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장항동 행복주택, 폐기물 더미 위 건축 ‘의혹’
고양시 장항동 행복주택, 폐기물 더미 위 건축 ‘의혹’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9.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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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 공공주택지구 50만평 지하에 수백만톤 폐기물 매립” 주장
LH, 시추조사도 없이 성토작업 진행…시민단체 “공사 중단” 촉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민들과 폐기물업계 관계자들의 ‘폐기물 매립’ 주장을 묵살하고 올해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서 성토 등 부지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민들과 폐기물업계 관계자들의 ‘폐기물 매립’ 주장을 묵살하고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서 성토 등 부지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환경오염 등에 대응한 ‘스마트시티’로 건설해 신혼부부 등 총 1만4000 세대에 분양하는 ‘고양장항 공공택지지구’ 행복주택이 폐기물 더미 위에 세워질 위험성이 제기됐다.

서울시 상암동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 폐쇄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간 약 200만톤의 산업용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가 ‘고양장항 공공택지지구’ 일대에 매립됐는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폐기물을 파내지 않고 부지조성 공사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베이비타임즈 취재 결과, LH는 고양시민들과 폐기물업계 관계자들의 ‘폐기물 매립’ 주장을 묵살하고 올해 고양장항지구에서 공동주택용지 2필지를 공급하기 위해 성토 등 부지조성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장항지구는 대규모 폐기물 매립지여서 철저한 지질조사 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고양시민들의 지적을 무시한 채 지질조사도 하지 않고 KCC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부지 조성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에 폐기물이 묻혀 있는지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3m 정도 높이로 성토를 하고 지반 다지기 작업도 병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LH 관계자는 ‘대규모 폐기물이 매립됐다’는 주장에도 부지조성 작업을 하는 이유를 묻자 “폐기물이 묻혀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어느 지역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파트를 짓다 보면 10m까지는 파내야 하는데 폐기물이 있으면 그때 나오게 될 것이고 발견되는 폐기물은 철저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추후 시추를 통한 지질검사 등을 진행해 발견되는 폐기물을 파내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H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LH는 현재 대규모 폐기물이 매립됐다는 관계자들의 주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폐기물 확인을 위한 시추나 지질조사를 사전에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시추 계획을 밝히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LH는 아파트 건축부지 지하에서 발견되는 폐기물만 처리하고, 아파트부지를 제외한 공원이나 유휴시설이 들어서는 부지의 지하에 매립된 폐기물은 그냥 덮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민들과 폐기물업계 관계자들의 ‘폐기물 매립’ 주장을 묵살하고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서 성토 등 부지조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양시민들과 폐기물업계 관계자들의 ‘폐기물 매립’ 주장을 묵살하고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에서 성토 등 부지조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립 폐기물을 땅 밑에 그대로 둔 채 부지를 조성하려 한다’는 의혹은 고양시와 LH가 지난 8월 24일 고양시청에서 개최한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 지구단위계획 사전심의 TF회의’에서 ‘매립 폐기물’ 확인 및 처리와 관련한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짙어진다.

이날 회의가 ‘장항지구 현안 사항 및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의 분야별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고양시 이관훈 도시정비과장이 주재하고 시 관련 부서·LH 고양사업본부 등 20여명이 참석했음에도 환경 및 폐기물 담당부서 관계자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고양시는 “구체적인 폐기물 매립지역 확인과 폐기물 처리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LH에 고양장항지구 부지조성 공사 중단 조치를 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고철용 비리행정척결운동본부장은 “고양장항지구 50만평 지하에 특정폐기물, 건축폐기물 등 약 200만t이 묻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도 LH는 KCC건설에 하도급을 주어 1만4000여 세대 입주를 위한 평탄작업을 실시 중”이라면서 “땅장사에 혈안이 된 LH와 KCC건설 등 관련 업체는 폐기물의 노출을 감추기 위해 3m가량 복토작업을 하는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본부장은 “고양시장은 LH의 무분별한 땅장사를 응징하려고 삼송동에서 15일씩 텐트데모까지 했는데, 관련 부서에서는 장항동 폐기물 200만t을 감추기 위해 혈안이 된 LH 등에 즉시 행정조치를 하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해 관련자들을 현행범으로 모두 체포해 ‘불행주택단지’가 되는 것을 막아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폐기물업계에 따르면 ‘고양장항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된 고양시 동구 장항동 일대에 지난 1993년부터 건축폐기물 등 특정 폐기물이 지하 3m~5m 깊이로 약 200만t 정도 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장항동 일대에 폐기물 매립작업을 했던 한 폐기물업체 관계자는 “난지도에 버리지 못한 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이 고양시 장항동 일대 논에 대거 매립됐다”면서 “정부와 고양시가 ‘고양장항 공공택지지구’로 지정한 50만평 부지의 70~80% 지역에 폐기물이 매립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990년대 초부터 5년 동안 장항동 일대에 매립된 폐기물은 덤프트럭으로 10만대 분(약 200만t)은 될 것”이라면서 “폐기물 매립으로 지목 변경이 됐기 때문에 현재 고양장항지구 내 밭이나 창고, 공장부지 아래에는 폐기물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본인 소유 논에 폐기물을 매립했다는 한 주민은 “당시 논이나 밭에 폐기물을 매립해 너도나도 지목 변경을 했고 일부는 폐기물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기도 했다”면서 “장항동 일대 지하를 조금만 파면 폐기물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인데도 쓰레기 위에다 대단지 아파트를 짓겠다는 고양시와 국토교통부, LH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156만여㎡(약 47만여평)에 신혼부부 2000가구, 사회초년생 2000가구, 대학생 1500가구 등 행복주택 5500가구를 포함해 공공주택 1만400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2016년 4월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고 2018년 4월 지구계획이 승인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했다.

LH는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를 기후변화, 환경오염,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비효율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친화적 기술과 ICT 기술을 융·복합한 도시 개념인 스마트 시티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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