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LG 구광모 회장도 만나야 한다
SK 최태원 회장-LG 구광모 회장도 만나야 한다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5.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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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13일 전격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재계에 신선한 자극을 준 바 있다. 다른 그룹들 수장 간 회동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국내 재계에서 수십 년 동안 맞수로 손꼽히며 애증의 관계를 지닌 양 그룹의 수장이 전고체 배터리(Solid-state battery)라는 차세대 먹거리를 화두로 머리를 맞댔으니 만남 자체가 주는 의미가 상당히 컸다. 

다른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엄습하고 활로를 찾아야 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타개책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얼마든지 적이 동지가 될 수 있고 경쟁이 능사만은 아닌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시의적절하게 협력을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끼리 힘을 합쳐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에는 정부는 물론 국민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현안이 있는 다른 그룹들 수장 간 만남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미국에서 1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 최태원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이 만나서 앙금을 풀고 대국적인 견지에서 문제를 푼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못하고 이번 소송전이 오는 10월까지 이어질 경우 누군가는 건너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도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상대적으로 급한 모양새다. 패소할 경우 그동안 엄청난 자금과 공을 들였던 미국 시장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승자에게 우리 국민이 엄청난 박수를 보낼 것 같지도 않다. 국내에서 대화로 풀 수도 있는 문제를 국제 소송전으로 비화시킨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LG화학으로서도 편한 입장만은 아닐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내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양 측이 대승적인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합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LG화학 역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합의 금액을 놓고 견해차가 커서 조만간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돈의 문제로만 풀 것이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주의 경쟁이 속도를 더하고 보호 무역주의와 기술 민족주의가 한층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된다. 어느 기업이든 독불장군식 생존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평가를 하는 이유다. 

올해 비록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약진을 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만남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 그룹의 실무자끼리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면, 양 그룹의 수장이 나설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오해를 푸는 대신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2차전지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지만,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기술에서는 열세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래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자될 필요도 있다. 양 그룹이 앙금을 풀고 자금과 인력을 결집해 독자 기술을 개발해 간다면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LG화학은 인도와 한국의 화학공장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양 그룹의 수장이 만나 대승적인 합의를 하고 미래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면 침체된 그룹 분위기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양 그룹의 화해와 발전에 국민의 박수소리도 한층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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