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년간 5320명의 아빠 직원이 육아휴직 받아
롯데, 4년간 5320명의 아빠 직원이 육아휴직 받아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9.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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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기업 최초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휴직 첫 달은 임금 100% 지원, ‘대디스쿨’ 사전 교육도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최근 남성 육아휴직은 아이 돌봄의 의미를 넘어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솔루션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아빠가 돌봄의 주체가 되면서 엄마의 경제활동 참여가 안정되어 장기적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남성의 육아 휴직, 왜 중요할까'

남성 육아휴직 롯데기업광고 중에서 [이미지=롯데 유튜브 캡처]
남성 육아휴직 롯데기업광고 중에서 [이미지=롯데 유튜브 캡처]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은 롯데의 아빠들

남성 육아휴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업은 롯데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7년 1월부터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남성 역시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눈치를 보느라 관련 제도를 마음껏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울러 롯데는 최소 1개월 휴직과 통상 임금 100%를 1개월 지급하고 있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가 휴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라는 판단으로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 최대 150만원과 나머지 차액분을 회사가 지급하는 것이다.

또한 육아휴직 전 단계에 회사 차원에서 구성한 ‘대디스쿨’ 프로그램을 필수 이수토록 하고 있다. 대디스쿨은 아빠 육아의 필요성과 아빠 놀이 방법의 구체적인 실천, 업무를 병행하며 육아에 참여하는 방식과 노하우 등을 교육하고 사내에서 육아 휴직을 경험했던 선배들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롯데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5320명의 남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받았다. 아빠가 된 직원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대한민국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7662명이었고 롯데그룹 직원이 이 중 1791명으로, 10명 중 1명이 롯데의 아빠들인 셈이다.

'롯데 대디스쿨 교육'에 참여한 롯데남성육아휴직 대상자들
'롯데 대디스쿨 교육'에 참여한 롯데남성육아휴직 대상자들

여성 인재 육성부터, ‘출산율↑’ 나비효과까지

기업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이유는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거시적 안목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롯데는 지난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했다. 출산한 롯데의 여성 인재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자동이라 상사의 결재가 필요 없다. 오히려 육아휴직을 안 받으려면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롯데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신 회장은 평소 조직 내 다양성이 기업 문화 형성과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철학을 갖고 여성 인재 육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2005년부터 여성 신입채용을 확대한 롯데는 2019년 49%의 여성 채용률을 달성했다. 유통 계열사뿐만 아니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전 사를 아우르는 통계여서 더 놀랍다. 2018년에는 계열사 롭스에서 첫 여성 CEO까지 배출했다.

지난달 열린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롯데인재개발원 김미선 차장도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 목적을 “일과 생활의 양립, 여성 평등의 조직문화 정립, 저출생 시대 국가적 과제에 동참”이라고 설명하고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는 갑자기 도입된 것이 아니다.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룹의 정책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2018년 실시한 남성 육아휴직자 배우자 만족도 조사 결과 [자료=‘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롯데인재개발원 김미선 차장]
롯데가 2018년 실시한 남성 육아휴직자 배우자 만족도 조사 결과 [자료=‘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롯데인재개발원 김미선 차장]

현장의 목소리도 이러한 목적에 부합한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롯데가 남성 육아휴직자의 배우자를 상대로 한 설문에서 91%가 ‘남편의 육아휴직이 육아와 가사 분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고, 89%가 ‘추가적인 자녀 출산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대답했다. 함께 키우는 육아가 출산율 제고에도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한 것이다.

한편, 2017년 96%에 달했던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조금씩 줄어 2020년에는 86%를 기록해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기업의 어려운 상황과 맞물린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제도가 있음에도 회사 사정에 따라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의 가장 큰 고민이다. 해결을 위해서 정부 차원의 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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