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슬기로운 임신생활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슬기로운 임신생활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2.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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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임신을 해서 출산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탄생케 하는 고귀한 일이기에 임신 중에는 해야 할 일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옛 어르신들께서는 “손끝에 가시가 하나 박혀도 몸이 사려지는데 하물며 뱃속에 그 큰 기운을 넣고서 어떻게 조심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을 하고 나면 지켜야하는 일곱 가지 덕목이라고 해서 칠태도(七胎道)를 지켜왔습니다.

칠태도는 우리나라 남도 지방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중류층 이하의 가정에서는 삼태도(三胎道)까지 지켰고, 상류층 집안에서는 칠태도를 모두 지켰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일부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예전의 생활환경을 감안해보면 그럴만하다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도에서는 임신 중에 해서는 안 될 다섯 가지 금기사항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임신 중, 특히 해산달에는 머리를 감지 말 것 ▲높은 마루나 바위, 또는 제기 위에 올라가지 말 것 ▲술을 마시지 말 것 ▲무거운 짐을 지고 험한 산길이나 위태로운 냇물을 건너지 말 것 ▲밥을 먹을 때 색다른 맛을 금할 것 등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이런 금기사항들은 임신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임신부들이 꼭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도는 말을 많이 하거나, 웃거나, 놀라거나, 겁먹거나, 곡하거나, 울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런 항목들은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엄마는 물론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도는 태아를 해치는 살기(殺氣)가 서려 있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네 번째 도는 임신을 하고 나면 조용히 앉아 아름다운 말을 듣고 성현의 좋은 문구를 외우며, 시를 읽거나 쓰고, 품위 있는 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태교를 잘하라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도는 옆으로 눕지 말고, 기대지 말고, 한쪽 발로 갸우뚱하게 서 있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섯 번째 도는 임신 3개월부터는 아이의 성품이 형성되므로 기품 있고 귀한 물건을 곁에 두고 감상하라고 했습니다. 또한 풍입송(風入松)이라고 해서 소나무에 드는 바람소리를 들으라고 했습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태아의 시각, 청각, 후각의 발달을 고려한 오감 자극 태교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도는 임신 중 금욕하라고 했습니다. 특히 아이를 낳는 달에 부부관계를 할 경우 아이가 병이 들거나 일찍 죽는다고 하여 금기했습니다. 이 부분은 조산을 우려해 조심을 시켰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임신 중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배 쪽을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답답할 정도로 몸을 덥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항상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임신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또 잠을 일찍 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매일 밤 7시간 내지 9시간 정도 잠을 자는 것이 좋고 잠을 잘 때에는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태아에게 혈류도 많이 가게 되고 몸이 붓는 것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게는 다리 사이에 놓고 잠을 자야 편합니다.

태아가 자람에 따라 앉고 서는 것이 불편해지는데, 그래도 너무 누워만 있지 말고 조금씩 움직여 주는 것이 근육의 긴장도 풀어지게 하고 다리가 붓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신을 하게 되면 잘 먹어야 하지만 금기해야할 음식도 있습니다. 물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금기 식품에는 잘못된 것도 있습니다.

먼저 임신 중에는 비늘이 없는 생선을 먹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홍어나 문어, 낙지, 오징어와 같은 것을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임신을 하게 되면 칼슘의 섭취를 충분히 해야 되는데 일부 뼈가 없는 생선을 많이 먹게 되면 칼슘이 부족해질까 봐 그런 것 같습니다.

아울러 굴과 같은 조개류나 너무 크고 나이가 많은 생선은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을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해산물을 먹을 때는 날것을 그대로 먹지 말고 반드시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임신 중에는 매운 음식이나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먹으면 열이 나게 하는 음식도 피하고, 과식도 피해야 합니다. 그 대신 담백한 음식을 위주로 가볍게 식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태아가 불안정하므로 계피나 후추 같은 방향성이 강한 향신료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술, 담배는 물론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영양제 중에는 비타민 A를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임신 중에는 한약을 복용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러나 임신 중에 쓰이는 처방 약재의 종류는 대개 2∼30가지로, 대부분 식품으로 먹는 생강이나 마늘보다도 순한 약성을 갖고 있어서 임신 중에 먹더라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임신 중에 태아나 임신부를 튼튼하게 하고 임신으로 발생된 질환을 치료하는 처방들도 있습니다.

물론 임신 중에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임신 금기약’들이 100종 이상이 있고, 먹어도 되지만 가능하면 삼가야 하는 약들도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 말은 임신 중에 먹어도 괜찮은 약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우황청심환은 우황이나 사향 등 임신 금기약이 들어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열이 많은 임신부의 경우라면 인삼, 녹용의 경우도 열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오래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임신 중에는 무조건 한약을 금해야 한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임신 중에 태아나 임신부의 건강을 위해 한약을 드실 때에는 반드시 한의사의 진찰을 받으시고 처방을 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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