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부족 사태’ 특허 강제 실시로 당장 생산해야
‘렘데시비르 부족 사태’ 특허 강제 실시로 당장 생산해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8.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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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시민단체 성명 발표 “초국적 제약회사에 국민 목숨 맡겨선 안 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생산 현장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생산 현장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가 부족한 가운데 특허 강제 실시를 통해 국내 생산과 공급을 시작해야한다는 시민단체의 성명이 나와 주목된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국내 특례 수입되어 국내 환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공급자 측 사정으로 렘데시비르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투여 대상자를 70세 이상 환자에게 우선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다수의 보건시민단체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눈치 보지 말고 즉각 코로나19 치료제 생산할 것”을 주문했다. 더 이상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공급에 국민의 목숨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단체에 따르면 한국은 렘데시비르가 국내 처음 도입된 7월 1일부터 길리어드의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50일 넘는 기간 동안 발생한 4152명의 확진자 중 143명에게만 투약이 된 상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체 코로나19 환자 중 3%에게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것이다. 치료제 투약이 의료적 고려보다는 공급량에 따라 좌우되고 있어 외국보다 까다로운 투약 기준이 적용된 셈으로 이렇게 공급량이 제한적인 이유는 렘데시비르 공급을 길리어드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체는 지적했다.

길리어드는 미국의 공공 연구소와 협력해 렘데시비르의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특허 독점 때문에 길리어드와 계약을 맺은 생산시설에서만 생산할 수 있어 생산량 자체가 한정적이다.

현재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은 매일 수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오직 길리어드만이 렘데시비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의학 학술지 JAMA에 의하면 렘데시비르가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산소포화도와 무관하게 폐렴 소견만 있는 중등도의 환자에게도 증상을 개선하는 데 유의한 효과가 있다. 이는 렘데시비르가 항바이러스제인 만큼 신체 내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기 전에 빨리 투약을 시작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면 중증환자의 입원 기간을 4일 줄이고, 중등도 환자 70%가 11일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 감염병에 대응할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국내 의료계 현실에서 렘데시비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입원 병상 부족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 부족사태가 나타난 이유는 특허에 기초한 길리어드의 독점공급 구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이러한 독점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금 당장 렘데시비르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하고 치료제 생산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40조, 특허법 106조의 2에 따라 감염병의 대유행이 우려되면 정부는 특허가 걸린 치료제를 공공 생산시설 또는 민간제약회사에 생산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세계보건총회 이후 줄곧, 백신과 치료제는 누가 개발하든 온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써 공평하게 공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K바이오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에는 이미 렘데시비르 생산역량을 가진 여러 공공·민간 의약품 생산시설이 있다. 전 세계가 렘데시비르의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시설에서 렘데시비르를 생산하고,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야말로, 문 대통령이 말한 감염병 치료제의 공공재를 실천하는 길이라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특허 강제 실시의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캐나다의 경우 2001년 탄저병 유행에 대비하여 치료제 확보를 위해 시프로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해 아포텍스社를 통해 100만 정의 복제약을 생산했다.

또한 이스라엘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력했던 HIV 치료제 칼레트라의 특허 강제실시를 발동했다.

보건시민단체는 “더 이상 강제실시를 미뤄선 안 된다. 한국의 코로나19 유행 추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렘데시비르의 수급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는 초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 이전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생산과 공급을 당장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보건시민단체는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회진보연대, 시민건강연구소,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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