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수칼럼] 중소기업중앙회의 ‘전두환 기념석’ 사랑
[이봉수칼럼] 중소기업중앙회의 ‘전두환 기념석’ 사랑
  • 이봉수 기자
  • 승인 2020.05.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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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베이비타임즈 강원지국장.
이봉수 베이비타임즈 강원지국장.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0년째 되는 해이다. 그만큼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추모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많이 열렸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었건만 발포명령자, 헬기사격, 민간인 학살, 암매장, 조직적인 왜곡 활동 등 여전히 규명돼야 할 문제가 수두룩하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두환씨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과거의 부끄러운 행위를 인정하기는커녕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전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 국가에 추징금도 내지 않는 사람이 골프를 치는가 하면 80년대 ‘군부독재’ 실세들과 호화 만찬을 즐기는 등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를 국민의 세금으로 졸업했음에도 감사한 마음은커녕 국민을 향해 ‘무력행사’를 한데다 별을 단 ‘군인’으로서 명예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도 어디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이름을 거론하기도 부끄러운 전두환씨가 대통령이랍시고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뿌려놓은 잔재는 대한민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들어 일부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전두환씨의 ‘낯뜨거운’ 잔재들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만하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 회의를 거쳐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과 산책로를 철거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40년 동안 도청 마당의 한곳에 자리했던 전두환 기념식수 표지석을 지난 22일 철거했다. 이 표지석은 비자나무 아래에 있던 것으로, 표지석에는 한자로 ‘기념식수 대통령 전두환 1980. 11. 4’라는 문구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또 해양수산부는 세종과학기지 기념비에 새겨진 전두환 친필 동판을 철거할 예정이다. 국립대전현충원도 전두환씨의 친필 현판을 바꾸기로 했다. 서울청담도로공원에 있는 한강종합개발 준공 기념탑도 철거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전두환씨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없어져야 할 전두환씨의 동상이나 기념비는 아직도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燈下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대한민국 입법부가 있는 여의도의 ‘중소기업중앙회’ 입구에 설치된 전두환씨 기념석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흔적 중 하나다.

경제5단체 중 하나인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왜 전두환씨의 기념석을 아직도 세워두고 있는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비타임즈는 2년 전 5월 중소기업중앙회 고위 관계자에게 “전두환씨 기념석을 입구에 그대로 놔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철거할 의향은 있는지”를 취재했고, 이 관계자는 “조만간 철거 여부를 결정해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두환씨 기념석이 아직까지 건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중기중앙회 관계자가 거짓으로 해명을 했거나, 아니면 김기문 회장 등 현 이사진이 ‘철거 문제’를 의도적으로 묵살했을 수도 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KBIZ)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씨 기념석.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KBIZ)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전두환씨 기념석.

중소기업중앙회(KBIZ) 입구의 기념석에는 ‘중소기업은 나라의 주춧돌’이라고 크게 쓰여있고 ‘대통령 전두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1987년 3월 세워진 이 기념석에는 전두환씨 이름 외에도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기록돼 있다. 당시 이 건물 시공사의 대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기념석 뒷면에는 ‘우리는 1962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설립하고 (중략) 조국의 민주·복지사회 건설에 더한층 매진하리라’는 내용의 중소기업회관건립 취지문이 쓰여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앙회 설립 취지를 역행해 ‘조국의 민주사회 건설’을 방해한 전두환씨의 기념석을 하루빨리 철거하는 것이 옳다.

중소기업과 조국의 경제적 기회균등이라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립 취지와 다르게 권력과 집권세력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며, 특히 범죄자 전두환씨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중기중앙회 입구의 기념석은 반드시 없애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KBIZ)는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조국의 민주화와 선진화를 위해 설립된 곳이 아닌가. 시대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는 흔적을 지우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 이봉수 베이비타임즈 강원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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