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워킹맘 공감]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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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지난 주말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한강 둔치에 갔다. 날씨가 좋아서였을까,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다른 가족들과 간격을 좀 띄고 자리를 잡아 돗자리를 폈다.

오랜만에 잠시나마 바람을 쐬려던 그때, 어디선가 여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한테 떼를 쓰는 것처럼 보였다. 집에 가자는 부모와 달리 아이는 공원에서 한참 더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가 얘기하면 할수록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 아이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엄마는 아이한테 큰 소리로 화를 냈다. 결국 울며 발버둥치는 아이를 안고 쏜살같이 그 자리를 떠났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아리고 짠해지는 것은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울면 엄마는 모성애 회로가 뒤엉켜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모든 순간이 엉켜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렵다. 그것을 알기에 우는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한테 마음이 쓰인다.

아이를 키우면서 당황스러운 순간은 아이가 울 때만이 아니다. 요즘에 필자는 서슴없이 자신의 주관을 확고히 펼치는 첫째아들 때문에 뒷목을 잡을 때가 잦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아이들 저녁먹이고 씻긴 다음에 재우려고 서두르면, “엄마는 늦게 자면서 왜 나는 일찍 자야 해? 이건 공평하지 않지”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또는 “유치원 가느라 아침에 못 놀았으니, 밤에는 내 마음대로 놀 거야”라고 말한다. 더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는 교과서식 조언은 통하지 않는 미운 일곱 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얘기하고 밀어붙인다. 물건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지 싫은지가 아주 분명하다.

때론 이 모습이 부모의 의견에 반하고 말대꾸하는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생각으로 들면, 너무 아이를 받아주기만 한 건 아닌지 후회가 든다. 엄격하게 훈육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화를 내곤 한다.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행동해서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자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나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도 이를 부추긴다.

많은 엄마가 아이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 다를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화를 내곤 한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이 많다. 그런데 그렇게 화를 낼 때마다 결과적으로는 더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가 아이가 울고불고 더 심해진 경우를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자녀교육서에 자주 등장하는 조언 중 하나가 ‘아이는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직 사회에서 인정되고 수용되는 적절한 표현법을 연습하고 체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와의 오랜 연습을 통해 달라진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행동과 감정을 모두 자기 방식에 맞추려고 하면 아이는 그 과정을 부정적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때론 단호한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아이가 사회화 과정 중임을 생각하고 이해해준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유튜브에서 ‘교육 대기자’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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