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도 엄마다①] "미혼모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미혼모도 엄마다①] "미혼모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누구나…"
  • 백지선
  • 승인 2014.06.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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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하기로 결심한 엄마들이다. 오히려 저출산시대의 ‘영웅’으로 불려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편의점,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미혼모란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회사 내 중간관리자로 일해도 결혼 전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군거림과 멸시를 감당해야 한다.

베이비타임즈는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를 만나 지난 정기포럼과 거리캠페인 결과와 더불어 미혼모에 대한 인식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시리즈 기사로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시리즈로, 지난 16일 열린 5차 정기포럼과 두 번째 거리캠페인을 통해 그동안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있는지 알아봤다.

▲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미혼모가 직접 참여해 발제했던 5차 정기포럼

Q.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어떤 단체인가?

A.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다른 사람과 동등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임이다. 주요 활동은 미혼모와 그 가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다. 또 직접적으로 정책과 사회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Q. 제5회 2014 미혼모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포럼이 지난 16일 개최됐다. 주최 모임 대표자로서의 소감과 포럼의 방향을 독자들에게 알려달라.

A. 지난 2월부터 ‘2014 미혼모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을 위한 포럼’을 매달 개최해오고 있다.

본래 미혼출산여성노동자의 출산 및 양육 문제를 다루려 했다. 하지만 사례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수집한 최근 언론보도 사례는 지난해, 올해 다 합쳐 2개, 우리 모임에서 1개 정도였다. 사례를 연구해 정리ㆍ분석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경험 당사자의 발표로 갑작스럽게 주제를 바꿨다. 만약 시간이 좀 더 있어 연구가 진행됐다면 참석자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혼모 노동자의 경험 발표 자리가 마련됐음에도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아쉽다.

사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미혼모가 됐는지?’, ‘자녀양육을 어떻게 하는지?’, ‘아이에게 아빠의 부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미혼모로서 바라는 정책이 있는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등이다.

앞으로 미혼모의 모성권 및 노동권과 관련한 질의응답이 오가는 포럼을 기획할 예정이다.

▲ 제5회 2014 미혼모에 대한 사회인식을 위한 포럼(5차 정기포럼)에 참석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낙태보다 양육을 지지하다

Q. 홍대 거리에서 지난 5월 26일 ‘미혼모에게도 출산휴가를’ 거리캠페인을 진행하며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으며 결과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스티커 설문조사 질문은 “당신의 절친이 임신을 했다면?”이었고 보기는 △‘낙태하라고 한다’, △‘양육을 응원한다’, △‘입양 보내라고 한다’, △‘연락을 끊는다’ 등 네 가지였다. 결과는 1위 양육 지지, 2위 입양 권유, 3위 낙태 조언, 4위 연락두절 순이었다. 연락두절에 의견을 표한 응답자는 단 2명이었고 1위와 2위, 2위와 3위 순위 사이의 간극이 컸다.

미혼모들은 2009년 9월부터 자신을 드러내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낙태, 입양ㆍ연락두절 혹은 연락두절ㆍ입양, 양육 순이었다. 그러나 2014년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양육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절친의 양육을 지지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5년 전만 해도 절친의 임신에 ‘낙태’를 떠올렸던 사람들이 이제는 ‘양육’을 떠올린다.

▲ 지난 5월 26일 지나가던 시민이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미혼모에게도 출산휴가를' 거리캠페인 스티커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선택 존중하며 지원해야 한다

Q. 미혼모에 대한 인식변화가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까?

A. 한 사람이 임신하면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레 양육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혹여 내가 양육을 직접 실천하거나 실천을 권유하지 못해도 낙태보다 양육이 옳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양육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현실을 바꾸려 노력한다. 또 과거에는 미혼모라 하면 ‘어리석고 무책임한’ 엄마라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미혼모들이 스스로 미혼모의 길을 택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미혼모 편견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됐다.

미혼모 가운데 미혼모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없다. 이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혼모ㆍ미혼부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미혼모들의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그 사연도 모두 제각각 다르다. 우리 사회는 누가 미혼모, 장애인이 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곤두박질치지 않도록 이들을 지원하고 다독이며 끌어안아야 한다.

▲ (사)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박영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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