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진흥원장, 전문성 부족 ‘낙하산 인사’ 논란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전문성 부족 ‘낙하산 인사’ 논란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0.11.1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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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노조 “국정원 출신 원장 임명은 독립성 침해” 강력 반발
업계 “정보보호·ICT 민간전문가 임명해야, 낙하산 인사 안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경.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경.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김석환 원장의 임기가 12일로 종료된 가운데 뒤늦은 신임 원장 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낙하산’ 인사를 하기 위해 임명을 미루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후보가 최종 5명의 추천 명단에 들어간 것은 정치권의 입김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KISA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임 원장 후보로 추천한 5명의 후보 가운데 모 후보에 대해서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3일 과기정통부와 KISA 노동조합,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KISA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추천된 KISA 제6대 원장 후보 5명에 대해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제5대 김석환 원장의 임기는 지난 12일 끝났으나 신임 원장 인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차기 원장 후보로 과기정통부 출신인 강성주 전 우정사업본부장, 보안업체 제이컴정보 대표를 역임한 문재웅 광운대 교수, 국가정보원 근무 경력의 서상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비서관, 언론계 출신으로 정치학 박사인 이원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책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한 조현숙 전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 등이 과기정통부에 추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KISA 원장이 초대부터 5대까지 대통령 캠프·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것처럼 이번에도 ‘정치권 낙하산’, ‘제 식구 밥상 차리기’, ‘회전문 인사’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원장이 ‘낙점’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온다.

KISA 노동조합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국가정보원 출신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지만 민간 사이버보안 분야의 업무 독립성 침해를 우려해 임명에 반대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장재영 노조위원장은 “3년 임기가 보장된 인터넷진흥원 원장이 제때 임명되지 않으면서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하려고 지연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특히 “인터넷진흥원은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다루는 곳으로 원장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서 “사업 역량과 기관 위상 정립을 위해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신임 원장으로 인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2017년 7월 나주혁신도시로 진흥원이 이전한 이후 고유 업무와 관련 없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지난 2년간 경영평가 부문에서 연속 D급을 받았다”며 비전문가 코드인사의 폐해를 비판했다.

KISA 임추위 추천 5명의 후보에 들어간 강성주 후보는 행정고시 30회 출신으로 안동우체국장을 거쳐 2009년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을 지냈다.

강 후보는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부처를 옮긴 뒤 2017년 3월부터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을 지내다 2017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우정사업본부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낼 때 강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행정관으로 근무했다.

KISA 원장 후보인 문재웅 광운대 교수는 정보보안 전문업체인 제이컴정보를 경영해 보안 업무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민간 보안전문가다.

문재웅 교수는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수석부회장, 문화체육관광부 사이버보안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국군 사이버작전사령부 사이버보안 자문위원, 한국융합보안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상훈 후보는 KAIST를 졸업하고 국정원 과학기술분야에서 근무하다 2017년 7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 사이버안보비서관으로 파견돼 근무했다.

사이버안보비서관은 국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등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사이버안보비서관에 국정원 출신이 임명된 것은 서 비서관이 처음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방 공약 가운데 하나인 사이버안보정책 혁신과 관련돼 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서 후보의 국정원 보안분야 근무 및 청와대 파견 배경이 KISA 노조의 ‘낙하산 인사’ 비판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태 후보는 현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언론계 출신으로 기자로 활동하다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맡았으며 2012년부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저널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팀장급인 이 후보가 원장 후보 5명 안에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KISA 간부들 사이에 “인터넷·정보보호 분야의 유일한 전문기관으로, 올해부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KISA 원장 후보로 KISA보다 규모가 작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팀장급이 거론된다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며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후보인 조현숙 전 국가기술보안연구소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융합보안연구단장, 사이버보안연구본부장을 역임한 뒤 2017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을 지냈다.

조 후보가 국가기술연구소장 임기를 마치고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KISA 제6대 원장에 지원한 것과 관련해 업계와 KISA 내부에서는 조 후보의 낙하산 ‘회전문’ 인사를 위해 KISA 원장 공모 절차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KISA는 지난 9월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9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모집공고를 내고 10월 29일 면접을 진행했으며 최근 5명의 후보를 과기정통부에 추천했다.

KISA는 2009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 세 기관을 통합해 출범했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KISA 김희정 초대원장과 2대 서종렬 원장, 4대 백기승 원장, 5대 김석환 원장까지 대통령 캠프 출신이거나 정치인 출신이 원장 자리에 앉았다.

3대 이기주 원장 역시 옛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초대 김희정 원장은 국회의원 출신이며, 2대 서종렬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2010년 원장에 취임했다.

4대 백기승 원장은 대우그룹 홍보이사와 박근혜 정부 1기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이다. 5대 김석환 원장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 방송 분야 미디어특보단으로 활동했다.

한편, KISA 원장은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하던 기존과 달리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26조)에 따르면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총 수입액이 1000억원 이상, 직원 정원이 500명 이상일 경우 주무기관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 2분기 기준 KISA 임직원 수는 757명이다.

KISA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가 면접을 통해 5명을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무순위로 추천하면 과기부에서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원장에 대통령 측근이나 정치권을 등에 업은 사람으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인터넷·정보보호 분야의 유일한 전문기관으로 중요성이 더 커진 인터넷진흥원장에 경험이 풍부한 정보보호·ICT·보안 전문가가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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