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목이 뻣뻣해질 때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목이 뻣뻣해질 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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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에서는 모든 행동이나 사물을 음양적인 관점에서 관찰합니다. 어떤 행동도 단독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견제와 균형 속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팔꿈치 하나를 굽히는 동작도 더 이상 굽히지 못하게 견제하는 반대 근육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음양적인 관점이라고 합니다. 모든 사물이나 현상이 그렇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는 목덜미 부위를 경항(頸項)이라고 합니다. 한자로 보면 경(頸)이나 항(項) 모두 머리 혈을 부수로 하는 일종의 상형문자입니다. 경(頸)은 앞쪽 목을, 항(項)은 뒤쪽 목을 뜻합니다.

먼저 앞 목을 뜻하는 경(頸)이라는 글자는 머리 혈(頁)자와 지하수 경(巠)자가 합쳐진 글자로, 지하수와 같이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앞 목은 목구멍부터 가슴뼈 위쪽 오목한 곳까지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뒷목을 뜻하는 항(項)이라는 글자는 머리 혈(頁)자와 장인 공(工)자가 합쳐진 글자로 하늘인 머리와 땅인 몸통이 뼈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뒷목은 머리 뒤쪽 머리카락 난 곳부터 일곱 번째 목뼈까지 위치하게 됩니다.

결국 앞 목을 뜻하는 경(頸)은 목의 기능적인 면을, 뒷목을 뜻하는 항(項)은 목의 구조적인 측면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인체는 참으로 신비하고 대단합니다.

그럼 이런 목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선 목은 우리 몸에서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면서 몸통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머리와 몸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목을 ‘목’과 약하다는 의미의 ‘아지’를 합해서 모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은 눈을 비롯해 감각기관을 상하좌우전후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앞 목에서는 머리로 올라가는 혈관을, 뒷목에서는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는 약하지만 하는 일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됩니다.

이런 목을 보호하기 위해 동의보감에서는 풍부의호(風府宜護)라고 해서 뒷목 부위에 있는 풍부(風府)라는 경혈을 잘 보호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풍부라는 경혈은 머리를 지나는 정중선과 머리카락이 나는 부분에서 위쪽으로 손가락 한마디 정도 올라간 부위로 바깥 뒤통수뼈 융기의 바로 아래 오목한 부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풍부는 바람 풍(風)자와 장소를 뜻하는 부(府)자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풍부라는 경혈에는 모든 병의 원인인 풍사가 모인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풍사가 우리 몸에 들어 올 때는 먼저 등에 위치한 바람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풍문(風門)을 통해 들어와 목의 풍지(風池)라는 곳에 모이고 더 진행하게 되면 풍부(風府)에 모여 그 기운이 머리로 들어간다고 보았습니다.

풍부는 모든 양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풍부라는 경혈은 따뜻하게 감싸줘야 합니다. 혹시 따뜻한 남쪽에 살거나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허약한 어르신이나 오랜 병을 앓고 계신 분들 그리고 연약한 아이들은 뒷목을 항상 감싸줘야 합니다.

그리고 풍부라는 경혈은 귀침(鬼枕) 혹은 귀혈(鬼穴)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것은 귀신 귀(鬼)자가 들어가 있어서 몸의 기능이 지나치게 흥분되었을 때 이 부위를 치료하면 매우 효과적입니다.

잠을 자고 났는데 목이 뻣뻣해서 잘 돌아가지 않게 되고 목을 돌리려면 아픈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낙침(落枕)’이라고 합니다. 낙침은 떨어질 낙(落)자에 베개 침(枕)자를 쓰는데, 이는 베개를 잘못 베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침대 못지않게 좋은 베개는 잠잘 때 신체를 해부학적으로 건강한 자세로 유지시키고 편안함과 안락감을 주게 됩니다. 실제로 목이나 허리에 문제가 생기는 환자의 많은 수가 잠자는 습관이 나쁘거나 좋지 못한 베개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베게는 신발처럼 자기 몸에 잘 맞는 최적의 베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베개가 좋을까요? 첫째는 베개의 높이가 중요합니다. 옆으로 누울 때는 머리와 목뼈가 일직선이 되게 높이를 조절해야 하고, 똑바로 누울 때는 목뼈의 만곡이 자연스럽게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베개의 높이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게 되면 목에 통증을 유발시키게 되어 잠을 자고 나면 목이 뻣뻣하거나 머리가 아프게 됩니다. 또 엎드려서 잠을 자게 되면 목과 허리가 과도하게 부담을 받게 되므로 아침에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고 몸이 찌뿌둥한 감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는 베개 속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솜털이나 새털을 넣으면 목을 움직일 때마다 베개의 형태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자세를 움직일 때마다 적응하기가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솜털이나 새털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메밀 속베개는 똑바로 누워있을 때나 옆으로 돌아누웠을 때, 목이 긴 사람이나 짧은 사람 모두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쉽게 변하기 때문에 가장 인체공학적으로 적합한 베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베개 속 안에 침향과 같이 향이 있는 한약재를 넣어주면 정신적 안정은 물론 편안한 잠을 자게 해 줍니다. 편안하고 장시간 사용해도 적응하기 쉬운 베개는 머리를 부드럽게 지지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숙면을 취하게 해주며 안면의 혈액순환을 증가시켜 얼굴이 찡그러지지 않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아무리 서양 문화가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을 편리하게 하지만 우리의 전통문화에도 서양 못지않게 과학적인 것이 많습니다. 그런 숨은 보화와 같은 지혜들을 우리는 계속해서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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