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권리가 소원인 아이들…“내 방을 갖고 싶어요”
당연한 권리가 소원인 아이들…“내 방을 갖고 싶어요”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10.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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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돼 온 ‘아동주거권’…개선촉구 한 목소리
정부, 지난해 10월 ‘아동 주거권 보장 대책’ 발표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집이란 오롯이 심신의 휴식과 회복, 그리고 성장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그것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른바 ‘주거권’이 바로 그것.

주거권은 성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동에게 더욱 중요하다. 적절하지 못한 주거 환경은 아동의 성장·발달·인권 등 전생애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거권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보장받을 수 있다.

①사람이 거주하기에 구조적·물리적으로 적합한 곳 ②주거비가 저렴해 비주거부문지출(식료품비·교육비 등)을 건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곳 ③퇴거 위험 또는 빈번한 이동없이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는 곳 ④교육·직업·의료·문화 등이 지역사회와 통합돼 있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에는 무려 94만명의 주거빈곤아동이 존재한다. 그들이 살고 있는 단칸방의 크기 만큼이나 비좁고 답답한 일상을 견뎌내는 아이들이다.

국토교통부와 인스타툰 작가 오느리가 협업 제작한 '아동주거권 보장' 관련 애니메이션 일부 발췌.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와 인스타툰 작가 오느리가 협업 제작한 '아동주거권 보장' 관련 애니메이션 일부 발췌. (출처=국토교통부)

[아동 주거빈곤 사례1.]

나은(가명, 만 11세)이는 엄마·할머니와 함께 지하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11년째 살고 있다. 이 곳은 주거 용도의 공간이 아니라서 화장실과 도시가스 시설도 설치돼 있지 않다. 간이 수도시설이 있으나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씻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난방시설도 없어 추운 겨울에는 헤어드라이어를 켜놓고 생활한다. 나은이 가정은 지원이 시급한 형편이지만, 도움을 받기 어려운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동주거권은 꽤나 오래 전부터 언급돼 온 문제다.

지난 1959년 발표된 UN아동권리선언에서는 ‘아동은 적절한 영양·주거·오락 및 의료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 1989년 UN아동권리협약, 2015년 UN해비타트(UN Habitat)에서도 주거빈곤 아동 지원에 대한 호소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아동주거권은 오랜 기간 복지 사각지대 안에 머물러 있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아동주거권 보장에 대한 의견이 지속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것이 정부 차원의 구체적 논의로 이어진 것은 지난해. ‘대한민국 제5·6차 국가 보고서에 대한 UN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 견해를 전달받은 9월 이후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동주거빈곤 문제에 대한 국가적 노력을 권고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정부는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지원 체계가 미흡했던 다자녀 가구·요보호 아동 등을 위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 중 다자녀가구 및 보호종료아동 등에 대한 지원계획. (출처=국토교통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아동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 중 다자녀가구 및 보호종료아동 등에 대한 지원계획. (출처=국토교통부)

[아동 주거빈곤 사례2.]

유민(가명, 16세)이가 살고 있는 반지하 방은 매년 침수 피해를 입고 있다. 습기로 장판과 벽지가 떠오르고 싱크대가 역류해 냄새를 뿜어내지만, 치솟는 집 값 탓에 이사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정부의 주거빈곤아동 지원을 위한 정책 마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최근, 가시화된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아동주거빈곤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아동의 빈곤예방과 지원 법률 목적에 ‘주거’ 문제를 명시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을 아동빈곤예방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다.

이번 개정안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아동 주거 정책 관련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에 있다.

올해 6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가 아동의 주거권을 인정하는 ‘아동 주거빈곤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의 우려가 따랐다. 해당 정책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상위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더 공고한 아동 주거권 보장 제도의 법률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노력이 바로 이번 법안 발의라는 평가다.

이보다 앞선 올해 5월에는 국토부-한국토지주택공사(LH)-굿네이버스-세이브더칠드런-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위기 아동가구 대상 ‘주거지원 핫라인’을 구축했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아동복지단체에 긴급 주거지원 수요가 접수되더라도 입주대기까지 4개월여의 기간이 소요돼, 신속한 지원이 어려웠다.

각 단체들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관련 문제 상황을 개선하자는 뜻을 한데 모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입주 신청부터 완료까지의 기간이 2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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