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과 합의-소통의 긍정적 시그널
이재용 부회장의 '새로운 삼성'과 합의-소통의 긍정적 시그널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5.3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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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지난 29일 355일 만에 서울 강남역 철탑에서 내려왔다. 거의 1년 가까이 서울의 중심가 강남역에서 고공 농성을 해오던 그가 삼성과의 합의를 통해 정상생활에 복귀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변화된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을 계기로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전환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김용희씨 농성 문제가 양측 합의에 따라 전날 최종 타결됐다"며 "회사는 김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해 왔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돼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더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지난 2018년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오던 난제를 마무리 지은 바 있다. 기흥사업장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협상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로 받아들이면서 노조활동도 정상화하도록 조치했다. 무노조 경영을 최초로 깬 사건으로도 기록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며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련의 조치들이 달라진 삼성의 모습과 궤를 같이하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본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에서만 세계 1등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 문제, 노사관계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을 했고 실제로 하나씩 실천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10일 갑자기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이후, 이 부회장이 경영의 키를 잡은 지 이제 6년을 넘어섰다. 초창기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겠지만 지천명(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분명하게 선대와는 다른 경영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 보고 싶다.

그동안은 선대 회장이 올려놓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경영 공백을 메워가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여러 부문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고 글로벌 톱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실천해 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닫힌 경영보다는 열린 경영에 방점을 두고 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점에서 성숙된 인문학적 경영 스타일도 예상된다.

아마도 인문학적 경영 스타일 변화는 삼성에도 대체로 긍정적인 보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는 추격자로서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거나 또는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대였다면, 향후 2020~30년대는 소비자의 감성을 읽고 미세한 틈새마저 보완하는 인문학적 상상이 중요한 시대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틈새들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기술과 제품에도 선제적으로 반영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압도적 제품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변화된 행보와는 달리, 경영진은 승계와 관련된 과거사로 발목이 잡혀 있으니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적 합의와 화해를 통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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