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정인아, 미안하다” 성명서
김병욱 의원 “정인아, 미안하다” 성명서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1.01.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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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포항시남구울릉군)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시 남구울릉군)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폭력과 학대로 세상을 떠난 16개월 된 정인이의 죽음에 대해 경찰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해당 지자체은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김병욱 의원은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많은 젊은 엄마와 아빠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정인이 사망의 공범과도 같은 경찰은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하며,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하늘이 정인이를 살릴 세 번의 기회를 줬는데, 경찰의 소극적 대처와 직무유기로 정인이가 결국 하늘로 간 것 아니고 무엇인가"라면서 "경찰은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고 담당 경찰들은 주의나 경고로 하나마나 한 처분만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보건복지부도 더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남의 일인 양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을 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병욱 의원의 성명서 전문이다.

어젯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정인이는 왜 죽었나?’ 방송을 본 많은 국민 특히 젊은 엄마와 아빠들이 슬픔과 분노 그리고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로 밤을 보냈습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방송을 보며 ‘무섭고 떨려서 끝까지 방송을 보기 어렵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는 말들을 SNS에 남기며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작년 10월 13일 응급실에서 정인이를 맞은 의사는 어제 방송에서 ‘정인이의 죽음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아동학대’라고 했습니다.

정인이의 양부모는 입양을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여겼고, 정인이는 그저 그들의 삶을 빛내주는 장신구였던 것입니다. 입양을 그들의 가슴에 단 ‘셀프 훈장’ 쯤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입양을 했던 간에, 자신들이 키우기 벅차면 파양을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죄없는 아이를 감금하고, 학대하고, 차마 입에 담기 두려울 정도로 잔인하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온몸에 검게 멍이 들었고, 아이의 어깨, 갈비, 팔의 뼈는 수차례 부러지고 다시 붙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죽은 정인이의 몸은 사람의 몸이 아니었습니다. 장기가 다 파열돼 배 안이 피로 가득했으며, 특히 아이의 췌장까지 찢어졌다는데 어지간한 충격으로는 이 췌장이 이렇게 손상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성인도 이 정도 고통이라면 도저히 참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인이는 사망 하루 전 어린이집에서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이 멍하게 교사들 품에만 안겨 있었고 걷지도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에 따르면 그날 16개월짜리 정인이는 삶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날 오후 아이를 꼭 병원에 데려가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을 양부는 무시했고, 정인이가 사망한 다음날 아침 양모는 구급차도 아니고 택시를 불러 느긋하게 아이를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그 순간 양모는 양부에게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방송에 출연한 응급실 의사는 ‘누가 봐도 아동학대가 분명한데 크게 소리내 울며 슬퍼하는 양모가 악마 같았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어젯밤 우리는 악마를 보았습니다. 사망 하루 전날이라도 양부가 정인이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사망 당일 아침 일찍이라도 양모가 정인이를 택시가 아닌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정인이는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정인이가 사망한 그날까지 10개월 동안 자신들이 이 죄없는 생명에게 저지른 죄를 조금이라도 뉘우치고 있었다면 당연히 그랬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16개월 정인이에게 이 세상은 지옥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정인이를 죽인 것은 저 양부모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집, 소아과 의사 그리고 양부모의 지인이 세 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런데도 양천경찰서 담당자들은 매번 양부모를 무혐의로 처분했습니다.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마다 양부모는 정인이를 더욱 가혹하게 대했을 것입니다.

결국, 하늘이 정인이를 살릴 세 번의 기회를 줬는데, 경찰의 소극적 대처 아니 직무유기로 정인이가 결국 하늘로 간 것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런데도 경찰은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담당 경찰들은 주의나 경고로 하나 마나 한 처분만 받았습니다.

국가가 당연히 살려야 하고,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못 지켰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우리 정인이를 하늘로 보낸 부역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공무원 늘리면서 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제대로 확충하지 않습니까? 지역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처리 업무를 위탁해 놓고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는데도 살리지 못한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국민 앞에, 하늘로 간 정인이의 영혼 앞에 사과해야 합니다.

특히 정인이 사망의 공범과도 같은 경찰은 책임을 통감하고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하며, 경찰청장은 사퇴해야 할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도 더이상 아동학대 사건이 남의 일인 양 방치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업무를 직접 맡아 책임을 지는 행정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정인이 이전에도 수많은 정인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의 무관심과 국가의 무책임으로 계속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이 총 134명입니다. 2019년 한 해만 42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리 정인이를 포함해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귀한 생명을 잃었을까요?

이 사건으로 입양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더 확산될까 우려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 그 자체가 문제인 사건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아동학대는 범죄입니다. 훈육을 위한 폭력도 범죄입니다. 꽃으로도 아이들은 때리지 말아 주십시오.

하늘로 간 16개월 정인이의 짧은 삶이 헛되지 않도록, 또 다른 정인이가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 어른들이, 국가가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정인아, 미안하다!

2021년 1월 3일

국회의원 김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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