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②] “남편과 함께 하는 출산, 가족의 지지 필요”
[자연주의 출산②] “남편과 함께 하는 출산, 가족의 지지 필요”
  • 백지선
  • 승인 2014.07.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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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출산을 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 산모와 아기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고, 엄마는 보다 빨리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주의 출산이 어렵다 판단되거나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진이 개입해야 한다. 의료진은 정확한 지식과 데이터를 갖고 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문제는 산모가 의료진의 개입에 동의하느냐다. 회음부 절개를 하거나 촉진제를 맞았다고 해서 건강하지 못한, 행복하지 않은 출산이라 할 수 있을까?

베이비타임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로부터 ‘행복한 출산’이 무엇인지, 자연주의 출산에 앞서 산모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

 


◇출산 원활하지 않을 때 의료진 개입 당연하다

-자연주의 출산의 정의는 무엇인가?

분만은 의학적으로 딜리버리(delivery)라 부른다. 의사의 주도 하에 분만을 ‘시키는’ 타동사다. 출산은 벌쓰(birth)라 부른다. 산모의 주도로 낳다라는 뜻이다. 요새 웰빙(wellbeing)이란 단어를 많이 쓰고 또 산모들도 많이 쓰다 보니 ‘자연주의 출산’이라 굳혀졌다. 우리말로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자연주의 출산은 의학적인 도움이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엄마가 스스로 출산을 하는 것을 말한다.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 촉진제, 무통 등의 의료기구의 개입 없이 출산하는 분만이다.

기존 한국에서 행했던 분만은 ‘의사 주도 하에 진통이 오면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고 금식’했다. 출산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제왕절개에 앞서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산모가 금식하지 않았다면 수술은 계속 뒤로 미뤄져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입원하는 시점에서 금식을 시켰다. 이후 관장을 하는 이유는 분만 과정에서 산모가 힘주기를 할 때 대변이 나오고 이로 인해 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음부 절개를 할 때는 제모를 해야 한다.

자연주의 출산은 모든 산모가 건강하게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다. 문제는 ‘의학적인 개입이 불필요한데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개입한다’라는 사고다. 의료진은 산모 분만 상황을 체크하며  어느 시점에서 ‘진통 과정이 원활하지 않다’ 혹은 ‘도저히 안 되겠다’ 등의 판단을 내린다. 이럴 때 의료진이 개입해 금식을 시킨다든지, 제모를 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산모들은 이런 의료진의 개입을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경험 풍부한 산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라

-그렇다면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을 원한다 해도 의료진이 대기한 상태에서 출산을 한다면...

사회주의체제의 유럽권 국가,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대부분 시설기관(조산원)에서 분만이 이루어진다. 물론 의료기관에서 분만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산원에서 분만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분만에 대한 조산사의 책임률이 꽤 높다. 외국인 산모들의 경우 한국의 분만환경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위치상(서울시 이태원) 외국인 산모가 많다보니 다른 병원보다 수년 전 먼저 자연주의 출산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노하우가 쌓이면서 ‘아, 자연주의 출산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구나!’를 깨닫게 됐다. 이후 SBS 자연주의 출산 관련 다큐가 방영된 후 내국인들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문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한국인 산모들도 많이 찾다보니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게 됐다.

그러나 생각만큼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많이 알거나 경험이 많은 병원이나 전문의가 많지 않다. 자연주의 출산이 트렌드가 되다보니, 병원에서는 산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분만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은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의료진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산모를 어떻게 설득할지’, ‘산모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정보와 환상을 어떻게 바로잡아줄지’ 등의 노하우를 갖춰야 한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자 할 때는 경험이 풍부한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며 분만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돌발상황이 발생해 수술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연주의 출산, 남편과 함께 하는 출산이다!

-자연주의 출산이 시행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가?

부정확한 정보를 맹신하는 산모들이 간혹 있다. 물론 자연주의 출산으로 쉽게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수 있다’는 이해가 없는 분들은 모든 책임을 병원과 의료진에게 넘기려고 한다.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다. 출산을 앞둔 산모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출산 시 통증을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에 대해 미리 제대로 된 전문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 산모들은 달라진다. 산모들은 출산의 고통과 맞닥뜨리면, ‘무통해달라’, ‘빨리 낳게 해달라’, ‘수술해달라’ 등을 요구한다.

그래서 자연주의 출산은 가족의 지지가 필요하다. 자연주의 출산은 남편과 함께 하는 출산이다. 그래서 ‘둘라’라는 존재가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 상, 의사와 간호사가 24시간 내내 옆에 있기란 불가능하다. 출산으로부터 오는 고통은 온전히 본인과 남편의 몫이다. 그래서 둘라를 고용하는 거다. 둘라는 산모 옆에서 허리를 눌러주거나 마사지 해주거나 언어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산모는 출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고 신뢰하는 의사와 라포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주의 출산을 실패할 수 있다. 꼭 관장을 하지 않거나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연주의 출산을 했다고 볼 수 없다.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고 산모 또한 큰 합병증 없이 몸이 회복될 수 있다면 회음부 절개를 해도 큰 상관이 없지 않은가?

▲ 사진 제공 = 형설이엠제이.

 


◇자연주의 출산만 고집, 폐해는 엄마와 아기 몫

-자연주의 출산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이 있다면 알려달라.

진통과 분만이 원활하게 진행돼 자연주의 출산을 하게 되면 몸 회복도 빠르고 정신적 만족감도 높다.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 그러나 전문의의 판단 없이 혹은 고려하지 않고 자연주의 출산만 고집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아기와 엄마에게 간다. 전문의의 판단을 무시한 출산은 안전하지 않은 출산법이며, 산모와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의료진은 아기 머리가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 분만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통계 및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다. 의료진은 근거를 갖고 상황을 판단한다.

▲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최규연 교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 필요

-산모들은 분만에 대해 걱정이 많다.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한다면...

미리 분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라. 대신 ‘나는 꼭 이런 방법으로 아이를 낳을 거다’라는 고집은 부리지 않는 게 좋다. 출산할 때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산모들이 건강하게 아기를 낳는다. 원하는 출산법이 있을 때는 적절한 병원과 의사를 찾아라. 규칙적으로 진단을 받으며, 전문의의 소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라.

우리나라 산모들은 팩트(사실)와 다른 왜곡된 정보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방송을 맹신하거나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남이 해서 좋은 출산방법이라 해도 산모 본인하고 맞지 않을 수 있다.

또 모든 출산은 난산, 태아곤란증 등 합병증의 위험을 갖고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자신에게 생겨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응급ㆍ돌발상황 발생 시 전문의의 의견에 따르겠다는 준비도 필요하다.

제왕절개로 아기 낳았다 하더라도 아기와 엄마가 건강하면 행복한 출산이다. 엄마들이 ‘회음부 절개를 했어...’, ‘촉진제를 맞았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편안하게 출산할 수 있다.

◇최규연 교수는?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2013.09 ~ 현재 자연주의출산 연구회 회장
2012.04 ~ 현재 한국모자보건학회 학술위원회 위원
2011~      현재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학술위원
2010.07 ~ 현재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2009     ~ 현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최 의사 국가시험 신규문항개발 및 심사
2007.09 ~ 현재  대한산부인과 초음파학회 홍보위원
2005.07  The Society for Maternal Fetal Medicine in U.S.A. Affiliated 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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