 슈퍼우먼이 되기 위해,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하기 위해, 또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그녀들에게는 남편의 육아 분담, 국가의 육아 정책들 역시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남편들과 직장 상사들은 워킹맘을 돕고 싶어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모른다. 이에 워킹맘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나선 한국워킹맘연구소의 이수연 소장(35)을 인터뷰했다.

◇ 한국의 워킹맘, 그 근무 여건은?

우선 세계적으로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고, 여성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외국의 워킹맘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할까?  이수연 소장은 “외국에 비하면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스웨덴의 경우, 오후 4시 이후에는 회의를 못하게 돼 있다. 북유럽의 경우 5시 이후 칼퇴근을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근무 시간이 길다”며 “야근도 많고 회식도 많기도 하다”고 한국 워킹맘의 근무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수연 소장은 두 아들의 엄마로, 첫 아들을 낳았을 때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전라도 광주의 친정에 아들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 역시 엄마와 커리어우먼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소장은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사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현재 국내에는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받고 있는 여성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  이 소장은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출산 휴가 3개월은 자리 잡혔지만, 중소기업은 2개월 만에 복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 인력 부족’이 문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한 사람이 빠져도 큰 문제가 없지만, 한 사람이 많은 일을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육아휴직의 타격이 크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1년이나 1년 반을 쉬다가 다시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 소장은 "워킹맘들의 경우, 일을 쉬다가 복직을 하는 데에 대한 불안감도 느낀다"면서 “일을 다시 시작하는 여성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곤 한다”고 말했다.

◇ 워킹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꿈과 자신감!

 



이 소장은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가 아이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돈은 줄어든다”며 “엄마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그만큼 경력은 쌓이고 급여는 올라가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모든 것은 여성의 꿈과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다. 이 소장은 “아이 엄마가 밖에서 일할 때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지만 꿈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난관을 뛰어넘는다”며 ‘꿈’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어 “꿈이 없는 사람들은 ‘밖에서 벌어봤자 남는 것도 없는데…’라며 집에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남편도 힘들다”고 말했다. 워킹맘의 직장 생활에 ‘꿈’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특히 “엄마들이 일을 하면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독립심을 키울 수도 있다”며 워킹맘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엄마의 노동 여부보다 엄마가 아이를 키울 때의 철학, 양육 태도 등이 중요하다는 이 소장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지 않더라도, 같이 있는 시간 동안만이라도 엄마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면, 나중에는 엄마를 더욱 이해하고 친밀감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워킹맘 스스로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워킹맘들은 대체로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없어 ‘나의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고민한다”며 “문제는 이 불안감을 아이도 느끼기 때문에 이왕이면 아이에게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원한다?

워킹맘, 전업맘 중에 어떤 엄마가 아이를 더욱 잘 키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이 소장은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엄마가 일을 하는지가 아니라 엄마와 어떤 교감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도, 남의 손에 아이를 맡겨도 엄마가 질적으로 충분한 애착을 주면 아이가 잘 자란다”면서 “반면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아이를 때리면 아이에게는 그 시간이 괴로운 시간이며, 아이는 잘 자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좋아할까, 자신과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엄마를 좋아할까?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초등학생부터는 대체로 일하는 엄마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전업맘과 워킹맘의 차이를 어린이들도 느끼기 때문이었다.

이 소장은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서로의 엄마를 보게 되는데, 전업맘과 워킹맘은 외모부터 다르다”며 “워킹맘은 아무래도 옷이나 몸매 등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일하는 엄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들을 사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소장은 “워킹맘들은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잔소리도 많이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쯤 되면, 엄마에게 ‘엄마는 일 안 해?’라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 워킹맘이 일·가정 양립하도록 국가 정책은?

 



그렇다면 워킹맘들이 일·가정 양립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도와줘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직장 문화 개선’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선 “우리나라 워킹맘을 위한 제도들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정부에서는 제도를 만들 때, 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기업에서 따로 제도를 운영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에서는 제도만 만들어놓고 ‘지키려면 지켜라’라는 식이니, 기업에서는 이 같은 워킹맘을 위한 제도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워킹맘 지원 제도들이 잘 지켜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소장은 우선 “제도를 손보기보다는 있는 제도를 잘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부에서는 회사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고, 세제 혜택이나 대체 인력 풀가동 등의 지원으로 회사의 손실을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시간 연장제 보육을 실시하기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들을 일찍 퇴근시켜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탄력근무제가 활성화되고, 직장 문화가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이수연 소장은?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현)화성시보육정책위원회 위원(현)경기도북부 여성비전센터 운영위원(전)
MBC KBS SBS EBS 방송 및 신문 잡지 등에 국내 대표 워킹맘 & 대디 전문가로 활동
여성가족부 ‘위민넷’ 등 칼럼리스트 활동저서 : 세일즈의 神(공저), 똑똑한 여자보다 매너 좋은 여자,  일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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