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상반기 영업손실 1500억원...이스타 인수했으면 어쩔 뻔?
제주항공, 상반기 영업손실 1500억원...이스타 인수했으면 어쩔 뻔?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8.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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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 대표주자로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올 상반기 1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해 우려를 낳게 했다. 지난달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더 큰 타격으로 동반 추락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항공은 지난 5일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360억원으로 작년보다 88.5% 급감했고, 영업 손실은 847억원으로 작년 동기 영업 손실 274억원의 3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5분기 연속 적자로 1분기 657억원 영업 손실과 합쳐 상반기에만 1504억원의 적자를 낸 셈이 됐다. 

제주항공의 영업 부진은 코로나19로 매출 74%를 차지하던 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된 결과다. 현재 제주항공은 여행객 급감으로 국제선 76개 노선 중 4개만 운항하고 있다. 국내선도 부정기편을 제외하고 8개 노선을 운영 중이지만 항공사 간의 유례없는 경쟁 심화로 단가가 하락해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임원급 임금 반납과 순환휴직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월 200억~300억원 대의 고정비가 소요되고 있어 영업 손실 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3분기 역시 힘든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선 여객 시장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제 여행객 수요회복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약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12일부터 시작되는 우리사주조합 청약 일정을 준비 중이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3분기 운영자금을 확보해 시간을 번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또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계약금과 대여금 등으로 약 220억원의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있지만 추가적인 재무부담을 덜게 되어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기준 자본 총계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였고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의 적자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올 3월 최종 인수가 545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3월 24일부터 이스타항공의 전 노선이 운항 중지되면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연기했고 6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 체불임금 등의 논란 끝에 결국 7월 23일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항공업계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깜짝 흑자실적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2분기 매출 1조6909억원, 영업이익 1485억원, 당기순이익 1624억원으로 매출은 작년보다 44% 감소했지만 화물에 집중한 영업전략으로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또한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아시아나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51억원으로 6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아시아나 역시 화물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증가한 6391억원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여객사업에 주로 의존하는 저비용 항공사들은 화물운송 같은 대안이 마땅치 않아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선의 출혈 경쟁만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물심양면의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 자체의 비용 절감과 새로운 영업전략 등 자구책이 절실해 보이지만 현재 국면은 이것만으로 부족해 보인다"며 "정부도 채찍질을 앞세우기보다는 비상 시국에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당근책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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