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입이 돌아갔어요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입이 돌아갔어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5.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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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외래에서 환자들을 보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겁에 질린 어린 아이와 함께 엄마아빠가 걱정 어린 마음으로 병원에 찾아오셨습니다. 아이가 자고 일어났는데 얼굴이 마비되었다는 것입니다. 한쪽 얼굴이 마비가 되어서 눈을 완전히 감을 수가 없고, 물을 마실 때도 입에서 물이 흐른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아이가 이러니 중풍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아오신 겁니다. 대뜸 ‘어린 아이도 이런 병에 걸리나요? 완치는 되는지요? 장애는 없겠지요?’ 물어보시며, 궁금하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얼굴이 마비되는 병은 중풍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 합니다. 입 구(口)자에 눈 안(眼)자 그리고 삐뚤어졌다고 해서 와사(喎斜)라고 합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대뇌의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마비가 되어 한쪽 안면 표정근이 갑자기 완전 혹은 부분적으로 마비가 되는 질환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약 10명 내지 30명 정도로 발생하고,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며 임산부에서도 발생하나 여자가 남자보다 1.5:1의 비율로 약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안면신경마비는 정기(正氣)가 허약한 상태에서 차가운 바람을 쏘여서 주로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성인에 비하여 감염이나 외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서 여러 가지 바이러스나 염증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들어 어린 아이들의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요즘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해 체격은 좋아졌지만 체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져 있습니다. 덩치는 커졌지만 면역력은 약해졌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예전에 비해 피로와 스트레스가 어른 못지않게 심각합니다. 이런 지속적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안면근육마비 증상으로는 한쪽 이마에 주름살이 생기지 않고,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으며, 코를 찡긋하지 못하고, 입을 옆으로 벌리지 못하게 되어 음식을 먹을 때 음식물을 흘리게 되며, 휘파람을 불지 못하고, 말을 해도 발음이 새어 정확한 발음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안면근육의 운동마비 외에도 귀 뒤쪽이 아프거나, 눈물이 많이 나거나 혹은 눈물이 나지 않을 경우(이때는 인공눈물을 주입하여야만 한다) 청각과민, 미각손실 등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안면신경마비의 치료는 우선 발생된 마비가 중추성인지 아니면 말초성인지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추성의 경우는 이마의 주름살을 짓는 것은 가능하지만 코를 찡긋하거나 입을 벌리거나 오므리는 운동은 마비가 되며 미각이나 청각은 장애받지 않고 혀는 마비된 쪽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반면 말초성의 경우는 얼굴의 표정을 짓는 근육이 모두 마비가 이마의 주름을 만들 수 없으며 눈을 감을 수 없고 눈을 감으려고 하면 안구가 위쪽으로 올라가 흰자위가 보이게 됩니다. 입은 처지고 입을 벌릴 때 마비 측이 일그러지며 입이 비스듬한 난원형이 되고 혀는 건강한 쪽으로 치우치며 청각이나 미각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진단되면 한의학에서는 적외선 체열 측정기, 경락 측정기, 맥진기를 통해 일차 증상과 징후를 평가한 후 기혈을 소통시켜주는 침, 한약, 부항, 뜸, 안면재활치료 등의 한방치료와 스테로이드 요법, 항 바이러스제, 혈액순환 개선제 투여를 통한 양방치료가 함께 이루어지게 되면 효과적입니다.

안면신경마비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초기 3일내의 급성적인 치료와 3주간의 집중치료를 통해 3개월 이내 후유증 없이 치료해야 합니다. 초기 3주간의 집중치료가 이후 수개월 동안의 치료효과보다 월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초기치료가 중요합니다.

치료기간은 대개 발병한지 6~8주 이내에 약 87%정도가 후유증 없이 치유되며,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7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발병초기에 귀 뒤쪽에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마비가 갑자기 완전히 될 때 혹은 눈물이 나지 않아 눈이 건조할 경우에는 잘 치료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안면신경마비가 잘 치료되지 않게 되면 여러 가지 후유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마비 후에 한쪽 얼굴에 경련, 악어 눈물현상(음식을 먹으면 눈물이 나는 현상), 안면구축, 눈을 깜박일 때 입술 주위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다양한 공동운동(정상적으로는 동시에 수축할 수 없는 다른 근육이 수축하는 현상), 입을 벌리면 눈이 감기는 현상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약한 자극의 침 치료를 위주로 하고 거울을 보면서 얼굴의 표정을 짓는 운동을 천천히 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안면신경마비가 발병한 지 6개월이 넘게 되면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안면신경마비는 6개월 이상 되었다 하더라도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으므로 후유증이 남았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에서 치료하는 것 외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마사지와 운동요법이 있습니다. 마사지는 피부와 근육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마비된 근육을 손가락으로 매일 5분 이상 부드럽게 마사지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운동치료는 근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거울을 보면서 근육이 피로하지 않을 정도로 한번에 5번씩 하루에 두 번 정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면신경마비 환자에게 치료와 더불어 필요한 것은 조금 넉넉한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거울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우울해 하는 것은 결코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안면신경마비를 예방하려면 가급적 찬바람을 피하는 것이 좋고 아울러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섭취 그리고 운동 등으로 체력을 증진시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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