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속 흑자 '제약 맏형' 유한양행 “또 다른 100년의 출발”
20년 연속 흑자 '제약 맏형' 유한양행 “또 다른 100년의 출발”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9.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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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 새기며
시류보다는 정공법으로 보편적 옳음 실천

 

유한양행 사옥 전경
유한양행 사옥 전경

 

유한양행이 탄탄한 경영성과와 R&D 역량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00년 전통 제약 최강 기업이 이뤄낸 당연한 결과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나온 실적으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00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8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성과는 국내 500대 기업 중 유한양행을 포함한 KT&G, SK텔레콤, 현대모비스, GS홈쇼핑, CJ ENM, 신세계, 고려아연, 에스원, 농심, 한섬, 국도화학, 이지홀딩스 등 단 13곳만 해당된다. 제약 분야에서는 유한양행이 유일하다.

‘82분기’는 20년이 넘는 시간으로 유한양행은 이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도 1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준다. 하지만 20년의 일만은 아니다. 유한양행의 꾸준한 경영 성과 역사는 훨씬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
시간이 흐를수록 각인되는 보편적 옳음

유일한 박사
유일한 박사

 

1926년 유일한 박사가 창립한 유한양행은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 문화로 업계를 놀라게 하며 차곡차곡 국민기업의 발판을 다져왔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유일한 박사는 일제 강점기에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비참한 조국 현실을 보고 ‘건강한 국민만이 장차 교육도 받을 수 있고, 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귀국해 제약 사업을 시작했다.

뛰어난 경영 감각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유한양행을 굴지의 제약회사로 키운 유 박사가 늘 강조한 것은 “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였다.

그의 의지대로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체제로 전환했고, 1939년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해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1962년 국내기업 중 두 번째로 기업을 공개했으며 1969년에는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의 모든 CEO는 공채 출신이며 이 중 단 한 명도 중도하차 없이 임기를 마쳤다. 또한 현재 약 1800명의 임직원들 중 유일한 박사의 친인척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이 잦은 제약업계에서 유한양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에 달한다는 결과만 보더라도 기업의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1962년 준공한 유한양행 대방동 사옥 전경
1962년 준공한 유한양행 대방동 사옥 전경

2013년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서기까지, 100년을 바라보는 글로벌 리딩기업의 터전은 그렇게 착실히 다져져 왔다. 하지만 단순하게 벽돌 쌓듯 지나 온 세월은 아니다. 격변하는 근현대 한국사회의 시대 흐름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그 시대를 뛰어넘는 순발력과 뚝심을 발휘한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작고했지만 그의 기업가 정신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계승되고 있다. 한번 세운 바른 정신은 시대의 탁류에도 더럽혀지진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질수록 보편적 옳음으로 각 세대에게 각인되는 모양이다.

아직도 그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시대 안에 연대하고 공감할 줄 아는 것, 그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이지 않을까. 자본주의 안에서 이를 실천한다는 자체가 순환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독립을 위한 그의 노력도 해마다 광복절이면 다시 되새겨지며 모든 이의 귀감이 되고 있다. 만연한 게 친일파인 시절 독립운동을 선택한 것은 그가 진리에 가까운 옳음으로 다져진 사람이란 뜻일 것이다. 유일한 박사의 헌신은 한국사에 빛나는 역사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유한양행이 전문경영인과 오너 사이의 신뢰를 통해 시대를 선도하는 그룹으로 진화한 것도 유일한 박사가 만든 시스템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거기에 훌륭한 맨파워의 시너지가 더해진 것이다. 시스템과 시너지를 내는 것은 맨파워다. 아무리 사람이 열심히 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문제가 있고 시스템이 좋은데 사람이 이상하면 그것도 성공할 수 없다. 둘의 시너지가 중요한 것인데, 유한양행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졌다.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으로 R&D 역량 입증, 
100년 기업이 준비하는 또 다른 100년

최근 유한양행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슈는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 체결로 입증된 R&D 역량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유한양행은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 확대해왔다. R&D 투자규모는 2010년 431억원에서 2019년 1324억원까지 대폭 상승했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시설 전경 [사진=유한양행] 

2013년 제약업계 1위로 올라선 이후 이듬해 업계 최초의 ‘1조 매출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도입 품목 비중이 커 아쉬운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30개에 달하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랑하며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유한양행은 미국 제약사 ‘프로세사 파머수티컬’과 위장관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YH12852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억1050만 달러, 한화로 약 5000억원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야말로 서프라이즈한 기술이전 계약이었다는 업계 반응이다.

또한 2018년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레이저티닙(Lazertinib) 기술수출 계약을 12억5500만 달러에 체결했으며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이 5000만 달러에 달했다. 레이저티닙은 임상에서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우월함을 증명해 연간 최대 6조원 시장 가치를 전망하는 제품이다. 유한양행이 올 4월까지 받은 마일스톤은 3500만 달러였고 올 하반기 글로벌 3상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NASH(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 YH25724 기술이전 계약은 총 8억7000만 달러 규모이며, 2019년 1월에는 길리어드 사이언스와도 NASH치료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7억8500만 달러에 체결한 바 있다.

기존 제약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덤으로 두고 부가가치 높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로 향후 유한양행의 성장 흐름은 탄탄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올 상반기는 제약업계 3위,
그러나 시류에 휘말리지 않는 여전한 정공법

2019년 상반기 제약업계 매출 순위 1위였던 유한양행은 올해는 선두 자리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내어주고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여전히 유한양행의 행보는 정공법이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이슈에 편승한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이슈를 쏟아내 주가를 출렁거리게 하지만 유한양행은 그 대열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7287억원, 영업이익 36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4%, 54.8%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존 의약 사업뿐 아니라 핵심 자회사들도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덕분이다.

유한양행이 지분 30%를 갖고 있는 합작회사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은 1조3332억원, 영업이익 1734억원이었다. 올해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와 티슈, 물티슈 등의 생활필수품 매출이 늘어 성장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유한양행이 30% 지분을 보유한 한국얀센도 지난해 매출이 3109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85% 성장한 332억원이었다.

1978년에 공채로 입사해 2015년 CEO 취임 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이정희 대표는 올해 6월 창립 94주년 기념식에서 “혁신신약 개발, 신규 비즈니스 확장,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우리의 도전과 노력은 유한 100년 시대의 미래기반을 다지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00년 기업 유한'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장식한 유일한 박사의 유한양행은 21세기 또 다른 100년의 출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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