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경선 작가…“엉뚱해도 좋아. 너의 생각이 옳으니까”
[인터뷰] 유경선 작가…“엉뚱해도 좋아. 너의 생각이 옳으니까”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10.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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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저서 ‘유대인 자녀 교육에 답이 있다’ 이야기
‘소통·포용·믿음’…유대인 문화에서 발견한 자녀교육법
지난 20년간의 보좌관 생활을 지내온 후 '나의 글쓰기'라는 꿈에 도전한 유경선 작가. (사진=유경선 작가)
지난 20년간의 보좌관 생활을 지내온 후 '나의 글쓰기'라는 꿈에 도전한 유경선 작가. (사진=유경선 작가)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여기 ‘아이들은 믿어주는만큼 성장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미래의 아이들이 구현해 낼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공익적인 행복의 가치는 결국 ‘다름의 당위성’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쨍했던 햇볕이 선선한 바람으로 교차되던 계절, 서울의 어느 카페에서 유경선 작가를 만났다. 지난 20여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그녀가 평소 고민했던 물음의 근원적 해결책을 발견, 책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유 작가는 최근 출간한 도서 ‘유대인 자녀 교육에 답이 있다’를 통해 “올바른 기준이 될 수 있는 자녀교육지침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정교육과 예절교육은 있지만 자녀교육과 부모교육은 없는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을 위해서다.

아울러 관련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Q. '유대인 자녀 교육에 답이 있다'는 어떤 책인가?

A. 대한민국의 평범한 엄마, 그리고 정책전문가 입장에서 유대인 자녀교육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그들의 지혜를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Q. 유대인들의 교육관에서 자녀교육방법을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국회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동안 쉼없이 반복했던 ‘국회의원 글쓰기’가 아닌 ‘나의 글쓰기’에 대한 꿈이 있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그 답을 ‘자녀교육’에서 찾았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자녀교육 방법을 ‘사교육’에서 찾는다. 그러나 그 가성비 낮은 사교육 탓에 부모의 허리는 휘어만 간다.

반면 지금까지도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와 글로벌 기업 창업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민족이 있다. 유대인이 그들이다. 바로 그 비결이 궁금해 유대인 자녀교육법을 살펴보게 됐다.

Q. 우리나라 자녀교육방법의 문제점을 사교육에서 찾은 이유는?

A. 지난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32만1000원이었다. 해당 통계 산출 이래 역대 최고치다. 그런데 서울의 체감 사교육비는 이보다 더하다. 1인당 한 달 1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사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울 지역 내 자녀 1인에게 만 3세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사용되는 원금은 1억6천8백만원가량이다. 혹여 대학 입시를 위한 재수를 하게 될 경우, 총 금액은 2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사교육을 위한 비용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특성상 가성비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지금의 사교육은 아이가 원해서 하는 사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가성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Q. 책을 통해 마타호쉐프·하브루타·마잘톱·티쿤올람·사바트·쩨다카 등 다양한 유대인 교육관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개념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는 ‘티쿤올람’을 가장 좋아한다. ‘세상을 고친다’라는 뜻의 용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공보다는 불완전한 세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자녀들의 삶은 어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티쿤올람은 스스로 존재의 목적을 끊임없이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면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개념이다.

일례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 역시 티쿤올람 정신에 따라 수십억 인구를 서로 연결하고자 했던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는 자녀와의 소통과 격려를 의미하는 ‘마타호쉐프’ 그리고 ‘마잘톱’을 좋아한다.

‘네 생각은 뭐니?’라는 뜻의 마타호쉐프는 유대인이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에 대한 정답이지만, 유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자녀의 생각과 논리적 근거다. 결국 마타호쉐프에는 아이의 생각에 대한 존중이 숨겨져 있다.

마잘톱은 ‘축하한다’는 뜻이다. 자녀의 실수를 격려할 때 쓰는 말이다. 자녀가 실수 후 두려움과 좌절감을 학습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 가치관에는, 실수 또는 실패를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유대인 특유의 문화와 정신이 담겨 있다.

Q. 실제 자녀 양육 시, 유대인 교육법을 적용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유대인 교육법을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은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이었다. 첫째 딸에게는 주 1회 집안 청소를, 둘째인 아들에게는 빨래와 끓인 물 채우기를 담당하게 했다.

유대인 자녀들은 다섯 살 때부터 집안일에 참여하게 된다. 선택이 아닌 의무다.

그들이 일찍부터 자녀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이유는 아이가 가족공동체의 일원임을 알게 하기 위함이며,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책임감과 협동심, 자부심은 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부모가 아이를 믿을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실 유대인 교육법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집안일 돕기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활동이다.

그리고 그 결과, 어릴 때부터 학교 육상선수로 활동해 온 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전국체전 등을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할 때, 또래 친구들은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무척 신기했어요!”라고 말이다.

Q. 이밖에도 자녀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시켰다고 들었다.

A.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제외하고는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이 그들의 잠재력을 스스로 일깨워 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줬다.

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그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지만 말이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엄마, 친구들은 모두 영어·수학 학원에 가는데 나는 왜 학원에 안가요?

그 때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원에 가고 싶은 것이라면, 돈을 주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과 같은 거야. 반대로 공부를 위해 가고 싶은 것이라 해도, 학원에 간다고 해서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야. 공부는 네 스스로 하는거야.”

그 후 나는 딸의 손을 붙잡고 지역 내 문화센터로 갔다. 그리고 센터 내 강좌 중 하나인 ‘홈패션’ 수업을 등록했다.

나중에 딸아이는 그 곳에서 배운 재봉틀 실력으로 간단한 파우치부터 남동생의 옷 수선까지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또 한가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배움을 익힌 것이다.

유 작가의 신간 도서 '유대인 자녀 교육에 답이 있다'는 가정교육과 예절교육은 있지만, 자녀교육과 부모교육은 없는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을 위한 책이다. (사진=김은교 기자)
유 작가의 신간 도서 '유대인 자녀 교육에 답이 있다'는 가정교육과 예절교육은 있지만, 자녀교육과 부모교육은 부재한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을 위한 책으로 만들어졌다. (사진=김은교 기자)

Q. 유대인들의 교육관처럼 자녀 본인이 좋아하는 것, 소질있는 것을 찾아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요즘에는 유익한 ‘오픈소스’들이 참 많다. 조금만 검색하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그 오픈소스들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딸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는 대신 외국의 애니메이션 영상 등을 보게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자막이 있는 겨울왕국 동영상을 찾아보라고 얘기해주면, 아이가 해당 영상을 찾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검색하는 방식이었다.

그 후 아이는 스스로가 찾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타이핑 하면서 영타를 익힐 뿐만 아니라 영어 듣기 및 영어 독해 능력까지 익혔다. 아이는 그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20편을 보며 영어를 공부했다.

다른 사례도 있다. 딸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음악교육 관련 사회적협동조합에 한 달간 보낸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는 그 곳에서 배운 플롯 연주곡으로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오디션에도 합격했다.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오케스트라를 담당하던 선생님이 아이에게 피아노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한 것이다. 악보를 보고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피아노를 기본으로 익혀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아이는 악기별 운지법이 나와있는 홈페이지와 유료 영상을 다운받아 다양한 오케스트라 곡 연주법을 혼자 익혔다. 학원에 가지 않고도 스스로 탐색하며 연주법을 공부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무엇이든 스스로 해냈던 그 경험과 노력들은 아이 스스로에게 높은 자부심과 자존감이라는 선물도 전해 줬다.

Q.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가치는 무엇일까?

A. 앞서 언급한 티쿤올람·마타호쉐프·마잘톱의 개념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바로 ‘후츠파’ 정신이다.

유대인 특유의 도전정신을 잘 나타내주는 이 ‘후츠파’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유대인이 다수 포함된 직접적 이유로도 작용한다. ‘뻔뻔스러움·담대함·무례함’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히브리어다.

유대인 부모는 그들의 자녀가 ‘뻔뻔한 질문’을 해도 윽박지르지 않는다. 그들의 사회는 이러한 질문이 가능한 문화다. 우리나라였다면 분명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거야?’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유대인 문화에 있어 뻔뻔함·엉뚱함이란 ‘부정의 대상’이 아니고 ‘긍정의 대상’이다. 즉 ‘다름’이란 ‘허용’이고 ‘개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또 엉뚱하다고 여기는 질문들 모두, 이들에게는 ‘독려’의 대상이 된다.

후츠파는 기존의 것을 ‘좀 더 낫게’하는 개념이 아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것. ‘혁신적 창조’를 가능케 하는 문화적 원동력이다.

이 때문에 ‘엉뚱한 질문’을 인정하는 것이 서툰 ‘닫힌 사고’의 대한민국은 노벨상 수상이 어렵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 또한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 이 책을 특히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A. 예비부부 그리고 미취학·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자녀를 낳기 전, 그 자녀를 어떻게 키울지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비 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한 번만이라도 자녀교육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Q. 바람직한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또는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아이들은 믿어주는만큼 자란다. 그리고 어릴 때 충분한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 과정에서 시련이 와도 사랑받았던 그 힘으로 견디고 헤쳐나갈 수 있다.

또 자녀의 일에 부모가 미리부터 불안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을 끝까지 믿고 또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지난 20년간 국회 보좌관으로 활동해 오면서 약 6년동안 교육위원회 일도 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모두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공공분야에서의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덧붙여 최근에는 나 스스로의 목적의식도 가다듬고 있다. 은퇴 후의 삶을 통해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하나씩 차분히 준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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