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베이비타임즈 여성·아동 TOP10 뉴스
2020 베이비타임즈 여성·아동 TOP10 뉴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12.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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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관통한 코로나
팬데믹 공포 속에 마주한 미래 교육
그러나 여전히 갈길 먼 여성과 아동 문제들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다.

중국 우한에서 날아든 정체 모를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2020년의 지구를 삼켜버렸고 팬데믹과 락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자가격리 등 낯선 단어들이 우리 생활을 지배했다. 어두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알지 못한 채 인류는 최근에서야 백신이라는 첫 반격의 무기를 마련한 상태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여러 의미를 함축한 ‘다이내믹 코리아’였다.

확진자가 몇 명 나왔는지 가슴 졸이며 매일 정부 발표를 기다렸고, 치솟는 집값과 기록적인 54일 장마는 코로나블루만큼 우울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차분하게 방역 수칙을 지켰지만 일부 종교단체와 광화문 집회는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허탈감을 주기도 했다.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는 아이 [사진=최주연 기자] 

빛과 그늘은 늘 동시에 존재한다. 코로나 확산 초기 마스크 대란도 있었지만 전세계 모범이 된 K-방역의 위상은 마스크와 진단시약의 세계 수출로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의 그늘은 깊어졌지만 반면 집콕과 비대면 특수를 톡톡히 누린 기업들도 대거 등장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삼성 이건희 회장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세상을 작별했고, 4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180석 슈퍼 여당이 탄생했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직도 갈등 중이다.

또한 민주 선진국의 선거가 맞나 의심케 한 미국 대선은 트럼프의 패배로 끝났고, 가뜩이나 우울한 세상에 조두순의 출소 장면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대선 패배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하던 순간 TV 생중계를 보다 외친 ‘와’하는 흥분은 아직도 또렷하다. BTS가 빌보드 핫100 1위를 한 Dynamite 같은 순간 또한 국민에게 위로였음이 분명하다. 재난지원금도 가뭄에 단비처럼 얇아진 지갑을 채워줬고, 동학개미들의 스마트한 투자 소식도 대리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BTS
BTS ' Dynamite' 뮤직비디오 중에서

이제 가장 중요했던 ‘2020 여성과 아동들의 소식’을 돌아볼 차례다.

재난은 늘 취약층에게 가장 큰 고통을 남긴다. 돌봄사각지대의 아이들은 집에 방치된 채 학대를 당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등 코로나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천 라면형제 사건과 캐리어에서 숨진 9살 아이,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살해 등 인륜을 저버린 아동학대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큰 아픔과 분노를 가져다주었다. n번방 사건의 희생양도 어린 아동청소년들이다.

이렇듯 팍팍해진 세상 때문일까.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 선두권에 오른 우리나라는 올해 연간으로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가 세상을 휘몰아쳤던 2020년, 여성과 아동 문제를 관통한 톱10 뉴스를 돌아본다.

비대면 원격교육 화면 (사진 = 경기도교육청 제공)

1. 코로나19와 원격수업

학교의 미래가 서둘러 다가온 한 해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교육계는 5주간의 신학기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의 도입, 70년 교육 역사 최초의 온라인 개학 등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2주 연기돼 12월 3일 치러졌으며 입시일정 또한 모두 조정됐다.

학생들은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수업을 들었으며 교사들도 새로운 형태의 강의 준비로 분주했고 학원을 대신할 각종 홈스쿨링 서비스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급작스레 도입된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시행 초기 혼란과 부작용 등이 나타났지만 교육과 ICT기술이 접목된 에듀테크가 새로운 교육산업 트렌드로 떠올랐다. 2025년 에듀테크 세계 시장 예상 규모는 3420억 달러로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격수업은 입시 위주의 일방적인 전달방식이 문제시되었던 학교 수업을 신교육 기법을 통한 혁신의 기회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교육’하는 시대에서 ‘학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학교의 부재는 돌봄공백이라는 문제점도 안게 됐다. 정부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초등학교 휴업기간 중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돌봄 인력 부족으로, 급격히 늘어난 돌봄교실 이용자 수를 따라가지 못했다. 과중한 업무에 치인 돌봄전담사와 교사들의 소통 부족은 갈등으로 치달아 최근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2. 저출산 가속, 첫 인구 자연감소

출생아 수가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2만1934명으로, 1년 전보다 14.4% 줄어들었고 통계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 또한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으로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결혼 건수가 줄어들고 혼인 연령층 인구 또한 감소해 이에 따른 출산율 감소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 아동학대와 라면형제

코로나19로 돌봄공백이 생기면서 아동학대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한 해였다. 끼니를 잇기 위해 라면을 끓이다 화마에 휩싸인 인천의 라면 형제, 9살 딸을 쇠사슬에 묶고 달군 쇠젓가락으로 화상을 입힌 친모와 의붓아버지, 9살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감금해 죽게 만든 부모,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 쓰레기더미에 방치된 채 생활한 남매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된 2개월 된 남자아이 등 차마 상상하기도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돌봄’을 받는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도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가 이어졌다. 아이가 토할 때까지 물을 먹이고 방치한 교사, 토한 음식을 먹이고 목을 조른 어린이집,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유명 프랜차이즈 영어유치원 교사 등은 부모와 아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난 16일 정부는 아동학대 신고법을 강화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학대가 강하게 의심될 경우 아동을 즉시 분리해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 보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4. n번방의 충격

올해 가장 충격적인 사회 이슈였던 n번방 사건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미성년자들을 포함한 여성들의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디지털 성범죄다. 피해 여성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가혹한 영상을 찍게 만든 가해자들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영상을 공유한 동조자들에 대해 사회는 분노했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구속됐지만 아직도 아동과 여성의 성을 담보로 한 검은 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최주연 기자)

5. 스쿨존 교통안전강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도로에 무인단속장비, 횡단보도 신호기 등을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안전 의무를 위반한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이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또한 8월부터는 학교 주변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도 일반도로의 2배인 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민식이법 시행 이후 서울시 스쿨존 주변의 택시 통행속도가 2018년 시속 34.3㎞에서 지난 6월에는 시속 32㎞로 2년만에 6.7% 줄었다.

6. 징계권 삭제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개정안이 10월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징계권은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동의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자녀의 체벌에 합법의 빌미를 줘왔다. 이번 법률개정으로 지금껏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던 ‘부모 체벌’ 관습에 경각심을 일으켜 사회 전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8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구하라법 통과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 현장.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지난 8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구하라법 통과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 현장.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7. 구하라법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의 재산분할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결과는 6대4. 자식을 버리고 떠난 친모가 유산의 40%를 받게 된 것이다. 친모는 구하라가 9살 때 집을 떠나 20년 가까이 교류가 없었지만 구하라의 사망 이후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했다. 이에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 씨는 부모나 자식에 대한 부양 의무를 현저하게 게을리한 자는 친족이라도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하는 '구하라 법'의 입법을 촉구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8. 출생통보제

11월 여수의 가정집 냉장고에서 생후 2개월 남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엄마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분만에 관여한 의사나 조산사 등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누락 없이 국가에 통보하는 제도로 부모의 신고에만 의존했던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5월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돼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이 발표됐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출생통보제 도입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양육비-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가 아동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양육비 지급을 국가가 해결해달라는 프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최주연 기자]
지난 6월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사진 왼쪽)가 아동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양육비 지급을 국가가 해결해달라는 프래카드를 들고 서울서부지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최주연 기자]

9. 양육비

양육비를 주지 않은 배드파더스에 대한 법적제재가 강화되었다.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명단공개와 출국금지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법률개정안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했지만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의 78.8%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양육비이행관리원 신청사건 중 양육비이행률도 37.5%에 불과했다. 이번 법개정으로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10. 남성육아휴직

남성들의 육아 휴직 참여율이 10년 동안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체 육아 휴직자 중 남성이 24.6%인 1만4857명이었다. 육아 휴직자 4명 중 한 명이 남성인 셈이다. 특히 남성들이 육아 휴직에 참여한 후 부부의 가사 분담 갈등과 육아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남성 육아 휴직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 주요국가들은 출산율까지 높아져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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