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관리 미흡’ 어린이 기호식품 정책, 이대로 괜찮나?
‘합리적 관리 미흡’ 어린이 기호식품 정책, 이대로 괜찮나?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8.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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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규제의 합리적 방안’ 토론회
어린이 기호식품법 기준 명확성 미흡…전면 개정해야
최근 어린이 기호식품 관련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어린이 기호식품 관련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최근 몇 달 사이 ‘어린이 급식 및 식생활 안전’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여름, 음식 섭취 관련 아동 피해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 시작은 지난 6월.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에서부터다. 당시 사고를 당한 아이들 중 일부는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아 투석 치료까지 실시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아동급식안전 이슈는 그 후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된 먹거리 사고는 곧 어린이 식생활 안전 전반에 대한 우려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열린 ‘2020 제1회 식품안전정보원 정책포럼’에서다.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의 전면 개정이었다.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개최된 이날 포럼의 주제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규제의 합리적 관리 방안’. 아동 먹거리 관련 더 올바른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권소영 식품안전정보원 법규제연구부장.(사진제공=식품안전정보원)
권소영 식품안전정보원 법규제연구부장.(사진제공=식품안전정보원)

이날 권소영 식품안전정보원 법규제연구부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는 규제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 사례가 일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영·유아기, 아동·청소년기의 식생활은 생애주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이 시기 식생활 및 영양관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생활 환경이 달라질 수록 소아비만 및 아동·청소년 고도비만율은 높아져만 간다. 해당 사안이 사회 문제로 인식된 것은 꽤나 오래전부터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신체활동 부족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율 증가 ▲과일·채소 섭취율 감소 등 부적절한 식습관 환경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부 방안이 바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하 어린이식생활안전법)’이었다. 지난 2009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은 ▲어린이 기호식품 안전관리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 ▲식품안전보호구역 설정 ▲기준 초과 제품 판매금지 및 광고금지 등의 규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식생활안전법은 그야말로 ‘낡은 법’이 아닐 수 없다. 제정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권 부장은 “이것이 바로 해당 법의 전면 개정 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식품이란...? 기준 설정 막연

권 부장은 이 법이 정의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의 정의와 연령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어린이 기호식품이란 ‘식품 중 주로 어린이들이 선호하거나 자주 먹는 가공식품 또는 조리식품’을 의미한다.

권 부장은 “주로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식품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용어의 법률상 의미를 불명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법상 명시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종류가 막연히 ‘과자 및 캔디류·초콜릿류·가공유류·제과제빵류·아이스크림류’ 등의 식품유형으로만 분류돼 있어, 구체적인 기준 설정에도 한계를 나타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권 부장은 “식품 소비트렌드 및 생활양식이 나날이 달라짐에 따라 아동·청소년들이 섭취하는 간식의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특정 제품의 범위를 주기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정책 대상 연령, 합리적 기준 도출 필요

또 한가지 쟁점은 해당 법이 정의하고 있는 ‘어린이’의 범위다.

어린이식생활안전법은 ‘어린이’라는 명칭의 범위를 통상 사용하는 어린이의 기준보다 더 넓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과 동일하게 18세 미만 모두를 지칭한 것.

그러나 타 법률(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도로교통법)에서는 어린이의 개념을 13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권 부장은 “정책 추진의 대상이라는 시점에서 연령기준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며 “법 시행 대상 지칭은 용어의 통일성보다, 나이대별 역량 객관화를 통해 적합한 연령기준을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고저식품’ 규제 범위 상세화 작업 이뤄져야

식품 성분에 관계없이 무분별한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과 관련해서는 현실에 맞는 규제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부는 현재 열량·당류·포화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어린이 기호식품을 ‘고열량·저영양 식품(이하 고저식품)’이라 정의, 별도의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우선 고저식품은 ‘학교 및 우수판매업소(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덧붙여 관련 표시 및 광고를 제한하는 등의 마케팅 또한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에는 매점이 없다.

그러나 최근 어린이 기호식품은 매체 광고의 영향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공간에 대한 제재 방식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지난달 22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제1회 식품안전정보원 정책포럼. (사진제공=식품안전정보원)
지난달 22일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제1회 식품안전정보원 정책포럼. (사진제공=식품안전정보원)

그렇다면 고저식품의 합리적 규제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

권 부장은 현행 기준, 1회 섭취참고량당 열량이 300kcal를 초과하는 식품일지라도 단백질 2g 이상이면 고저식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즉, 칼로리가 높은 고열량 음식도 일정량의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다면 식품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 시판중인 과자류 대부분은 고저식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캔디류는 고저식품에 해당하게 된다.

대다수의 어린이 기호식품이 고열량·저영양 식품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를 위한 합리적이고 사회적인 합의가 미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부장은 “고저식품 관리의 정책 효과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어린이식생활안전법은 ‘식품의 특징적 선별 및 관리’라는 목적 이외에도 실제 어린이가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더 효과적인 어린이 기호식품 관리를 위해서는 특정 제품(군)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본래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사회적 합의가 더욱 발전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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