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슬기로운 산후조리 생활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슬기로운 산후조리 생활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0.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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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 못지않게 산후조리에 대한 속설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기 때문에 간혹 집안에서 이를 가지고 사소한 다툼이 벌어지곤 합니다.

아이를 낳느라고 온 힘을 다 써서 극도로 허약해진 산모가 정상적으로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까지 조리하는 기간을 산욕기이라고 하는데 대개 아이를 낳은 지 삼칠일되는 날과 백 일되는 날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출산 후 삼칠일까지는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과로를 피해야 하므로 산모와 아이는 외부와 격리된 방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산모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하지만 옛날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문 앞에 금줄을 달아놓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이것은 전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부터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지혜로운 방어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산모는 이 기간 내에 밖에 나가서 찬바람을 쐬거나 빨래나 바느질과 같은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가급적 이부자리를 깔아둔 채 누웠다 일어났다 하면서 느긋하게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유나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는 삼칠일 정도까지 집안일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출산 직후에는 차가운 음식이나 딱딱한 음식 또는 익히지 않은 음식을 피해야 하고 계란이나 닭고기와 고기국도 피해야 합니다. 계란은 소화시키기가 어렵고, 닭고기는 풍열(風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깃국은 얼핏 보면 영양보충을 위해서 좋을 것 같지만 아직 어혈이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고깃국을 많이 드시면 몸에 진액이나 혈액의 부족으로 생기는 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산 후에는 흰죽과 비리지 않은 생선을 드시거나 미역국에 간장을 약간 넣고 드시다가 한 보름쯤 지나고 나면 그때부터 고깃국을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몸이 너무 붓는다면 속을 파낸 호박에 잔대와 약간의 꿀을 넣고 푹 삶은 다음에 즙을 내어 드시면 좋습니다.

산모가 삼칠일이 지나고 한 달 정도가 되면 간단한 목욕과 가벼운 산보 정도는 하는 것이 좋지만 너무 힘든 일이나 정신적으로 집중이 필요한 일은 계속해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도 이즈음 되면 아무거나 드실 수는 있지만 너무 짜거나 맵거나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은 물론 날 음식이나 너무 찬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부기가 빠지지 않아서 살이 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6주 내지 8주가 지나게 되면 대부분의 산모는 임신 전의 몸 상태로 회복하게 됩니다. 이 기간 중에 커졌던 자궁이 원래 크기로 돌아가고 골반에서 떨어져 나갔던 자궁내막도 재생됩니다. 태반이 떨어져 나가서 움푹 파였던 자리에는 새살이 돋아오고 확장되었던 자궁혈관도 줄어들면서 임신 중에 급격하게 늘어났던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런 산후조리 기간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조리를 해야만 여성들은 뒤탈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원칙 없이 어떤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동양 여성들의 경우는 체격조건이나 건강상태가 서양 여성들과 다르기 때문에 산후조리 방법도 달라야 하는데 어느 한쪽만을 고집하다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양 여성들은 출산 후에도 씩씩하게 일어나 찬물로 샤워도 하고 일도 합니다. 아마 옛날 어른들께서 이런 모습을 보셨다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산모는 삼칠일동안 머리도 감지 말고 목욕이나 일도 하지 않는 상태로 꼼작하지 않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출산 다음 날부터는 조금은 힘이 들더라도 너무 누워만 있지 말고 조금씩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쥐였다 폈다하는 동작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피로하고 힘이 들어도 며칠 누워만 있으면 다리나 골반 내에 정맥피가 응고되어 혈관이 막히는 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나치게 오랫동안 안정을 취하게 되면 오히려 자궁과 골반, 복직근이 수축되는 것이 지연되고 오로도 늦게 배출되어 기력회복이 그만큼 늦어지게 되므로 무조건 쉰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출산 후에는 무조건 땀을 빼야 한다고 한 여름에도 뜨거운 방안에서 두꺼운 솜이불을 덥고 땀띠가 날 정도로 땀을 빼는 분들도 있습니다. 출산 후 2~3일 동안에는 임신 중에 축적된 수분이 땀을 통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적당하게 땀을 내는 것은 산후 비만이나 부종을 막아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게 땀을 많이 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혈한동원(血汗同源)이라고 해서 피와 땀을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고 보기 때문에 산모가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면 건강을 해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산후에 땀을 많이 흘리고 난 다음 수건으로 잘 닦지 않으면 산후풍이나 냉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산모를 서늘하게 하거나 직접 바람을 쏘이게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발이 차갑게 되면 혈액순환에도 지장을 주게 되고 또 발목 관절이 약한 사람이 차가운 바람을 쐬면 산후풍(産後風)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항상 하체와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긴 팔과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습니다. 산모의 몸에서 노폐물이 완전히 빠져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차갑게 하게 되면 그대로 굳어져서 모세혈관에 문제를 일으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게 됩니다.

또 아이를 낳게 되면 관절이 무척이나 약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잘 경우에는 관절에 무리가 되어 척추후만증이나 디스크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척추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딱딱한 침대나 요에서 주무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누울 때는 눈을 감고 무릎을 세우고 머리는 높이고 사방을 가려서 바람이 스며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주무실 때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서 주무셔야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산후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부관계를 했을 경우에 산후풍이나 산후냉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욕기간이 끝나는 백일 정도는 지난 다음에 부부관계를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산후조리는 산모 혼자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배우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2020년부터는 배우자의 출산휴가가 10일로 늘어났다고 하니 잘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육아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할 때 힘든 산후조리와 서투른 육아이지만 기쁘고 즐겁게 슬기로운 산후조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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