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
[인터뷰] "아이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0.06.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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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영향력‘ 프로젝트, 전국 600여개 다양한 업체 및 식당 참여
“사단법인 설립 목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기관 되고파”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 (사진 = 김은교 기자)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 (사진 = 김은교 기자)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혼자서 일상을 살아가기도 바쁜 현대 사회. 이런 사회 속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SNS를 통해 선행이 알려진 ‘진짜 파스타’ 가게의 오인태 대표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평범한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던 그가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돕고자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원래 회사원이셨다고 들었는데,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업종이 프랜차이즈 외식업입니다. 운이 좋게도 본사 슈퍼바이저라는 관리자 직책을 거쳐 팀장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업무 내 갑질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회사 운영차원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좀 과한 느낌이 들었죠. 그 때 생각했습니다. ‘이럴 바에는 내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서 합리적인 비용과 원칙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고요. 그렇게 퇴사 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결식아동 무료식사지원’, 매장 참여 독려 캠페인 ‘선한영향력’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결식아동 무료식사지원은 지난해 5~6월쯤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결식아동가맹점을 신청하려고 했었는데 서류 준비 등 그 과정이 되게 복잡하더군요. 

 그렇게 관련 정보를 알아보던 중 오히려 결식아동카드가 ‘지원받는 아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일부 학생들이 특정 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했던 이른바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도 있었잖아요.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식우려아동에게 주어진 한 끼 4~5천원으로는 아이들이 영양가 있는 ‘든든한 밥’을 먹는 것 자체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맛있는 한 끼 배부르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선한영향력' 프로젝트는 대전의 한 주점 사장님의 격려가 계기가 됐습니다. 평소 결식우려아동에게 도시락을 지원하고 싶어하셨던 분이었는데, 운영중인 매장이 주점이라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오해를 살 우려가 있을 것 같다고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께 말씀드렸죠. '그러면 어차피 욕은 제가 먹을테니 저희가 홍보를 해도 될까요?' 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선한영향력’ 이라는 이름은 그 분이 저한테 주신 문자메시지에서 차용했어요. 문자 말미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 단어 그대로 사용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이게 화제가 좀 많이 된겁니다. 

저희는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얼마나 늘어나겠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전국 600여개 업체 및 식당들과 같이 하고 있는데, 아이들 식사나 디저트, 이런 것도 있지만 보육, 체육시설이라든가 세탁소, 목욕탕, 합기도장, 포켓볼장, 볼링장처럼 되게 다양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의 공통된 건 하나에요. '애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자' 라는 겁니다. 그 뜻으로 시작을 했고요.

많은 분들이 모이고 모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저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정의연 문제가 나오면서 사단법인의 기부금 및 운영비의 사용에 있어 투명성을 가장 먼저 강조하고 있고,  법인 설립에 있어 이러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사단법인 설립 전까지는 회비를 받지 않고 회원분들의 자비로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의 마지막 목표는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학원들은 많습니다. 저도 이제 외식업에 종사하지만 자격증이 현장에 나가면 큰 도움이 안됩니다. 

자격증을 따기 보다는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저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거죠. 그리고 프로젝트를 같이 하시는 분들의 가게에 취직을 통해 좀더 자세한 교육을 받고 그 친구들이 독립할 때에는 사단법인에서 투자형태로 돈을 금리없이 빌려주고 수익이 나는 만큼 갚아서 다른 친구들이 또 창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Q. 결식아동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처음에는 솔직히 반응이 좀 그랬습니다. 아이들이 오는데 눈치를 엄청 많이 보더라고요. 제가 아이들한테 들은 것 중에 최악은 꿈나무 카드 가맹점인데 아이한테 바쁜 시간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마음이 많이 아프고. 제가 아이들한테도 그 얘기를 들으면서 되게 많이 미안하더라고요. 어른들이 잘못해서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눈치를 주는 거니까요.

Q. 결식아동 후원, 언제가 가장 힘들고 또 언제가 가장 좋으신지요. 

A. 아이들이 2~3번 찾아오면 웃어요. 아이들이 와서 웃으면서 이야기 해요. 처음에는 저한테 사장님, 아저씨 이러다가 삼촌이라는 아이들도 있고, 편지도 써주고, 아이들이 밝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좋습니다. 

작년 저희 매장에 자주 와서 식사하던 고3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대학에 합격하고 찾아와서 ‘삼촌 고맙습니다’ 라고 이야기 했을 때 많이 기분 좋았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금전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결식아동 후원으로 힘든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진짜파스타 가게 전경 (사진 = 김은교 기자)

Q. 코로나19 이후 자영업하시는 많은 분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표님도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요즘 매장 근황은 어떠신가요?  

A. 홍대 근처라서 월세가 비쌀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겠지만 현재 가게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클럽 거리라서 식당이 많이 들어올 수 없는 위치입니다. 또 저희 매장은 노출도 잘 안되고, 입구도 정확하게 어디인지 잘 모를 정도라서 운영하는데 큰 부담은 없습니다.

다만 이번에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3호점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자면서 오셨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전부 오픈하지 못하고 올 스톱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3호점을 내려고 한 이유는 3호점 점주분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작은 소규모 매장을 하고 싶다'라고 하셔서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분들과도 오픈에 대해서 계속 협의할 계획입니다. 

헌혈증 기부증서 (사진 = 김은교 기자)
헌혈증 기부증서 (사진 = 김은교 기자)

Q.  얼마 전에는 손소독제 상당량을 무상배포 하셨더라고요. 이외에도 유관순 열사 텀블러·위안부 피해자 후원·헌혈증 기부·소방공무원 테이블 무료식사·장기기증 등 좋은 일을 정말 많이 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일들을 앞장서서 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A. 솔직히 언론에서 ‘피 부족하다. 헌혈을 해주세요’ 이런 내용이 나오면 옛날에는 저도 등을 돌렸습니다. 내 일이 아니니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그때는 월급 받고 생활을 하고 있어서 못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서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저희는 ‘선한영향력’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이 지금보다 장사가 더 잘 됐습니다. 되게 잘되는 편이었어요. 재작년부터 저희는 손님들이 많은 경우에는 줄이 1층까지 섰던 매장이라, 사람들이 ‘선한영향력 프로젝트 때문에 돈 번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이거 하면서 돈을 많이 못 벌었어요. 원래 가게가 좁다보니까 오시는 손님들도 수용하기가 힘들고 그랬었던 매장이라서 ‘선한영향력’ 프로젝트로는 돈을 잘 번다거나 한 건 없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하기 전부터 충분히 매장운영이 잘 되어서 직원들 월급에 보너스까지 주고 나서도 아이들을 충분히 케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을 하게 된 겁니다. 

헌혈증 같은 경우는 여태까지 한 게 1200장정도 될 거에요. 또 저는 장기기증자에요. 처음에는 제가 살아 있는 자 간 기증을 하기로 등록했는데, 수술하는 게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사후 장기기증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제 스스로 비겁하다고 느껴서 헌혈이라도 꾸준히 하자라는 생각에 시간 날때 마다 하고 있습니다.

Q. ‘진짜 꿈’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A. 개인적으로는 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사단법인을 만들어도 모든 일을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단법인을 사람들의 감시를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공정한 형태로 만들어 놓고, 이후 저보다 더 자금력이 뛰어나고 봉사하고 싶으신 분들한테 인계하고 저는 와이프와 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선한영향력'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싶으신 분들의 기부금을 모임통장을 만들어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사업비 지원을 통해 관리 및 운영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기부금에 대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 되는 것을 원해서요. 기부금을 내는 모든 분들이 감시자가 될 수 있는 구조면 가장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에 100명까지 들어올 수 있는데, 그 인원을 늘려 준다거나 하면 그것도 좋은 방법일 거 같습니다. 아니면 은행과 정부 그리고 정치인분들이 협력을 해서 사단법인의 기부금을 관리, 감시해주고 나머지 실무적인 일은 우리가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저는 사단법인을 만들어도 기부금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생각은 사단법인을 만들기 위해 준비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겁니다. 

그래서 사단법인을 만들어지기 전까지 제 개인계좌로 돈을 받는 것은 투명성이 떨어진다 생각해 일절 받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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