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평등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우리는 성평등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9.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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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 ‘성평등과 코로나19 위기’
펜데믹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 논의

(이미지=omar lopez on unsplash)
(이미지=omar lopez on unsplash)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여성 가구주는 10년 전보다 약 42% 증가했고, 여성 국회의원과 장관 비율은 역대 최고치이며, 고용률과 임금의 성별 격차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통계대로라면 여성 인권의 발전을 기념할만한 상황이지만 동시에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러한 성과가 후퇴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젠더 기반의 폭력이 증가하고 여성의 가사와 돌봄 노동이 늘어나 실직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수십 년에 걸쳐 이뤄온 성평등 성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3일부터 4일까지 성평등과 코로나19 위기를 주제로 ‘2020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북경행동강령 채택 25주년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0주년을 계기로 성평등과 여성‧평화‧안보 관련해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회의다.

 

■ 북경행동강령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북경행동강령은 1995년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189개국 정부대표들이 채택한 국제결의안으로 성평등 증진과 여성의 역량강화를 목표로 정부 정책에 대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전략을 제시했다.

성주류화란 정치, 경제, 사회적 영역을 아우르는 모든 정책의 설계, 집행, 평가 등에 여성과 남성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동등하게 혜택받고 불평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 교육, 일상문화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경행동강령 채택 이후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부터 2001년 여성부 출범, 2005년 호주제 폐지, 2008년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활동 촉진법 제정, 2018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여성의 권익증진과 역량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또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는 분쟁 지역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 분쟁해결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확대 등을 내용으로 2000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이다. 이후 유엔은 20년에 걸쳐 총 9개의 후속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여성·평화·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논의를 지속해왔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 시민사회 활동가, 정책 담당자 등은 북경행동강령의 성과를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 시현 방안을 논의해 코로나19 위기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극복 방안과 그린 뉴딜의 여성 참여와 역할을 모색했다.

2020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북경행동강령 채택 25주년과 새로운 세대에 관련해 주제 발표를 한 아니타 바티아 UN여성기구 부총재(왼쪽)와 김은경 한국정책연구원 연구위원(오른쪽) 

 

■ 25년의 성과와 코로나 위기

북경행동강령 이후 25년 동안 우리 사회는 실질적으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여성과 여아에 대한 차별철폐, 보건에 대한 접근성 개선, 교육 훈련, 평생교육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 많은 제도를 구축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아니타 바티아 유엔여성기구 부총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많은 나라들이 가족 휴가제도를 도입해 여성 권리를 강화했고, 여성에 관련된 불균형적인 부담을 해소했다. 또한 UN회원국 70%가 개선된 사회보장제도로 여성과 여아의 빈곤타파를 이루고 있으며 75%의 나라가 가정폭력 금지를 법제화했다.

바티아 부총재는 “많은 여성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위치에 올라 있다. 지난해 UN의회 80개국이 여성의 정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할당제를 도입했다. 또한 유엔여성기구가 조사한 80%의 국가가 성평등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는 북경행동강령의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정폭력이 크게 증가하고 여성들의 실직이 늘어나는 등 그동안 이뤄온 성과들이 퇴보할 위기에 놓인 상황인 만큼,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성평등 관련한 재원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의 변화와 남아있는 과제

이날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5년간 한국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해결할 과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여성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2005년(50%)에 비해 2019년(65.4%)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은 남녀의 비율 격차가 2001년 15.8%에서 2019년 9.8%로 감소했다.

또한 여성 저임금 근로자도 2005년(40%)에 비해 2019년(22.2%) 절반 정도로 줄었다. 사회복지 재정지출도 증가추세로 2000년 GDP의 4.5%에서 2018년 11.1%로 증가했는데 이런 지표들은 여성의 빈곤을 타파하는 긍정적 메시지다.

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0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에서 발표한 여성 폭력에 대한 통계 자료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도 1990년대부터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방지법,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오고 있다. 2018년부터 확산된 미투운동은 전국민적인 차원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게 했다.

교육부분에서도 많은 것들이 개선되고 있다.

김 위원은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2년 제정되었고, 기본계획이 벌써 4차에 걸쳐 수립돼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법이 기반이 되어 초중등 여학생의 스탬(STEAM) 교육이 확대되었고 최근 자료에 따르면 여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남학생들을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010년 38%에서 2019년 27.5%로 줄어들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2009년 1.4%에서 2018년 17.8%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성주류화가 확산되지 못하면서 돌파할 문제들이 남았다면서 ▲젠더기반 폭력에 대한 대응과 철폐 ▲미래 노동과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여성주의적 가치로 리더십을 전환하고 여성 대표성 확대 등을 해결해나갈 과제로 꼽았다.

■ 팬데믹 시대, 여성의 삶

팬데믹 시대 여성의 삶은 더욱 힘들어 보인다. 여성 취업자가 남성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고용률도 여성이 남성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역별 실업급여 수급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많았다. 또한 성별임금격차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

특히 우리나라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은 2018년 남성(20%)보다 여성(41.5%)이 높았는데 코로나 확산 이후 일시휴직자 59만명 중 여성이 64%를 차지하고 있어 여성들이 더 취약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이사와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이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성고용 비중이 높은 부문에 타격을 주었으며 자녀돌봄이 더 필요해져 아이가 있는 여성 취업자들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이사는 “최근 주목할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여성 청년들의 자살률이 일본에 비해 2배가량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청년들이 그만큼 스트레스와 괴롭힘, 폭력 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의 권리와 복지를 개선함으로써 지구의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라는 ‘플랜 드로다운’의 표현을 인용해, 인구의 51%를 차지하는 여성에게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는 일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기후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비중도 남성들보다 높았다. 또한 그레타 툰베리,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등 여성 인사들도 기후위기 시대의 여성 리더십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이제 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생명존중 패러다임으로 전화할 때다. 우리가 이 과정에서 불안과 공포에 잠식당하지 말고 일터의 성차별을 근절하는 일터 민주주의와 돌봄 민주주의를 같이 추진해서 일과 돌봄이 공존하는 사회, 워라벨 사회로 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앞으로 이 포럼을 정례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포럼은 1995년 북경행동강령 채택 이후 ‘성평등’이란 가치가 지난 25년간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성평등 위기에 대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대한민국 성평등 포럼이 북경행동강령,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와 같은 과거의 성평등 의제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평등이라는 미래와 잇는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해, 국제사회에서 성평등과 여성·평화·안보 의제를 선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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