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내가 매달 아이와 은행에 가는 이유
[워킹맘 공감] 내가 매달 아이와 은행에 가는 이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8.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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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여름방학 때 어디 놀러갈까. 가고 싶은 곳 있어?”

“응, 있어. 은행!”

지난해 첫째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준 다음부터 첫째 아이의 가고 싶은 곳 1순위는 은행이 됐다. 만원이든 2만원이든 돈이 모이면 곧장 은행에 간다. 명절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에 가족 또는 친척에게 받은 돈을 통장에 입금하고, 금액 옆에 준 사람이나 특별한 이유를 기록하고 있다. 통장에 적힌 금액이 많아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어린 아이가 통장을 가져와서 예금하는 것을 귀엽게 보고 칭찬을 해준 은행직원들의 친절함도 아이가 은행을 좋아하는 데 한 몫 했다.

아이가 생기면 꼭 하고자 마음먹은 교육이 있다. 바로 경제교육. 우리나라 많은 부모가 그렇듯이, 학창시절에 부모님께 돈에 대해서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은 물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늘 빠듯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던 부모님의 지출 습관을 보면서 돈은 무조건 안 쓰고 모아야만 하는 것이란 생각을 스스로 체득했을 뿐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던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를 아이에게는 대물려 주고 싶지 않았다.

흔히 경제활동은 어른들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 역시 매일 경제활동을 한다. 일상 속에서 매일 과자나 우유 등 필요한 것을 사고 본인의 용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때 아이에게 단순히 돈을 아껴 쓰라는 말 대신, 왜 돈을 아껴 써야 하고 어떻게 아껴 써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현명한 소비자가 되도록 가르치고 싶었다.

경제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필자가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출근길,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와 헤어지면서 왜 엄마가 일해야 하는지를 돈과 연관시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도 그것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겼다. 엄마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돈을 버는 것의 의미를 좀 더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일부 워킹맘들이 아이와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을 통해서 보상하곤 한다. 아이가 원하는 물건을 뭐든지 사주는 식이다. 그럴 경우 자칫 아이는 잘못된 소비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를 막고자 아이의 경제교육에 더 신경을 쓰고 싶었다.

일단 아이가 원한다고 무조건 사주지 않았다. 살 것이 있다면 여러 개 중 단 하나만 사도록 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고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이 앞에서라면 돈을 쓰는 것을 더 조심했다. 주말에 대형마트에 함께 가면 카트에 물건을 담기 전에 꼼꼼히 살피고 비교하는 습관도 잊지 않았다.

자녀에게 돈에 대해 일찍 알려주면 너무 ‘돈돈’ 할까 봐 염려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돈의 가치를 모를 때 아이들은 욕구에 쫓겨 지출하고 돈을 밝힐 위험이 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늘 용돈을 어떻게 쓸지 같이 논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교육을 위해 최근 들어 한 가지 추가한 일이 있다. 저금통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하나는 아이 자신을 위해,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 즉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저축하는 용도다. 일찍부터 경제교육을 잘 하기로 유명한 유태인 교육방식을 차용했다. 유태인들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할지라도 나눔을 행할 줄 모르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녀가 어릴 때 부모가 가정에서 행하는 교육은 아이의 일생을 좌우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다른 교육에 쫓겨서, 또는 그렇게 자신이 배웠기 때문에 경제교육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정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경제적 관념과 논리를 습득하게 한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유튜브에서 ‘교육 대기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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