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송회옥 칼럼] "학교보건은 나의 인생"
[보건교사 송회옥 칼럼] "학교보건은 나의 인생"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7.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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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회옥 덕화중학교장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요즘, 미스터트롯을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얼마 전 TV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터’에서 가수 임영웅이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는 것을 보며 내 인생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분명 이 노래는 가수 이미자가 불러 어릴 적에 이미 들어본 노래인데, 노래가락과 가사가 지금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보건교사로서 4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 할 때가 되어 더욱더 이 노래 가사에 공감했는지도, 또 내 가슴 속 깊은 곳에 울림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오롯이 “학교 보건은 내 인생”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984년 당시 보건실 풍경>

초임 학교의 보건실은 빛이 들지 않는 교무실 맞은편 숙직실에 마련돼 있었다. 숙직실 1/3을 캐비넷·약장·가리개로 가름막을 한, 책상·드레싱카가 살림살이 전부인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시설 업무를 맡은 주사님 두 분이 보건실 제외 2/3만큼의 숙직실에서 점심을 드시고 휴식하셨다. 당시 우리 학교 보건실은 독립적이지 못한 공유 공간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야말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 당시 보건업무는 ▲여학생 대상 생리교육 ▲순결교육 위주의 보건교육 ▲상병 악화 방지를 위한 응급처치 ▲감염병 예방 및 관련 예방접종 등과 관련된 업무 위주였다. 지금의 보건업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보건실을 찾는 학생은 언제나 많았다.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은 대부분 복통·두통·가벼운 외상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습관적으로 보건실을 방문하는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도 있었다.

몸이 아프지 않더라도 마음이 아파서 오는 ‘학생이 위로 받는 곳’, 즉 보건교사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통해 스스로 성장해 가는 영양분을 얻는 곳이 바로 보건실이었다.

<보건교사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응급상황>

어느 금요일 하교시간, 1층 복도에서 학생 한 명이 발작을 했다. 발작의 상황이 심해서 당황스러웠지만 간호대학에서 배운대로 침착하게 해당 상황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먼저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없도록 살핀 후 학생의 사생활 존중을 위한 가름막을 설치했다.

또 보호자 연락 및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발작이 끝나 침대로 학생을 옮겨 눕히자 부모님이 오셨다. 그 후 병원으로 이동한 해당 학생은 이튿날까지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지속돼 며칠간 입원을 했다고 한다.

이렇듯 보건교사는 흔하지는 않지만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 가끔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혹자들은 보건교사는 참 편한 직업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보건실 업무 또한 다양화·다변화 됐다. 학부모·사회가 바라는 요구가 더욱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기건강관리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보건교육이 중요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위급한 상황이 되면 머리가 쭈뼛쭈뼛 서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혹한의 직업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응급상황은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교내에서 유일한 의료전문가인 보건교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보건실을 이용하는 모든 학생이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보건의 변천>

숙직실 1/3 면적의 더부살이. 그리고 빛이 들지 않는 창고 같은 교실 반 칸.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건교육 내실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학생 건강관리 및 자기건강관리 능력 함양을 위한 보건교육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그동안 학교 보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보건교사 제단체에서 관련 기관에 끊임없이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지난 1998년 양호실에서 보건실로 ‘보건실의 현대화’가 시작되자 대부분의 학교는 보건실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다. 이 결과 2002년에는 양호교사의 명칭이 보건교사로 변경됐고, 시대의 요구에 맞춰 그 역할도 확대됐다.

그 후, 학교 보건은 보다 전문적인 영역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일선 학교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보건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 상황이 이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부터 보건장학사 제도가 실시됐다. 나 또한 2007년 9월에 보건전문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보건전문직으로의 역할>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신종플루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전문직 수행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 중 하나다.

2009년 7월부터 환자가 발생하더니 그해 2학기는 신종플루 대유행이 이어졌다. 그 때 보건교사들 모두 온 힘으로 학생관리에 힘썼던 기억이 난다.

보건교사 생활 수십년 동안 감염병 대유행 사례가 없었던 터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역량이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질병 발생 초기에는 변변한 대응 매뉴얼도 없었다.

막상 신종플루가 유행하니 학교 현장 내 감염병 예방 최일선에 있는 보건교사는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힘든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당시 보건실에 있는 전자식 체온계는 1~2개가 전부였다. 손소독제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사상 처음으로 아침 등굣길 전교생 대상 체온 측정을 실시했다. “체온 측정이 무슨 효과가 있나?”, “날이 추워 바깥에서 체온이 잘 측정되지 않는다” 등 참으로 많은 말들이 나왔던 것 같다.

위기 또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학부모는 학교와 보건교사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학교 관리자와 감염병 담당자인 보건교사는 더욱더 민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보건교사들은 온힘으로 신종플루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신종플루 위기를 극복해 낸 내 주변 보건교사 몇몇은 그 때 너무 힘이 들어 탈모 및 기억력 감퇴 증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소회를 전해 오곤 한다. 2009년 신종플루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 말이다.

신종플루는 학교 내 학생들이 주로 감염됐다. 이 때문에 당시 우리 지역 교육청은 신종플루 확산방지를 위해 최초로 예비비 23억원을 마련 및 투입하기도 했다.

해당 예산은 학교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 보조 인력 배치·체온계 구입비·손소독제 지원비에 사용된 바 있다.

<학교관리자가 되어서>

우리 시대 감염병 대유행은 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19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코로나19는 사상 초유의 개학연기 사태를 일으키며, 휴학·등교일수 조정·가정 내 온라인 수업을 실시하게 했다.

온라인 수업 및 등교 수업 병행 시기에는 등교수업기간 동안에는 선생님들이 학생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많은 제약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직원들은 참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침 체온측정과 중식 배식에도 적극 임해주었고, 감염병 담당자인 보건교사는 총체적 계획 수립 및 관리 등 큰 역할을 해주었다.

학생들은 선생님 지도하에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주는 등 학교 구성원 어느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학생의 건강관리와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 해준 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제 며칠 있으면 여름방학이다. 방학기간 동안 학생·교직원·학부모 모두가 건강한 날들을 보내기를 바란다.

아울러 오는 2학기에는 정상적인 등교수업이 이루어져 교실이 온통 학생으로 가득한 향기로운 꽃밭이 되고, 반짝이는 별밭이 되어 꿈을 가꾸어 가는 희망적인 미래를 그려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포스트 코로나19 준비>

코로나19가 우리사회 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교육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학교보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코로나19 이후 학교보건의 발전 방향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우리의 희망인 학생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라인 보건교육 ▲앱을 통한 건강관리 ▲다학교 소집단 선택과목 운영 등 다양한 방법과 시도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송회옥 덕화중학교장 약력>

- 대구시보건교사 회장

-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 달성고, 동촌중학교 교감

- 現 덕화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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