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전문노동’ 인정하지만, 현실은 아줌마?
‘가사노동=전문노동’ 인정하지만, 현실은 아줌마?
  • 백지선
  • 승인 2014.06.15 10: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의 10명 중 8명이 가사노동자를 ‘가정관리사’로 생각하나 ‘가정관리사’라는 호칭 대신 ‘아줌마’, ‘이모’, ‘00엄마’라 부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5월21일부터 6월10일까지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가사서비스 이용자에게 직접 받거나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으며, 총 797명이 설문에 응했다. 이번 설문결과는 광화문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가사노동자의날 기념식에 앞서 6월16일 오전 10시30분 발표한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현실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7.8%(700명)는 ‘가정관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답했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그동안 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분들을 ‘가정관리사’로 불러달라 홍보해왔다. ‘가사노동이 전문적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2.5%(57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 질문은 ‘아니오’라는 답변(55명, 7.9%) 보다 ‘모르겠다’는 답변(66명, 9.5%)이 더 많았다. 

그러나 응답자의 42.6%(336명)만 ‘돈을 받고 가사노동을 하는 분’을 ‘가정관리사’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42.2%(333명)는 ‘가사도우미’, 9%(71명)는 ‘아줌마, 이모 등’이라고 답했다. ‘파출부’나 ‘가정부’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각각 3.2%(25명), 2.4%(19명)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가사노동을 전문노동으로 인식하고 가정관리사라고 호칭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그러나 10명 중 4명 정도만 현실에서 ‘가정관리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주관식 문항에는 가사노동자를 ‘행복지킴이’, ‘선생님’, ‘가정관리전문가’, ‘여사님’, ‘사모님’, ‘누구엄마’라고 부른다는 등의 답변이 있었다. 또 ‘가정관리사’는 길어서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과 아예 부르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민간 직업소개소는 대부분 ‘파출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가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한 드라마가 방영돼 물의를 일으킨데 반해 응답자의 대부분은 가사노동의 전문성과 제대로 된 호칭을 부르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사회환경과 가족구조의 변화 속에서 ‘가사노동자’를 인정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방송은 대중들의 인식도 한참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가사노동자를 ‘무슨댁’이나 ‘누구엄마’로 호칭하고 있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방송의 제대로 된 역할이 시급하다. 

응답자의 특성은 성별로 여성 643명(80.7%), 남성 154명(19.3%)이었다. 연령대는 40대와 50대가 각각 40.2%(320명), 27.1%(216명)로 많았다. 가사서비스 이용경험은 49.6%(395명)가 ‘있다’고 답했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에 속한 가정관리사들이 직접 이용자들에게 설문을 받기도 해 이용자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석결과 성별, 연령대, 가사서비스 이용경험과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남성보다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문노동으로 인정하고 제대로 된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더 동의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나이가 어릴수록, 가사서비스 이용경험이 있을 경우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나타났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가사노동자를 노동법 적용제외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어 4대 보험 등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사노동자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IDWF(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 국제가사노동자연맹)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가입해 국제 가사노동자들과 연대하고 ILO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지난해 10월26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IDWF 창립총회에 활동가를 참석시키기도 했다. 6월16일은 지난 2011년 ILO총회에서 가사노동자들에게 사회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협약을 채택한 것을 기념해 지난해 제정된 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