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방역 및 학생안전, 현직 보건교사에게 묻다
학교방역 및 학생안전, 현직 보건교사에게 묻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6.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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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에도, 1천명 학생에도 보건교사는 단 1명
불명확한 정부 기준에 보건교사 혼자만 불안·걱정·초조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평소 몸이 두 개였어도 부족했던 이들인데 코로나19 이후 그 몸을 셋, 넷으로 다시 쪼개 일하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서 학생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교사들의 이야기다.

‘보건교사 인력 부족 및 업무 과다’ 문제는 그간 학교 및 학생안전을 위협하는 꼬리표 같은 요소였다. 전체 학생 800명, 1000명이 넘는 과대학급에도 언제나 보건교사는 한 명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한 명의 보건교사는 언제나 학생응급상황 대처와 동시에 전학급 보건수업을 실시했으며, 질병 발생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이러한 보건교사들의 고충은 결국 학교별 학생안전확률 N분의 1이라는 극단의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수차례 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묵묵부답. 늘 그들만의 투쟁일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보건교사들의 답답함이 폭발했다. 발단은 코로나19와 등교개학.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보건교사가 청원 글을 올린 것이다.

해당 글에서 보건교사는 보건·교과교사 모두 최선을 다해 감염병과 싸우고 있지만, 일관되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정부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호소했다.

특히 현재 보건교사들이 감염병 책임자로 기능하며 학교 방역을 위해 고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기준 없이 모든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많은 이들이 그동안 몰랐던 교육계 이면과 아이들에게 닥칠 피해상황을 우려하며 다함께 공분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현재.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 등교개학이 완료됐다. 여전히 확진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탓에 쉽사리 개학을 하지 못하는 학교도 많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방역을 위해 애써온 학교 관계자들의 노력이 더욱 돋보이는 요즘이다. 특히 등교개학 이전부터 노심초사하며 철저한 방역준비를 해온 보건교사들의 노력은 학교를 버티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보건교사들은 현재의 학교방역안전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덧붙여 학교 안정화를 위한 보건교사들의 고충은 무엇일까? 학교방역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이재영 서울 중동고등학교 보건교사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영 중동고등학교 보건교사. (사진=김은교 기자)
학생건강 자가진단율을 분석하고 있는 이재영 중동고등학교 보건교사. (사진=김은교 기자)

Q1. 학교 방역 매뉴얼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교육부가 설정한 기본 매뉴얼을 토대로 각 학교가 교내 사정에 맞는 지침을 만들게 된다.

물론 학사관리·안전지도 등 항목에 따라 관리 담당 교사들이 정해지지만, 그것을 구분하는 총괄 작업은 모두 보건교사가 한다.

Q2. 등교개학을 대비한 보건교사들의 노력 관련,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무척 많다. 그 중 일부만 나열하자면 ▲학교방역물품(마스크·체온계) 대량 구비 ▲학급 및 부서별 방역 물품 분배 ▲화장실 출입 거리두기 유지 계획 ▲교문 및 급식실 이동 중 열화상감지기 활용 발열체크 계획 ▲감염병 예방을 위한 운동장 내 규칙 설정 및 공유 ▲교실 및 교무실 내에서 사용한 종이타월 폐기물로 간주, 기존 휴지통 대신 별도의 휴지통에 버리는 아이디어 제안 ▲쉬는시간·점심시간 종소리, 생활 속 방역 행동 안내 방송으로 대체 ▲급식실 테이블 내 칸막이 설치 ▲코로나19 확산 예방 위한 비대면 보건교육 등이 있다.

Q3. 학교 방역,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많은 보건교사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 따라 학교가 지침을 만들어 놓으면 어느새 관련 기준이 바뀌고 또 바뀌기 때문.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정부 매뉴얼을 때마다 모든 교사들이 읽을 수 없으므로, 디테일한 변경 내용 모두 보건선생님이 지속적으로 캐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최초 제시한 기본 매뉴얼에는 교실 내 에어컨 가동이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다가오는 계절인 여름 특성상 현실성이 없다. 이후 정부는 그 점을 반영해 에어컨 가동 시 창문을 30㎝ 열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지침을 변경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관련 매뉴얼이 또 변경됐다. 에어컨 가동 시에는 창문을 닫되, 오염된 공기의 실내 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대신 한 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함께 제시됐다.

물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침 변경인 것 잘 안다. 그러나 잦은 매뉴얼 변경은 감염병 관련 대응이 익숙지 않은 학교 관계자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각 학교에는 업무 대응 능력이 우수한 보건교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단기 경력 보건교사들도 존재한다. 보건교사가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

또 한 가지 고충은 지금까지 추가 보건인력 없이 모든 것을 혼자 해내다가 이제서야 정부지원 보건인력이 투입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들 역시 일정기간 이후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학생안전에는 기여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학교방역물품 구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용이 아닌 학생 건강을 위한 물품 구매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준이 부재해 학교 관계자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했다.

정부가 위기 상황과 관련해 기준을 명확하게 안내할 수 있어야 각 학교 모두 학생 안전을 위한 지침을 효율적으로 설정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전국에서 헌신하고 있는 교사들과 그들을 열심히 따라 주고 있는 학생들 덕분에 감염병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 노력하고 있다.

방역물품 분배 작업. (자료제공=중동고)
방역물품 분배 작업. (자료제공=중동고)
소독작업을 실시한 종이타월 등 은 폐기물로 간주돼 별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사진제공=중동고)
소독작업을 실시한 종이타월 등은 폐기물로 간주돼 별도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Q4. 기존에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더 바빴을 것 같다. 지치지는 않나.

물론 힘들다. 전국의 보건교사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무척 바빴다. 점심 건너뛰는 것은 공통의 일상다반사였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감염병 바이러스까지 보건교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다. 요즘 보건교사들이 하는 가장 큰 걱정은 ‘불안’이다. ‘내가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아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걸려서 다른 사람에게, 특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초조함이다. 근데 그 불안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이 더 걱정이다.

Q5.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가장 더운 계절에 마스크를 쓰고 끊임없이 얘기하는 것. 그러면서도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등 많은 부분에서 힘이 든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부분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내 타 부서들은 구성 인원이 여러명이기 때문에 업무 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건 관련 업무는 오롯이 보건교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보이지 않는 불안과 싸워야 한다.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무척 고된 싸움이다.

Q6. 보건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모두 바이러스와의 대치 상황을 겪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심리적으로도 강해질 수 있도록 보건교사 모두, 더 나아가 학교 관계자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든 교사는 그들의 생각과 외연 등 모든 것이 학생들에게 은연 중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교사 스스로 변화 가능성을 확신하는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 모두 틈틈이 충분한 휴식 및 재충전을 실시해야 하며, 자기 중심을 놓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전하고 싶다.

Q7. 위기상황을 함께 극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현재 어른인 교사들이 코로나19 극복 관련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지금의 학생들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학생들이 현 위기 상황 및 문제 극복 방법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향후 또다른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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