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코로나바이러스와 개인정보 보호
[사람과 법률] 코로나바이러스와 개인정보 보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2.0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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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최근 텔레그램에서 ‘코로나19 출입명단’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팔리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파일에는 이름, 전화번호, 사는 곳뿐만 아니라 체온도 적혀 있으며, 이 파일에 기록된 개인정보는 1만 건이 넘는다.

판매업자들은 QR코드로 인증된 출입 기록을 해킹해서 이 개인정보 명단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QR코드로는 누가, 어디를, 몇 시에 다녀갔는지만 기록하고, 사는 곳이나 체온 등은 수집하지 않으므로 해당 개인정보가 QR코드로부터 해킹되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 수집된 개인정보의 관리가 미흡하여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벌써 여러 차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던 터이므로 앞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다중이용시설의 출입명부 관리 실태에 대해 일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에 따라 정부는 지난 8월 30일부터 방역을 위하여 동네 카페나 음식점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서 방문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출입기록을 작성하도록 했다.

방문자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전자출입명부 작성, 즉 QR코드 인증을 하거나 수기출입명부를 작성하면 되는데, 이렇게 작성된 출입기록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그동안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수기명부 작성 방식이었다. QR코드 인증 방식의 경우 방문자에 대한 정보를 암호화하여 나눠서 보관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 당국만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낮으며, 수집된 개인정보는 4주 후 폐기되므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킹에 따른 유출 우려도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은 QR코드 방식을 적용할 여력이 없어 일종의 ‘방명록’을 준비하고 방문객이 본인의 전화번호 등을 수기로 작성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수기명부 작성 방식의 경우 암호화되는 QR코드 인증 방식과 달리 개인정보를 직접 종이에 쓰다 보니 방문자의 정보가 업주나 직원, 다른 이용객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업주가 4주 보관 후 폐기하라는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출입명부 관리 부실로 인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실제 해당 개인정보가 QR 코드로부터 해킹된 것인지, 또 개인정보 자체가 맞는지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경찰의 수사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겠으나, 이번 기회에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하여 시행되고 있는 다른 여러 제도들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없는지, 미흡하거나 간과한 부분은 없었는지 전체적으로 한 번 더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간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하여 개인정보 보호라는 관점에서 대표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는 이번 사건과 같이 다중이용시설 출입명부의 관리부실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외에도 확진자 개인정보와 이동경로의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 휴대폰 기지국 접속정보 등 방역당국이 확진자와 접촉자의 특정 과정에서 수집한 개인정보가 적절히 관리된 후 적시에 폐기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이 있었다.

확진자의 개인정보 조회와 이동경로 공개는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2015년 7월 6일자로 개정된 전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는 병원의 환자 치료 거부, 혼란 발생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병원명과 확진자의 동선을 비공개하는 방침을 유지했고,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정부 비공개 방침이 메르스 사태 악화를 일부 초래했다는 비판에 법 개정이 이뤄져,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염법예방법 제34조의 2가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보건당국이 이 법에 따라 동선 공개를 하는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처음인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확진자의 성(예를 들면 김○○ 등)과 나이, 거주지역(동까지)은 물론 이동경로와 이동목적, 동행(예를 들면 애인, 혹은 엄마 등)까지 공개하여 확진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진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 및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자 해당 조항은 현재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됐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 2020. 9. 29] [법률 제17491호, 2020. 9. 29, 일부개정]

제34조의2(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 ①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성별, 나이, 그 밖에 감염병 예방과 관계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는 제외하여야 한다.

②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항에 따라 공개한 정보가 그 공개목적의 달성 등으로 공개될 필요가 없어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공개된 정보를 삭제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 및 이동수단, 시간대별 동선은 역학조사 결과 접촉자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경우에만 공개가 가능하고(신원 미상의 접촉자는 방역당국의 신속한 연락을 받을 수 없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시킬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정보를 특정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확진자의 동선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되거나 접촉자가 없을 경우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특히 성별, 연령, 국적, 거주지 및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정보가 공개된 경우에도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부터 14일 경과 시 모두 삭제해야 한다.

한편, 확진자와 접촉자 특정 과정에서 방역당국이 수집하는 많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폐기하는지도 문제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 조사관은 우선 확진자의 진술을 듣고, 확진자가 다 말해주지 않은 부분을 채우거나 혹은 검증 차원에서 GPS 경로, CCTV 화면, 카드내역 등을 통해 증상 발생 전의 동선을 재구성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과기정통부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함께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정식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역학조사 절차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과 경찰 시스템을 연계해 기존에 몇 시간씩 걸리던 동선 파악 작업을 10분으로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감염병 확산차단 및 방역에 있어서 크게 효과적인 조치임은 분명하지만 반대쪽에서 보자면 가히 어마어마한 감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더 문제인 것은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폐기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코로나19와 관련한 인권 문제에 대한 보고회에서 한 발제자는 “정부는 코로나 종식시점이 되면 수집한 개인정보를 폐기한다고 했지만 종식시점을 어떻게 판단할 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수집된 개인정보 역시 아직 폐기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만약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더욱 장기화되고 몇 년씩 이어진다면,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보관되고 언제서야 폐기될지 우려스러운 일이다.

‘신종 감염병’이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개인의 정보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할까. 코로나 시국이 만 1년을 맞은 오늘날,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할 숙제이다. 

 

<박성민 변호사 프로필>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박사 수료
-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 現 국방부 지뢰피해자 및 유족 여부 심사 실무위원회 위원
- 現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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