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권상순 칼럼] 비상(非常) 상황 속, 모두의 비상(飛上)을 꿈꾸며
[보건교사 권상순 칼럼] 비상(非常) 상황 속, 모두의 비상(飛上)을 꿈꾸며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9.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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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순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안정화지원담당 장학관
권상순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안정화지원담당 장학관

“친구들과 저녁 모임은 어디서 할까?”

“오늘은 보건실에 아이들이 얼마나 다쳐서 올까?”

“주말에는 어디로 놀러 갈까?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까? ”

예전에는 일상으로 누리던 이러한 생각들이

 

“애들이랑 먹을 저녁거리는 어디서 배달시킬까?”

“학교에서 마스크 잘 하고 손은 잘 씻고 있을까?”

“이번 주말은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나가도 될까?”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의 일상으로 변화됐습니다.

 

❚ 코로나19 이후의 생활이 일상이 되다

올해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한 이후 "곧 끝나겠지... 1학기면 끝나겠지..."했던 코로나19 상황이, 이제는 끝을 명확히 기약할 수 없는 거리두기 생활로 일상화 돼버렸습니다.

우리는 이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서 모두의 연대와 협력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의료인에 대한 전국민의 존경과 감사함이 담긴 ‘덕분에 챌린지’로, 더 나아가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격상으로까지 나타나기에 이릅니다.

건강이 우리 삶에서 최우선적인 일이었음을 모두가 절감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시대가 필요로 하는 ‘대체 불가 보건교사’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꿈을 향한 발자취도 이런 시대의 흐름과 함께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 깡시골(예천)에서 태어나 간호사·선생님·교수의 꿈을 이루고자 대구의 고등학교로, 흔히 말하는 유학을 갔습니다. 그리고 간호대학에 입학한 후, 가톨릭병원 근무 중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리야드 병원에서 2년간 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말을 쓰지 못한 채 외래에서 영어·아랍어로 한명 한명의 환자를 호명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후 수간호사를 거쳐 보건교사까지 나는 나의 꿈을 그렇게 하나씩 이뤄 왔습니다.

보건교사가 되어서는 “보건실에서 향기가 날 수는 없을까? 편안한 카페같은 분위기의 보건실이 치유의 장소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실현하고자 2002년 ‘보건실 현대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국 교육청에서는 해당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러 오는 감사한 일도 있었죠.

이밖에도 현장 연구 대회와 자료전·실천사례 입상·16년간 교생실습 지도 및 정보부장·교사 운영위원·6년 동안의 장학사·교감·전국 보건전문직 회장·보건교사 회장·인천간호사회 대의원·겸임교수·교육학 박사 학위 취득 등의 꿈을 이루며 학교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열심히 연찬해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초등학교 파견교감 직위 팀장으로 근무하던 나는, 코로나19 극복 관련 역할 동참에도 나서게 됐습니다.

올해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코로나19 예방 및 학교 내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코로나19 학교안정화지원 TF팀’을 구성한 가운데, 지난 9월 1일 장학관으로 발령·배치받아 해당 업무에의 소임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동안 "내가 도전하고 조금씩 꿈을 이뤄왔던 이유, 그리고 매번 나에게 소임이 주어졌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시대가 흐를수록 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도가 매우 높아지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모두가 공감하게 되어 중추적 역할을 할 구심점이 필요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됐습니다.

학교보건의 중심에는 보건교사가 있습니다. 보건교사 모두가 학교 현장 최일선에서 소명감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채 선제적 대응과 방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는, 그리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멀티페르소나를 발판삼아 보건교사의 비상을 꿈꾸다

최근 보건교사들을 보면 책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읽었던 ‘멀티페르소나’와 ‘업글인간’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수백개의 공문과 수시로 변경되는 매뉴얼 속에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쌍방향 원격보건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모습 때문입니다.

덧붙여 최근 보건교사들은 과거 신종플루·메르스 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지금의 위기를 뛰어넘는 전방위적 예방 및 관리 사업도 함께 시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는 다양한 일들을 멀티로 해내며 선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보건교사들을 함께 마주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발생 학교에서 온 몸에 땀을 흘리며 동분서주하는 선생님들의 모습 ▲코로나19 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학교 내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 ▲온라인 카페에 올라오는 선생님들의 다양한 수업 나눔 현장 ▲실시간으로 연수나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SNS를 통해 자유자재로 수업과 보건업무 관련 동영상을 올리고 소통하는 모습 등......

이렇듯 진보하는 우리 선생님들을 볼 때면 너무나도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또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감탄을 받아 뿌듯하고 감동스러운 마음마저 듭니다.

이제는 “이보다 더 한 일이 있을까?”·“닥치면 해낼 수 있는 경험치를 쌓고 있다”·“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한걸음 한걸음 협력해 가는, 그렇게 전문성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보건선생님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렇게 이 위기 상황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책임, 그리고 연대 속에서 함께 발전적인 모습으로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고 편안한 이전의 생활을 찾아, 마스크 없이 학생들과 마음껏 웃으면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날이 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도 갖게 됩니다.

 

❚ 역사 속에서 역사가 될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

보건선생님들의 이 같은 노력은 매번 감염병이 반복되는 시기를 겪으며 새로운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왔습니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이자 학생의 안전과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로서, 지금의 유례없는 비상(非常) 상황 또한 언제나 그랬듯 다시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보건교사 선배들 역시 어느 곳에서라도 목소리가 되어 대변해주고 지원해주며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 또한 그간의 발자취가 후배들 성장에 작은 밑거름이라도 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뒤돌아보며 멈추지 않고 발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역사 속에서 비상(飛上)하며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는 아름다운 선후배 보건교사들과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이전의 일상이 다시 일상으로 자리잡는 날, 우리 모두 마스크와 보호복을 던져버리고 함께 모여 “그땐 그랬지!”하며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오늘도 가져봅니다.

학교보건의 그럴싸한 새판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당신들이 역사이자 희망입니다. 사랑합니다.

 

- 2020. 9. 15. 권상순 -

 

 

 

<권상순 인천광역시교육청 학교안정화지원담당 장학관 약력>

- 前 인천광역시 초·중·고 보건교사 회장

- 前 인천광역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장학사

- 前 인천경명초등학교 교감

- 現 전국 보건교육행정협의회장(장학사·교감·교장)

- 現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現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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