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 홍영윤·송민경 대표 “수입 제품보다 빛나는 우리 드레스의 가치”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 홍영윤·송민경 대표 “수입 제품보다 빛나는 우리 드레스의 가치”
  • 정경미 기자
  • 승인 2020.11.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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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산업 여전히 한겨울언택트 시대 웨딩 문화도 변화 필요
스몰웨딩부터 온라인웨딩까지 달라지는 트렌드
웨딩사업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일”

[베이비타임즈=정경미 기자] 급격히 떨어진 기온에 옷깃을 여미는 때가 오면,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남은 날짜를 세게 됩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강력한 한 단어에 모든 삶이 잠식당한 느낌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많은 기업이 강풍을 맞았지만, 그 중 웨딩산업을 빠트릴 수 없지요. 청담에 있는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를 찾았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이 드레스를 손질하고 있었는데요. ‘힘들다’며 포기하는 대신 ‘어떻게든 방법은 있다’며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수입 드레스가 판을 치던 시장에서 우리나라 드레스가 각광받기를 바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는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크라우디아 웨딩컴퍼니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송민경 대표 (사진 가운데)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송민경 대표 (사진 가운데)

Q. 안녕하세요. 이런 질문 먼저 드리게 되네요. 요즘 어떠세요?

솔직히 어렵습니다(웃음). 창업 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봄 웨딩시즌만 버텨보자 했는데 벌써 겨울이네요. 코로나로 작년 대비 매출이 20~30%로 떨어졌고, 취소나 연기 건수도 많은 상태입니다. 수익 정산이 늦어지니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스스로 의기소침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아직은 버티자는 마음으로 직원 수를 줄이지 않고 있지만, 직원들 스스로 느끼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은 제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분이라 안타깝습니다.

Q.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웨딩업계에서 일하다 자연스럽게 웨딩드레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드레스샵을 오픈했어요. 다른 드레스샵과의 차이라고 한다면, 서울이 아닌 인천에서 시작한 것이죠. 당시 지방은 드레스의 퀼리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의 메인 드레스 정도 퀼리티로 지역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몇 년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2015년에 드레스샵들의 메카인 강남 지역에 ‘클라우디아 컴퍼니’를 창업하게 되었고, 2019년 청담동에 있는 현재의 ‘클라우디아 하우스’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자체 제작 드레스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 모습
자체 제작 드레스를 만들고 있는 직원들 모습

Q.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 문화도 바뀌었나요?

2~3년 전부터 공장에서 찍어내듯 30분 만에 뚝딱 치러지는 결혼식 대신 적은 수의 사람들과 의미있는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하는 예비부부가 조금씩 늘고 있었는데, 이제는 스몰웨딩이 전반적인 웨딩문화로 정착할 거라 예상됩니다. 자의반 타의반 하객 규모를 대폭 줄인 ‘소규모 웨딩’이거나 장기적으로는 식(ceremony) 자체를 하지 않거나 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온라인 결혼식’을 하는 등 결혼식 문화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Q. 결혼식 형태가 바뀌면 드레스의 변화도 불가피하죠?

다른 산업에 비해 웨딩은 특히 트렌드 주기가 짧은 편이에요. 2년 정도면 이미 지난 트렌드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요. 팬데믹 상황에서는 더더구나 웨딩트렌드가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보통 드레스는 장소나 계절의 영향을 받아요. 대규모 식장이나 천고가 높은 대형 호텔 결혼식의 경우 트레인이 아주 길고 풍성한 벨라인 드레스 선호도가 높은 편인데요. 소규모 프라이빗 결혼식, 스몰웨딩의 영향으로 드레스 길이가 짧아지고 슬림해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의 자체 제작 드레스 

 

Q. 수입드레스는 어떤가요?

저희 샵도 미국 패션위크에 가서 보고 드레스를 수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 화보 영향으로 수입 드레스를 찾는 고객님들도 많았는데 사실 수입 드레스가 국내로 들어오는데 최소 3~4개월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어요. 들어오면 시기적으로 맞지 않기도 하고, 가장 큰 문제는 신부님들 체형이 외국인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드레스를 소화할 수 있는 신부님이 제한적이고, 다시 고쳐서 가봉할 경우 원래의 느낌이 살지 않거나 비용이 올라가는 등 여러 문제가 많았는데, 최근 코로나로 수입이 막히게 된 것이죠.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샵은 드레스 연구소와 제작실을 갖추고 있어서 올해 국내 제작을 늘리게 되었습니다. 수입이 막혔을 때 제작에 몰두하다 보니, 호주에서 바이어가 와서 퀄리티가 좋다며 역으로 우리나라 드레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레이스나 드레스 완성도는 국내 제작 드레스가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는 글로벌 웨딩드레스 수출의 발판을 마련하고 우리나라의 드레스를 해외에 알리는 것에 집중해볼 생각입니다. 한류 바람과 케이팝 붐에 이어 우리나라 드레스도 각광받기를 바랍니다.

Q. ‘웨딩드레스’란 OO이다.

웨딩드레스는 “페르소나”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결혼이란 일생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잖아요. 웨딩드레스를 입는다는 행위는 결혼 이전의 “나”와 결혼 후의 “나”를 연결시키는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평소의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모습 외에 웨딩드레스로 나를 치장한다는 것도 나의 또 다른 자아를 보여 줄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늘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는 나를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그런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Q. 일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지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이라 저희도 식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순간이죠. 한 번은 결혼식 입장 전에 신부님께서 너무 긴장을 하셨는지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드레스 아래쪽이 찢어진 적이 있었는데, 드레스는 찢어진 부위 아래로 그냥 오려내 버리고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요.

얼마 전에는 다리가 불편한 신부님이 오셨는데 휠체어가 아니라 목발을 짚고 식장에 입장하고 싶어 하셨어요. 드레스가 길면 밟히고, 짧으면 의족이 보이는 상황이라 여러 번 수정을 거쳤고 완성된 드레스로 결혼식을 하게 된 날을 잊지 못합니다.

드레스를 입고 서 있으면 부모의 마음이 되나 봅니다. 단순히 드레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신부님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Q.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저출산의 문제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돈’ 때문이잖아요. 혼수나 주택 구입뿐만 아니라 결혼식 준비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인지라 거품을 빼고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통해 가치 있는 결혼 문화를 정착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클라우디아 웨딩컴퍼니를 이끄는 홍영윤·송민경 대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다”라고 말합니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멈추고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연한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희망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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