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일하는 여성의 모성 기능 보호를 위한 법률
[사람과 법률] 일하는 여성의 모성 기능 보호를 위한 법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1.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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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2020년 11월 기준, 여성의 고용률은 51.1%로 2015년 이후 지속해서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5세 이상 여성 인구 중 절반이 취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여성의 안전보건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32조 제4항은 여성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하고 있다. 이는 여성이 임신, 출산 등 모성 기능을 갖기 때문으로 모성 기능의 보호를 여성 개인의 과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로 본다는 개념이다.

모성보호 관련 법이라 하면 크게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의 3법을 얘기한다. 이들 법에서는 출산전후 휴가제도와 유산·사산 휴가제도,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난임치료 휴가제도도 도입됐다.

이러한 제도들의 중심은 일터 밖으로의 근무시간 단축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터 안에서의 근무환경 개선, 안전보건 조치 등을 통한 적극적, 구체적인 모성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장시간 근로와 유산 문제

‘근로기준법’은 임신한 여성에 대해서는 시간외 근로와 야간·휴일 근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원칙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초로 유산을 산재로 인정한 2014년 ‘제주 의료원 간호사 집단 유산’ 사건에서는 유산의 원인 중 하나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지목했다(서울행정법원 2014구단50654).

해당 판결문에서는 “임신이 심장 및 순환기계에 상당한 생리적 변화를 유발하여 임신한 여성이 일반인에 비해 과로와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위와 같은 업무환경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건강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 유산도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음을 판시했다.

최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2019년에 2건의 유산을 업무상 재해로 승인했고 한다.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산의 산재 인정 물꼬를 튼 만큼 신청 건수와 승인율 역시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생식독성물질과 불임 문제

임신, 출산과 관련한 근무환경의 또 다른 문제는 생식독성물질 노출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생식독성물질’을 생식기능, 생식능력, 태아의 발생·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18]).

그러나 대부분 근로자는 무엇이 생식독성물질인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어떻게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근무환경에서 노출되는 생식독성물질과 불임의 관계가 처음 인정된 것은 2017년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불임 진단을 받은 여성 근로자의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

공단은 해당 근로자가 “15년간 반도체 오퍼레이터로 교대근무를 수행하면서 소량이지만 에틸렌글리콜 등 유기화합물 등에 노출됐다”는 점을 하나의 인과관계로 인정했다.

이 사례는 여성의 불임을 업무상 재해로 최초로 인정하고, 생식독성물질을 업무상 질병의 유발인자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재해 발생 이전에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감독 등 예방에 관한 법률과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태아·출산아의 건강손상 문제

앞서 언급한 ‘제주 의료원 간호사 집단 유산’ 사건에서는 해당 의료원에서 같은 해에 임신한 15명 중 5명이 유산을 하고, 4명은 출산했으나 자녀들이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이에 태아·출산아의 건강 손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2년 산재 신청을 했고, 2020년에 와서야 대법원 산재로 인정됐다(대법원 2016두41071 판결, 2020.04.29. 선고).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으로 취급되며,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모와 함께 근로 현장에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업무에 기인한 사정으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와 한 몸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면 그로써 이미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가 있었다고 평가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까지 업무상 재해였던 것이 이제는 업무상 재해가 아닌 것으로 변모한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에 관하여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일터 안에서의 모성보호

지금껏 불임, 유산, 2세의 선천성 질환 등은 여성 근로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왔다. 모성 기능과 관련해 산재가 인정된 경우는 위에서 소개한 유산 6건(2014년 4건, 2019년 2건), 불임 1건(2017년), 그리고 올해 대법원에서 인정한 제주의료원 2세 산재 사건이 전부이다.

근로자들이 피해가 있어도 업무 관련성을 인식하지 못해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을 하려고 해도 현행법상으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2세 산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근로자 본인이 아니므로 산재 신청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재 국회에는 2세 산재 등 모성보호를 입법화하는 ‘산재보험보상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모쪼록 이를 시작으로 관련 법 및 제도들이 정비되어 피해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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