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시락 기부하는 CEO’ 무까식당 정진채 대표...“오늘 뭐 무까?”
[인터뷰] ‘도시락 기부하는 CEO’ 무까식당 정진채 대표...“오늘 뭐 무까?”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6.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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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까식당 정진채 대표
무까식당 정진채 대표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코로나가 휩쓸고 간 도시 대구에서 ‘판매’가 아닌 ‘기부’를 우선으로 하는 CEO를 만났다. ‘갓 지은 도시락으로 전하는 감동’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무까식당의 정진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2016년 대구 성서 1호점으로 시작한 무까식당은 ‘매일 아침 조리’를 원칙으로 고객에게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전달하고 있는 도시락제조업체다. 고객과 호흡하며 까다로운 입맛을 정확히 파악해 창업 4년 만에 4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을 만큼 건실한 성장을 하고 있다.

“오늘 뭐 무까?”라며 다정히 말을 건네던 어머니의 추억에서 시작한 무까식당은 어머니 밥상을 받듯 푸짐하고 넉넉한 인정으로 고객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까식당의 또 다른 성공비결은 금전적 이익에 앞서 남을 돕는 일에 더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대학병원 의료진과 의료원, 소방대원, 골프 꿈나무들에게 무료 도시락을 지원하며 남이 알아주는 것을 마다하고 묵묵히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함 속에 신뢰를 담아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경영이념으로 도시락 선행을 펼치고 있는 정진채 대표를 만나 남다른 기부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Q. 대표님 반갑습니다. 대구에서 무까식당의 도시락 선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기부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코로나가 터지면서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대구·경북 집단감염이 터진 2월부터는 거리에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고, 무까식당도 창업 4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저희 매장이 영남대학교 내에 있는 관계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접하게 되었는데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작게나마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일회성, 단발성 기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부 문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구 집단감염이 시작된 2월 16일부터 4월 말까지 주말마다 100개의 도시락을 영남대학병원에 기부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머니는 늘 사람을 귀하게 여겨 집에 오신 손님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그 모습이 떠올라 목숨 걸고 근무하는 병원 의료진뿐 아니라 응급차 소방관에게 잠깐이나마 따스한 한 끼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위기였지만 함께 헤쳐나갔기에 대구는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쁩니다.

의료진과 소방대원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는 정진채 대표
의료진과 소방대원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는 정진채 대표

Q. 일회성 기부가 아닌 지속성을 지닌 기부라니 취지는 분명 훌륭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적 부담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두 번 정도 기부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으로 한 번 하고 마음의 부담을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쪽잠을 자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환자들의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해 밥이라도 잘 먹이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지속적인 기부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경영을 하면서 코로나19로 가장 달라진 점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구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기에 최근 저희도 배달이나 배송을 통해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원래 ‘수제 도시락’이 대표 메뉴였는데 최근 100% 무설탕 착즙주스를 런칭했고 쿠팡 등 이커머스 분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통채널의 높은 수수료가 가장 큰 장애물이었는데, 저희의 가치를 알아 봐준 분들 덕분에 서로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현재 수박주스가 아이들 건강음료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당장의 수익과 돈을 생각하면 기부를 안 하거나 줄이는 것이 답이겠지만, 코로나를 통해 나만 잘사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닌 함께 상생할 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더 큰 돈은 나중에 따라오지 않을까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내가 먼저 내어주면 결국 돌고 돌아 더 크게 성장할 거라 믿습니다.

어머니께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번 일을 통해‘주는 기쁨’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혹시 어머니가 창업의 이유가 되었나요?

저희 형제는 저희를 가장 사랑해주시던 어머니를 20대 때 좋은 곳으로 보내드렸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살다가 둘이 대구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죠. 돈이 없어서 외식보다 집밥을 먹어야 했는데 그때 형이랑 어머니 음식을 많이 그리워했어요.

어머니가 늘 “오늘 뭐 무까? 이거 무까? 저거 무까?” 물어보시곤 했는데,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려고 고민했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식당에 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어드리고 싶어서 ‘무까식당’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지금은 고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때 엄마의 손맛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며 초심을 잃고 싶지 않아서, 사람 구분하지 않고 늘 푸지게 음식을 내어주신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며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가득한 무까 수제 도시락
신선한 재료와 정성이 가득한 무까 수제 도시락

Q. 대표님의 마인드가 인상 깊습니다. 무까식당으로 바로 달려가고 싶네요. 무까식당의 대표 메뉴와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대표메뉴는 ‘무까 수제 도시락’입니다.

“뭐 도시락,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다릅니다.‘당일 조리’를 원칙으로, 햇썹 인증을 받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조리한 뒤 3시간 내 배달을 기본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대량 생산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음식을 한 뒤 바로 담아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잖아요. 맛과 조리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내느냐인 것 같습니다. 무작정 낮은 가격에 도시락을 공급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날 한 번 먹는 외식이 아니기에 매일 엄마가 해주는 음식처럼 월도시락, 월반찬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마진폭을 낮추었습니다.

차별화 포인트는 당일조리, 3시간 이내 배달, 업계 최고의 가성비라고 생각합니다.

Q. 맛있는 무까도시락! 서울에서도 먹어보고 싶은데요. 향후 확장 계획은 없나요?

프랜차이즈를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향후 확장을 하더라도 저의 경영철학과 신념, 가치가 이어질 수 있는 직영점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창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까도시락이 가진 가치를 알아보고 구매해주시는 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고객의 입소문으로 1호점의 경우 성서 맛집으로 소개되었습니다. 그것이 느리지만 길게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무분별한 확장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경쟁력 있는 스테디셀러 메뉴 개발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경영 방식을 고수할 예정입니다.

직원들과 도시락 포장을 하고 있는 정진채 대표
직원들과 도시락 포장을 하고 있는 정진채 대표

Q. 마지막으로 10년 후 대표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저는 정진채라는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보다 무까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인 밥상의 기본이 되는 밥과 반찬에 주력해보고 싶습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질리지 않는 엄마 밥상처럼 일상에 스며드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어떤 것을 또 시도하고 도전하게 될지 모르지만, 저도 기대가 됩니다. 큰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도심의 제조 소상공인들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제가 백종원은 아니지만,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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