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딸 ‘별이’를 잊지 말아요"
"이주노동자의 딸 ‘별이’를 잊지 말아요"
  • 안무늬
  • 승인 2014.06.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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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는 폐가 접힌 채로 태어나, 손과 발이 접히지 않고, 쓸개에는 돌이 있어 10년 이상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주 노동자의 딸이다. 그들의 부모는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별이의 병원비를 모으고 있지만, 한국 부부의 어린이가 아닌 별이는 하루에 60만원에 달하는 입원비를 내야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별이의 부모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임신 당시 별이의 장애 사실을 알면서도 별이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사지기형 장애 앓는 별이, 이젠 폐렴까지…

 


별이는 올해 1월 4일 태어난 필리핀 이주 노동자 부부의 딸이다. 첫 돌도 되지 않은 이 아이는 선천성 사지기형 장애(선천성 내반족, 선천성 다발성 관절만곡증) 판정을 받고부터 엄마 품이 아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별이는 폐가 접힌 채로 태어났으며, 쓸개에는 돌이 있어 내반족, 관절만곡증 등의 치료와 함께 10년 이상의 장기적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폐렴까지 겹쳐 그 작은 몸에는 호스와 주삿바늘이 여러 개 감겨 있다. 아이는 자가 호흡조차 힘들어 호스에 의존한 채 1분 1초 힘겹게 버티고 있다.

5월 중순,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에서 지냈던 별이는 지난 10일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하루 입원비만으로 57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써야 하는 별이의 부모에게는 딸을 집에서 돌보는 것은 그저 꿈이다. 그들에게는 입원비뿐만 아니라 약값, 수술비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 우리 아이를 도와주세요


 


중환자실에 입원한 별이를 돕겠다는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보태주고 있다. 한국인 부부가 아닌 필리핀 노동자 부부의 아이임에도, 아이를 ‘국적’에 따라 분류하지 않는 사람들이 꾸준히 힘을 모아준 덕분에 별이 부모는 빚을 차근차근 갚아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힘내요’라는 소셜 응원 사이트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각각 5백만 원, 530여만 원의 입원비가 모여 별이 부모의 부담을 덜어줬다. 천주교도인 그녀의 부모에게 천주교 성도들이 보낸 2500여만 원 역시 큰 힘이 됐고 액수보다 중요한 ‘마음에’ 그녀는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사실 별이 어머니 올리비아 씨의 바람은 큰 것이 아니다. 좋은 집, 멋진 차를 바라지도, 별이가 완쾌돼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녀의 바람은 단지 “이 작고 예쁜 아이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만큼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란다”며 소박한 바람을 털어놨다. 그녀에게는 ‘완치’라는 단어는 쉽게 말할 수조차 없는 기적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 별이가 폐렴 치료를 위해 중환자실로 옮기기 전 모습

 


그녀는 별이를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지만 도와주시면 잊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잊지 않고 꼭 갚겠다”며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한국인’ 아닌 ‘부모’의 눈으로 바라봐야

사실 별이의 부모는 필리핀 사람으로, 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 외에는 한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올리비아 부부와 그들을 돕고 있는 천주교의정부교구 Exodus의 활동가들 역시 그 점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별이를 도와달라는 자신들의 호소에 ‘한국 아이도 아닌데…’라는 반응이 돌아올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학생들이 모아 보내준 천원 이천원부터 시작해 신한은행, 이랜드 등 대기업의 후원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이미 별이에게 더 없이 소중한 마음을 선물했지만, 1일 입원비 57만원, 수술비 1천만 원인 별이를 돕기에 그 액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그들은 필리핀대사관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늘어가는 빚에 한숨지을 수밖에 없다. 여전히 별이를 ‘아이’가 아닌 ‘외국인’으로 보는 이들의 날카로운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올리비아 씨 부부는 이미 한국 거주 20년차인 우리의 이웃들이다. 그들은 한국 음식을 즐겨 먹으며 한국의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병원비 지원만큼이나 ‘따듯한 시선’이 필요하다. 까만 피부에 짙은 쌍꺼풀, 어눌한 한국말에 그들을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5개월 딸아이를 살리고 싶은 부모일 뿐이다.

부모의 마음은 ‘국적 불문’이다. 별이의 부모를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부모’로 인식하고, 그들을 돕기를 원한다면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 상담소(031-878-6986, 6981)로 문의하면 된다. 농협 351-0128-5321-93(예금주:의정부 Exodus)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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