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버린 ‘위기취약아동’…학습결손·학대방임 무방비
숨어버린 ‘위기취약아동’…학습결손·학대방임 무방비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7.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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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재난 위기 취약아동 교육과 복지’ 토론회
코로나19 이후 끊어진 일상에 ‘복지 사각지대’ 존재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재난은 누구에게나 위기다. 그러나 그 위기를 누구보다 더욱 힘겹게 견디는 이들이 있다. 가정 내 보호 결핍 현상이 두드러지는 사회적 약자 ‘저소득 위기 아동’ 이야기다.

그렇다면 재난위기 취약계층으로 불리우는 해당 아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그리고 이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서는 향후 어떤 것들이 준비돼야 할까.

지난 2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재난 위기 취약아동 교육과 복지’ 토론회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사회복지사·지역아동센터·아동그룹홈의 시각에서 본 재난위기 취약아동 관련 대응 사례 및 어려움을 짚어 봤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위기 취약아동 교육과 복지_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교 기자)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난위기 취약아동 교육과 복지_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관계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은교 기자)

◇ 코로나 이후…집으로 숨어버린 ‘복지 사각지대’ 아이들

전국 1만1675개 초·중·고교 가운데 학교 내 ‘학교사회복지사’가 있는 학교는 1718개교에 불과하다. 전체의 14.7%다.

‘학교사회복지사’는 말 그대로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다. 교내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상학생’들의 교육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소 각별한 보호가 필요한 이 대상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과연 평등하고 평균적인 사회 복지를 누리고 있을까?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감염병 확산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아이들이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고통을 그대로 안은 채 모두 집으로 숨어버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다양한 활동을 실시했다.

질병 발생 초기였던 ‘관심·주의 단계’ 당시에는 등교를 하지 않는 방학 시기였으므로 학생들에게 감염병 예방 지침들을 안내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이어 ‘경계·심각 단계’에서는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방역물품 꾸러미를 들고 취약계층 아동 가정 방문에 직접 나섰다.

당시 중요한 것은 꾸러미 선물을 전하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대면하면서 학생안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시급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당시 아이들을 직접 찾아다닌 결과, 이 시기에도 ‘혼자 있는 아이들·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감염병 확산 예방 조치로 일상 활동이 모두 멈춰진 상태에서 집 안에만 있던 아이들의 정서적 위기 또한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아동학대 및 방임 등의 문제 현상이 지속되고 있던 터라, 방학기간이었지만 가정방문 활동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
최웅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

온라인 개학 이후도 무척 중요했다. 무엇보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

최 회장은 “그 때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온라인 학습 환경에 취약한 아이들을 찾아다녔는데,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음을 알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했다”며 “평소 취약계층으로 인식하고 있던 조손가정·한부모가정·맞벌이 가정 뿐만 아니라, 미등록 다문화가정·부모님이 장애를 겪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해당 경우, 가정 내 학습 환경이 굉장히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그 아이들에게는 ‘학습 결손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게 된다.

최 회장은 “아동 방임을 직접 목격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가정 방문 당시 집 안에 아이가 있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선생님이 문을 따고 들어가 아이를 직접 데리고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그 집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며,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아동학대 및 방임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내에 학교사회복지사들이 없는 학교들은 그 아이들이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450만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관심과 보호의 손길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집 안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등교 개학’이 시작됐다. 학교를 가게 되면 아이들의 위기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

현재 학교 현장은 온라인 개학 기간동안의 학습 결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현재 아이들의 학습결손 지원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최 회장은 발제를 통해 학교 현장 내 사회복지 중요성을 지속 호소했다.

특히 현재 ‘교육환경’은 ‘교실환경’이 아닌 ‘가정환경’이 돼 버렸다며 교육과 복지의 관계가 모호해지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으로 기관 중심이 아닌 학생중심으로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최 회장은 “현재 코로나19 보균자를 찾아내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아동학대 또는 청소년 자살문제는 왜 선제적으로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사고가 터져 이슈가 되고 사회문제화 돼야 대책 강구에 돌입한다며, 관련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성태숙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
성태숙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

◇ ‘돌봄’은 함께 마주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

성태숙 구로파랑새지역아동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에서의 위기아동 돌봄 관련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19 형국 이후 ‘긴급 돌봄’ 운영으로 분주한 시간을 거쳐온 전국 지역아동센터에는 ‘양극화 현상’이라는 문제점이 상존해 왔다. 아이들이 몰리는 곳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아이들이 없는 곳은 정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성 센터장은 “나는 비대면 서비스를 고민해본적이 없다. 지금까지 계속 대면 서비를 실시해왔기 때문이다”라며 나름의 고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돌봄 서비스는 결국 종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구체적 방향 제시 없는 노력들이 최근 종사자 스스로의 ‘소진’을 초래하는 문제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성 센터장은 “돌봄이란 손과 손이 마주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구체적 매뉴얼과 생활밀착형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돈보스코나눔의집 시설장.
이상윤 돈보스코나눔의집 시설장.

◇ 학교-지역사회 원활한 소통으로 혼란 발생 줄여야

가정형 생활시설인 아동그룹홈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내고 있을까?

이상윤 돈보스코나눔의집 시설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단체생활시설인 그룹홈과 학교 및 관계 기관 사이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낀 바 있다”고 호소했다.

일례로 교내 발열체크 후 고온 현상을 나타낸 학생이 다시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학교-지역 보건소 간 소통의 불확실성이 발생해 보호자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이 시설장은 “관련 기관들이 함께 논의해 공통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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