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사태 딛고 힘찬 날갯짓해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사태 딛고 힘찬 날갯짓해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8.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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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올 상반기 실적마저 15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안팎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국내 노선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을 발표할 당시에도 이스타항공은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제주항공도 2018년 말부터 시작된 단거리 노선 공급 과잉과 일본 여행 불매운동 등으로 형편은 어려웠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과감한 투자를 선택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함으로써 저비용 항공업계 구조조정은 물론 단거리 노선 경쟁 완화와 비용 절감으로 제주항공이 초대형 LCC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업계의 평가도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실패했으나 또 다른 선택지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려는 데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었다. 어쨌든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저비용 항공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펼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었다.

이 당시 주요 저비용 항공 국제선 시장 점유율은 제주항공이 9.3%로 1위, 다음으로 진에어(5.7%), 티웨이항공(5.4%), 에어부산(3.9%), 이스타항공(3.3%), 에어서울(2.0%) 순이었다. 참고로 대한항공은 22.2%, 아시아나항공은 15.3%를 차지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12.6%로 높아져 상당한 경쟁력 확보가 점쳐지는 국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주항공의 꿈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을 만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항공업은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임차료 등 고정비 비중이 40%에 달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저비용 항공사에 3000억원을 지원했지만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으로는 코로나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는 화물수송이라는 돌파구를 찾아 2분기 흑자전환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냈지만 여객사업에 의존하는 LCC는 그마저도 어려웠다. 결국 제주항공은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미지급 체불임금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7월 23일 공식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포기를 선언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이번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정부 지원 없이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총부채가 2200억원 규모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여서 결국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1500여 명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미래통합당이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상황은 더 꼬였다.

통합당에 의하면 2015년 이상직 의원의 자녀가 자본금 3000만원으로 페이퍼컴퍼니 이스타홀딩스를 세웠고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금 100억원을 받아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68%)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편법증여와 조세포탈 등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집권 여당 소속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의혹 제기가 당쟁으로 변질되어 정부 지원의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도 쓰러져 가는 기업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직 의원을 지난 7월 29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미룬 채 묵묵부답이다. 남겨진 직원들의 생사만 더욱 위태로운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어린 나이의 자녀들을 대주주로 만들면서까지 이루려던 것이 무엇인지, 국회의원 신분답게 사회에 무엇을 환원하려 한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제주항공이 이러한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포기한 것은 관성의 법칙을 깨며 '절제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속도에 못 이겨 그대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더라면 동반 추락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물론 멈췄다 해서 포기로 보지는 않는다. 숨고르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합병 무산에 대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주주들의 피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인수 포기로 제주항공은 약 22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지만 내실을 돌아보는 이성의 끈을 잡은 것이다.

이번 인수 포기 결정까지 불거진 비난과 억측으로 결단과 희생의 시간도 필요했겠지만, 3대 메이저 항공사로 들어가기 위한 길을 스스로 멈춘 자체로 칭찬 받을 일이라고 본다. 또한 앞으로 그룹이 보여줄 리더십의 결이 살아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이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많은 LCC 항공사들이 순환휴직제와 유상증자 등으로 살 길을 찾고 있지만 하반기를 버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저비용 항공사들이 처음 운항을 시작했을 때, 정부도 타당한 가능성을 갖고 이를 허락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리스크가 크다고 지원을 망설이며 그저 지켜보고 있기에는, 무너진 업황이 가져올 마이너스 효과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제주항공이 어려운 국면을 이겨내고 활짝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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