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빈곤아동 75%, 곰팡이·아토피 등 질병피해 경험
주거빈곤아동 75%, 곰팡이·아토피 등 질병피해 경험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10.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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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들지 않는 단칸방 아동에 정부 지원 꼭 필요
최저주거기준 개선, 가정 내 ‘긍정 영향’ 미칠 것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2019 주거실태조사’ 결과, 서울 지역 아동 중 75.5%는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질병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거 빈곤에 따른 누수·침수·환기·곰팡이 문제는 일상적인 현상이었다, 심지어는 아동 귀에 벌레가 들어가 응급실에 가거나 아토피로 인해 머리가 다 빠진 사례도 있었다.

통계청 자료(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거빈곤 상태에 있는 국내 아동은 전국 52만 가구, 총 94만명에 이른다.

서울 지역의 경우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아동만 15만 가구, 23만여명이다. 모두 햇볕이 들지 않는 저지대·단칸방에서, 또 화장실 없는 집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아동 빈곤 해소.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아동주거권에 지속적인 관심 및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 8월 전남 지역에 쏟아진 시간당 60mm 폭우로, 한 주거빈곤가구아동의 집 천장이 힘없이 주저앉은 모습. (사진 출처=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 8월 전남 지역에 쏟아진 시간당 60mm 폭우로, 한 주거빈곤가구아동의 집 천장이 힘없이 주저앉은 모습. (사진 출처=초록우산어린이재단)

◇ 공공임대주택 공급 신규 기준…‘자녀 수·면적’

정부는 지난해 10월 ‘아동 주거권 보장 등을 위한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상향이 시급한 3만 가구(▲다자녀 가구(1만1천) ▲보호종료아동 등 가구(6천) ▲비주택 가구(1만 3천))를 집중지원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정책의 주된 내용은 결국 아동주거권 보장. 단칸방에 거주하는 다자녀 가구에 ‘적정한 방 개수 및 면적’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됐다.

우선 정부는 국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중 ‘무주택·저소득·미성년 2자녀 이상’을 대상으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 유형 기준을 확대, ‘다자녀 가구 유형’도 도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공공임대주택 신청 시, 거주지 이전에 따른 ‘자녀 학교 이동’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 이를 위해 기존 생활권 내 전세·매매임대 주택을 활용 및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원룸이 밀집해 다자녀 가구에 적합한 주택매입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에는, 원룸 주택을 매입 및 리모델링해 2룸형 주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 번 째 성과로 올해 5월, 다자녀 가구 전용 공공임대주택 1호 ‘1024 퍼스트홈’을 개소하기도 했다.

이밖에 정부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다자녀 가구에 구입·전세자금 관련 대출한도를 강화, 각 2000만원씩 인상하고 금리 추가 인하 결정도 내렸다. 전세대출 기간 역시 1자녀당 2년씩 추가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유자녀 가구 및 보호종료아동 대상 우대금리를 신설하고, 아동 성장 단계에 맞는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도 결합해 양질의 양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5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개최된 ‘집으로 가는길,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현장.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달 5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개최된 ‘집으로 가는길,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현장. (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

◇ 아동주거권 보장, 사회적 개입 꼭 필요

아동주거권 관련 더 나은 방향에 대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거복지기관의 기능을 확대·강화하고 관련 부처와 유기적인 연계를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달 5일 ‘집으로 가는 길_세계 주거의 날 맞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시주거복지센터·초록우산어린이재단·서울주택도시공사·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서울하우징랩이 함께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현행 아동주거권 문제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임세희 교수는 “아동주거권의 미보장은 주거빈곤탈출의 가능성을 감소시키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나날이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 ▲높아져만가는 집 값 ▲폭염·혹한·집중호우 등 예측불가능한 기후 위기 ▲감염병 위험의 증가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다.

집이란 개인의 건강 및 안전과 직결되는 곳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최종적인 대비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임 교수는 향후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① 먼저 주거기본법상 ‘침실분리원칙’의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간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가구원 수나 가구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자녀가 2명 이상이어도 2개의 방이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배정돼 왔다.

② 이어 임 교수는 현재 방3개가 있는 4인 가구의 총 주거면적이 43㎡(13평)이라며 비현실적인 최저주거기준 면적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동의 사생활 보장 욕구 충족 노력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아침식사 및 수면형태 변화·진로성숙과 같은 아동 개인의 변화는 ‘내 방’ 즉 독립적인 나만의 공간이 확보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저주거기준의 긍정적 변화는 가족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동 가구의 주거비 절감을 위한 지원 역시 동반돼야 한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주거비 부담은 주거빈곤아동가구가 아닌 사람들도 느끼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주거빈곤아동가구가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더욱 심한 상황이다.

임 교수는 “자녀가 있는 빈곤가구는 양육비 명목의 필수경비 또한 정기 지출되므로 주거 급여 등 주거비 절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 휴거·빌거·엘사를 아시나요?

이처럼 아동주거권을 위한 국가적 지원은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을 완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회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과거 아이들 사이에서 휴거·빌거·엘사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휴거’는 휴먼시아(LH 임대주택) 거지, ‘빌거’는 빌라사는 거지, ‘엘사’는 LH에 사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물론 이 차별적 용어들의 시작은 일부 어른들에게서 비롯됐다. 해당 조건을 가진 아이들과 놀지 말라는 의미의 말들이기 때문이다.

권리란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또는 그렇지 않은 모든 것을 필수적으로 누려야 하는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기준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복지 실현 노력 뿐만 아니라 사회 속 개개인의 인식 개선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비로소 완전한 아동 주거권의 실현은 그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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