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민 생사보다 중요해?
[기자수첩]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민 생사보다 중요해?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6.1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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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일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 ‘동물국회’ 원하지 않는다”
이성교 베이비타임즈 정치사회부 부국장
이성교 베이비타임즈 정치사회부 부국장

21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건만 국회는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두 정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마치 수천억원의 이권이라도 걸린 듯 으르렁거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일자리를 잃고, 생업이 파탄 나서 넋을 잃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국민의 종인 공복(公僕), 국회의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총선이 끝난 지 채 두 달이고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21대 국회가 이 지경이니, 대신해서 일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놓은 국민들은 ‘도장 찍은 손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통탄할 일이다.

여야는 지난 12일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본회의를 무산시키더니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를 거부한 통합당은 심지어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인정하기 전까지 대화는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끝장을 낼 태세다.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오기 전까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통합당은 이날 야당 몫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까지 내던지는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주말 협상에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4선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몇 개 떡고물 같은 상임위원장을 대가로 야당의 존재가치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며 법사위원장 확보를 위한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또 “지금은 개인의 입신양명과 당리당략을 넘어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단일대오’ 대여 투쟁에 동참할 것을 독려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대응해 민주당은 15일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필요한 상임위인 예결위와 기재위의 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당은 예결위를 포함해 국토위, 교육위, 정무위 등 7개 상임위를 통합당에 양보했음에도 통합당이 합의를 뒤집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이 177석이나 밀어주며 ‘형’ 역할을 하라고 힘을 실어준 민주당이나 호된 채찍을 대면서도 “조금이라도 잘 하라”고 기회를 준 ‘아우’ 통합당이나 싸움질하는 모습에 실망하긴 매 한 가지다.

그렇지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통합당, 어느 쪽이 ‘국민 여론’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몽니’를 부리는 건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확보하는 대신에 예결위, 국토위, 정무위, 교육위, 문체위, 농림위, 환노위 등 7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통합당에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8개 국회 상임위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고 7개 상임위원장은 통합당이 차지해 11대7로 배분하는 방안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비율은 민주당 61%, 통합당 39%이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177명, 통합당이 103명임을 고려하면 통합당 입장에서는 과히 나쁜 배분이 아니다.

전체 300명의 의석 가운데 통합당의 의석비율이 34.3%이고, 민주당과 통합당을 합한 의원 수 280명 가운데 통합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36.8%임을 감안할 때 상임위원장 배분 비율 40%는 적절해 보인다.

또 상임위의 권한과 역할 등을 고려할 때도 법사위를 넘겨주고 예결위와 국토위, 정무위의 위원장을 통합당이 차지하는 것도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데 있어 충분함을 넘어 과분하다고 할 수도 있다.

오히려 18개 상임위를 민주당과 통합당 등 거대 양당이 11대7로 나눠 갖는 것에 대해 6명의 의원이 있는 정의당이 반발하고 제동을 건다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면서 국회 개원 초반부터 파행을 만드는 것은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서둘러 국회를 열어 3차 추경안을 심의해야 함에도 ‘법사위원장’ 자리에 눈이 멀어 개원을 미룬다면 이는 ‘국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통합당은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사위원장’을 사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없다.

국회법 어디에도 원 구성 법정 시한을 어겨가며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워도 된다는 조항이 없다.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라는 규정도 법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입법부인 국회가 법을 더 잘 지키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부도 견제하고 사법부의 전횡도 막을 수 있고 ‘3권분립’ 기반의 의회민주주의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20대 국회처럼 일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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