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아이가 크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
[워킹맘 공감] 아이가 크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7.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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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첫째와 함께 대형서점에 갔다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혼자서 원서를 읽는 모습을 봤다. 일고여덟 살로 보이는 아이는 그야말로 영어문장을 막힘없이 술술 읽었다. 파닉스도 마쳤는지 발음까지 완벽했다. 고개를 돌리자 만화캐릭터 책만 사달라고 조르는 내 아이가 더욱더 도드라지게 눈에 들어왔다.

워킹맘이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아이의 교육문제를 제대로 직면할 때다. 크게 의식하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던 교육문제를 마주하는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아이가 유년기일 때는 조부모나 돌봄기관의 도움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지만,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부모의 책임과 의무가 오롯이 드러난다.

최근 들어 필자 역시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의 교육문제를 놓고 부담이 커졌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느낄 때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이가 크는 것이 문득 두려워진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챙겨야 할 것은 대개 준비물 정도였다. 소풍 가는 날,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챙기는 수고 정도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유치원과 학원에 다니면서 옆에서 세심하게 챙겨야 할 과제가 점점 늘어났다. 책을 읽어주고 독서공책을 아이와 함께 작성하는가 하면, 알림장을 살피고 학원 숙제까지 챙겨야 한다.

그러다 너무 바빠서 챙기는 것을 놓치기라도 하면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는 것만 같았다. 엄마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다고 누군가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 물론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살뜰히 살핀다고 해서 교육을 잘 시킨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늘 죄책감에 시달리는 워킹맘에게는 분명히 더 크게 와 닿는 문제임은 틀림없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의 최대 고비는 단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이다. 부모가 챙겨야 할 숙제나 준비물, 학부모 모임 등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간신히 버틴다고 해도 학년이 올라가면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다. 이제는 어엿한 학생으로서 학습습관을 잡아줘야 하는 것이다.

교육전문기자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워킹맘을 만났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외로움이었다. 자녀의 교육문제 앞에 부족함과 무력감을 느끼지만, 이 고민을 같이 나눌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최근 필자가 유튜브에 교육정보를 나누는 채널을 만든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실제로 학령기에 접어둔 아이를 두고 고민이 커지면서 많은 선배 워킹맘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컸다. 엄마들을 대신해 교육계리더에게 교육정보를 대신 물어보는 콘셉트를 잡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채널을 통해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교육고민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워킹맘이라서가 아니라 부모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당연한 감정인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으니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말이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유튜브에서 ‘교육 대기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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