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구하라법, 21대 국회서 부활…"양육은 부모 의무"
폐기된 구하라법, 21대 국회서 부활…"양육은 부모 의무"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8.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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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서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상속제도 문제 개정 못하면 피해자 억울함 이어질 것”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지난해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입법폐기됐던 ‘구하라법’이 재추진된다. 그리고 이를 가리켜 해당 법안의 입법을 청원한 故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씨는 “평생을 슬프고 아프고 외롭게 살았던, 사랑하는 동생을 위한 오빠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한다.

동생의 이름을 빌려 부르게 된 구하라법의 정식 명칭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난 6월2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 임기만료 직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진 탓에 자동 입법폐기된 바 있다. 올해 21대 국회에서 서 의원의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달 11일, 해당 사안의 연장선상으로 ‘양육은 부모의 의무: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구하라법 최초 입법 청원인이자 구하라 씨의 친오빠인 구호인 씨, 그리고 ‘전북판 구하라 사건’으로 잘 알려진 순직 소방관의 친언니 강화현 씨가 토론자로 나서 조속한 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서영교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현행법상으로는 아이를 양육하지 않고 방치한 부모가 자녀 사망 후 상속을 받아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현 상속제도 규정의 문제점을 알고도 개정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억울해 하고 또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우리나라 민법은 지난 1958년 제정 이후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며 “법이 반세기가 지난 현재의 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지난 11일 개최된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서영교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지난 11일 개최된 '구하라법 통과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서영교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 ‘법적 안정성’국민 법 기준과 정의에서 비롯되는 것

토론회 발제는 현재 故구하라 씨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에스의 노종언 변호사가 맡았다.

먼저 노종언 변호사는 최근 대표발의된 민법 제1004조 제6호, 즉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사람’의 추가 조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는 상속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상속결격사유’ 관련 조건으로, 가족 살해·유언장 위조라는 기존의 조건에 덧붙여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가족’을 추가하기 위해 제안됐다.

해당 법안은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가 자녀 사고 후 보상금·보험금을 요구 또는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속인이 재산의 주체인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있을 경우,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현행법상 원칙이기 때문이다.

반면 해당 사안과 관련해 그간 법원이 고수해 온 입장은 다음과 같다.

만약 의무 이행의 ‘기여분’이 인정됨에 따라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부모 상속의 경우 ‘기여분’의 개념이 해당될 수 없다는 것.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지, 특별한 ‘기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법원은 부양의무 미이행을 상속결격사유로 설정하게 되면 그 기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 빈번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 예측한다. 해당 문제가 추후 상속 관련 ‘법적 안정성’의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법원의 목소리에 노 변호사는 “법적 안정성의 개념이 과연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결과를 정당화 할 수 있을 만큼의 중요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민법 제1004조의 개정은 현재 매우 절실하고 긴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 변호사는 “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지켜야 할 ‘보편적 정의와 상식의 구현체”라며 “법 이념 사이에 모순 및 충돌이 있을 경우에는 '정의'라는 이념에 최우선적인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의 법 의식 기준에 ‘정당하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법적 안정성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법 상속법 일부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마련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민법 상속법 일부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마련된 정책토론회 현장. (사진제공=서영교 의원실)

◇ “사회가 바뀌면 법과 제도도 함께 변화해야”

뒤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故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와 故전북 소방관의 친언니 강화현 씨가 발표자로 참여, 해당 법안의 통과를 호소했다.

먼저 구호인 씨는 “최근 언론에서 ‘제2의 구하라 사건’ 이라는 말 등으로 동생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프면서도, 저와 제 동생 같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나도 무겁다”고 심경을 밝혔다.

덧붙여 구 씨는 “단순히 핏줄 때문에 상속의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닌, 실제로 자녀를 양육·부양해야 상속을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회가 계속 변화하는만큼, 법과 제도도 함께 바뀌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숱한 시간동안 동일한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추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2 · 제3의 구하라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하라법은 향후 최종 통과된다 하더라도 현재 구 씨의 가족들이 진행하고 있는 상속재산분할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급입법의 원칙’ 때문이다.

그러나 구 씨는 “우리에게 적용되지도 않는 이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바라는 이유는, 저희 가족들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또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해당 법 촉구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월 순직한 전북 소방관의 친언니 강화현 씨는 “대한민국에서는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이기 때문에 이득을 허락한다는 판례들이 이어져 왔다”며 현행 법 제도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또 “법이 그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해석되고 도덕적으로 비판 받아야 할 사람이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선량한 국민이 억울한 삶을 살고 있다면 시대가 변하듯 법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동안의 법은 가족을 버린 사람과 버려진 가족들을 동등하게 정의하고 심판했다”며 “바른 양육 의무를 이행해 온 국민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정책 토론회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기자회견 당시 서 의원은 “부양의무를 하지 않은 부모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산을 상속받는 것은 사법제도의 크나큰 맹점”이라며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과 가족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구호인 씨 역시 “하라는 평생을 친모로부터 버림받았던 트라우마, 그리고 친모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싸우며 살았다”고 말하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구하라법이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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