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삼성의 가혹한 위기와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의 결론
이재용 부회장-삼성의 가혹한 위기와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의 결론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6.2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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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외부 전문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논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 열린다. 이날 결정은 우리 경제계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을 통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해주길 기대해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여기에 임하는 일단의 심경을 밝힌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끈다.

이날 반도체(DS) 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하며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현황과 글로벌 시황,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이를 자신의 최대 경영 목표로 삼고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상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이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의 20~30%를 차지하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현재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지금부터 10년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도 1위 달성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만큼 갈 길이 험난한 데다, 미국과 중국의 IT 패권경쟁이 야기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해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활약 여부가 향후 10년 이상 우리 경제의 활로를 쥐고 있다는 점에는 정부나 기업인이나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것 같다. 그 점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사활을 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행보는 우리 국민이 함께 고민하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기업의 키를 쥐고 있는 리더가 구속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시장을 지키고 확보하는 문제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가혹한 위기상황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어떤 행보를 하느냐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점에서, 경영진과 연구진이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국민도 심정적으로 도와줄 일은 도와줘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26일 열리는 수사심의위원회에 임하는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 삼성이 처한 사법적 상황이 혼자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가혹하다는 점에서 도움의 손길을 구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공백을 메우려 달려온 지난 6년간의 시간이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녹록한 시절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음의 준비가 잘 안돼 있는 상황에서 졸지에 경영의 키를 쥐고 선대 회장이 이끌던 거대 함대를 무리없이 이끄는 자체가 힘든 여정이 됐으리라 본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수들도 제법 있을 수 있다. 이걸 법률적 잣대만으로 경영인들을 사회와 격리시키거나 타도돼야 할 탐욕과 파렴치의 대상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한 단계 발전을 위한 숙려의 시간이 필요한 정도로 보고 용서와 이해로 풀어갈 것인가를 판단해 볼 필요도 있다.

지난 11일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시민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의 전 경영진을 기소하는 문제에 대해 검찰에만 맡기는 것보다는 국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데 다수의 찬성표를 던진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날 시민위는 3시간 40분의 토론과 심사숙고 끝에 수사심의위에 이 사건을 넘겨서 국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데, 15명의 출석위원 가운데 9(찬성) 대 6(반대)으로 가결을 결정했다.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과연 이런 문제에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은 이날 어떤 결론이 나든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의 판단이 우리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줄 큰 사건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위기국면과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가게 할 것인지, 사태를 해결할 일말의 단서라도 제공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은 이 결과를 숨 죽여 지켜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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