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워킹맘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 안무늬
  • 승인 2014.06.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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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들이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경력 단절 우려’와 ‘양육비 부담’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육아에만 전념하기에는 그들이 받아 왔던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도, 그들이 쌓았던 커리어도 너무 아깝다.

또한 신생아 시절에는 기저귀, 유아 시절에는 보육비, 학교에 들어가면 교육비 등 그녀들은 경제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워킹맘들은 “아이를 맡기는 데 드는 돈보다는 밖에서 버는 돈이 많다”며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월 150만원이 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워킹맘들은 고민이 많다. 대학을 나온 것도, 이렇다 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해 온 일이기에 큰돈이 안 되더라도 그만 두지 못했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주변에서는 일과 가정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그들은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면…”이라며 저소득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 급여 적어도 ‘내 일’ 하고 싶은데…

간호조무사 15년 경력의 A씨는 병원에서 정년퇴직까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간호대학에 진학했지만, 학교에 다니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됐다. 그리고 그녀의 결혼과 임신, 출산은 그대로 경력 단절이 돼버렸다.

그녀는 “갓난애들이라 어디 맡기기도 그렇고, 내가 버는 것보다 아이들을 맡기는 돈이 더 컸다”며 저소득 워킹맘의 고충을 털어놨다. A씨는 계약직 근로자로 월 10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고 있었다.

두 딸의 엄마인 B씨도 “아이 엄마가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이면 아깝다는 식으로 뭔가 방법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라며 유독 저소득 워킹맘에게만 차가운 사회의 인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B씨는 CAD와 회계사무자격증을 소지했음에도 월급이 70만원이 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처럼 임금수준, 노동조건 등 일자리의 질에 따라 여성의 ‘경력단절’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면 임금이 더욱 낮아진다”며 저소득 워킹맘이 겪고 있는 고충을 설명했다.

◇ 사무직·학원 강사에 비해 공무원·교사 경력 단절 적어

 


민우회에 따르면 ‘경력 단절 이전 직업’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경력단절 이전 사무직에 종사했다는 여성이 27%, 학원 강사는 10%였다.

하지만 재취업 전, 교사와 공무원이었다고 응답한 여성은 각각 4%, 2%에 불과했다. 교사와 공무원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에 출산 휴가가 보장돼 있어 다른 직업에 종사한 여성보다 재취업과 경력 단절 예방도 수월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무직, 학원강사 등의 직업은 위의 직업보다 출산 휴가가 보장돼 있거나, 복지 제도가 더 좋은 경우가 드물어 ‘그만둬도 아깝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다.

민우회는 이에 대해 “이는 결혼 후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일을 그만두게 되는 여성들을 직업사회에서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능력이 다른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에도 고용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는 편견 때문에 낮은 수준의 사무직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소득 워킹맘도 재취업 할 수 있어야

월급이 100만원이 안 되는 공장에서 생산직에 종사했던 여성 김씨는 “나가서 하루 종일 일하고 100만원도 못 벌 바에야 내가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 직장을 그만뒀고, 10년 넘게 일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월급이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내 일’이 있어야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며 워킹맘들은 급여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부는 경력단절 여성연구원을 위한 경력복귀 지원 사업을 실시했고,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미취업 혹은 경력단절 이공계 여성을 대상으로 창의실험지도사 기본과정 교육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정부와 다양한 기관에서 경단녀를 위해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이공계·전문직 혹은 고학력 여성에게만 집중돼 있다. 고졸 경단녀를 위한 지원 사업은 많지 않다.

최근 서울시가 5월, 중장년여성을 대상으로 ‘맞춤 취업교육’을 실시하며 ‘정보·강사양성·조리·미용 교육과정’, ‘산모와 신생아 돌보미’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했고, IBK 기업은행에서는 경단녀를 대상으로 창구텔러·사무지원·전화상담원 등을 채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아니어도 그들이 재취업에 성공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많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유독 저소득 워킹맘에게만 집중되는 경력 단절의 문제도 해결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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