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내 아이, 거짓감정일 수 있다
말 잘 듣는 내 아이, 거짓감정일 수 있다
  • 백지선
  • 승인 2014.06.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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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엄마를 찾는다.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아이는 행복해한다. 아이는 엄마 품에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안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자신에게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자마자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돌아온 엄마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귀찮아할 정도로 엄마 꽁무니만 따라다닌다.

또 다른 아이는 엄마가 돌아와도 별 반응이 없다.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엄마가 오나마나 못 본 척한다.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인간사랑과 생명존중실천’ 학술세미나 “부모, 자녀생명의 보호자인가 가해자인가” 기조강연을 맡은 연세대 정신과학교실 송동호 교수는 “애착을 통해서 본 가정 내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애착형성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며 부모와 좋은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관계망을 형성해가는지 사례를 통해 분석했다.

▲ 연세대 정신과학교실 송동호 교수.

 


◇임상 사례 1로 본 애착 유형

A는 초등학교 1학년(만6세) 여자아이다. A는 시골 외갓집 동네에서 노인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친부가 성폭력 문제로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에 이를 의뢰했다. 친부는 현재 부부가 별거중에 있고 친모가 아동을 돌봤는데 종일 일을 해야 했기에 A를 돌봄센터에 맡겼다고 했다. 이 곳에서 또래에 의한 성추행이 일어났다. 친모는 늦게 귀가해 가정살림은 물론 A를 돌보지 않아 A는 식사를 자주 걸렀고 잦은 감기로 고생했다. A는 간혹 외가로 보내졌고 결국 외가에서 일이 벌어졌다. 친부는 이혼 소송을 통해 양육권 획득을 바랐다.

전문가는 친모와 면담을 시도했다. 하지만 친모의 이야기는 달랐다. 친부는 A 앞에서 친모를 여러 차례 폭행했고 이는 경찰에 신고될 정도였다. 그래서 친부와 친모는 서로 욕하고 다투는 일이 잦았다. 친모는 친부가 술 마시고 외박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고 친부는 친모가 살림이나 청소를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친부는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고 잔소리가 많았다. 집에서 친부는 게임을 하거나 TV만 봤다. 저녁에는 게임방에 자주 갔다. 친모가 일을 하니 친부가 A를 돌봤는데 A를 방치해 A는 놀이터에서 놀다 다쳤고, 이후 친부는 아이를 술집에 데리고 다녔다. 3년 전, 친부는 ‘돌싱’이라 말하고 다녀서 내연녀는 친부가 유부남인지 몰라 결혼을 하려 했었다.

전문가는 A 아동의 심리 검사에 들어갔다. A는 지능지수가 120으로 높은 편이며 특히 언어적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반해 주의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산만하고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전부터 불안한 가정환경 및 부부갈등으로 인해 내적 긴장감, 불안정감이 지속돼 왔다. 또 A는 가정 및 또래 관계에서의 정서적 친밀감이 부족해 애정적 허기를 느끼며 외로움과 쓸쓸함을 보였다. A는 추행사건을 친모에게 먼저 발고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후 친부에게 다시 얘기해 조치가 진행됐다.

 


◇임상 사례 2로 본 애착 유형

B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이다. B는 귀가하던 길에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급성스트레스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받아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병력 조사와 상담 치료를 하던 중에 어려서부터 학대와 방임을 받아왔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확인했다.

B의 친모는 어릴 때부터 B의 요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친모는 가출을 했고 이후 B는 1달 이상 밤 늦게까지 집 앞에서 친모를 기다렸다. 이를 두고 친부는 “엄마가 너희를 버리고 도망간 거다”라고 말했고 B는 이 말을 듣고 우울해했다. 친모가 가출했던 기간 B는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조부모는 B를 돌보지 않고 농사일이나 집안일을 시켰고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B를 때렸다. 그리고 동네 어른들은 이런 B를 자주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사실 과거, B의 친모는 B가 5살 때 가출했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친모는 노래방도우미 일을 하며 매일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 술주정을 했다. 친모는 학교에서 촌티가 난다고 따돌림을 당한 B에게 “네가 친구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친구들이 급식판을 엎고 침을 뱉어도 참으라”고 가르쳤다. 하루는 B가 힘들어하며 학원을 하루만 쉬겠다며 집에 왔더니 친모는 B를 방에 가두고 폭행했다. B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며 온 몸에 멍이 들 때까지 맞았다. B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화장실에 갇혀 성폭행을 당했지만 교사는 이를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후 우울해했고 친구들은 “걸레, 쓰레기, 창녀”라 욕했다. B는 죽고 싶어 칼, 볼펜 등으로 계속 손목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내 아이는 부모에게 어떻게 ‘애착’하나?

애착의 종류는 안정적 애착, 양가형 애착, 회피형 애착, 비조직화 애착 등이다. 회피형 애착의 경우, 아동은 자신의 진짜 기분을 표현하지 않으며 부모가 원하는 행동이나 감정에 맞는 태도를 취한다. 아동은 부모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아동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양가형 애착의 경우 아동은 부모의 감정 상태를 잘 판단해 자신의 기분을 조절한다. 아동 자신의 기분이 좋거나 나쁜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A와 B는 각 어떤 애착 유형에 속할까?

A는 회피형 애착, B는 양가형 애착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A는 머리가 좋은 편이다. A는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며 거짓감정을 나타내기에 부모는 A가 평소 ‘말 잘 듣는 아이’라 여긴다. A는 겉으로 보기 매우 안정적으로 보이며 ‘애어른’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자신이 겪은(당한) 일을 부모에게 말해도 부모가 관심 갖지 않으면 아이는 오히려 부모에게 미안해한다.

B는 학교생활, 특히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이 없을 때는 외롭지만 막상 친구들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거나 친해지려 하면 오히려 힘들어 한다. 그렇다고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은 싫어한다. B의 친구들도 B에게 다가가려다 B의 행동에 실망하고 돌아서버리고 만다.

회피형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가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면, 다른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견디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대신 보상 활동으로 공부나 운동에 몰두한다. 또 우울증을 겪거나 약물을 남용하거나 난잡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며 이에 실패했을 때 수치심을 느끼고 예고 없이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양가형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이가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면, 위험 및 폭력적 행동장애를 보인다. 쉽게 남탓을 하며 보복하고 언쟁을 높인다. 또 불량배 집단(텃세 본능 충족)에 들거나 위법행위를 한다.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자살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남이 자신을 보살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다. 인지가 극단적으로 비합리적이며 병적일 정도를 보일 수 있다.

▲ 연세대 정신과학교실 송동호 교수.

 


◇안정적 애착 형성해야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란다

송 교수는 “애착에 대한 연구들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12개월 때 안정적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동은 10세 때 괴롭힘 등의 문제에 노출됐을 때 부모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했다”며 “이에 비해 불안/회피형 아동은 어려움을 적게 호소하고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수줍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16세까지 상관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며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은 (안정적 애착이 아닌)다른 유형으로의 애착 발달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생애 초기 부모의 학대나 방임은 대체로 지속적으로 이어져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며 “아동의 애착발달에 매우 부정적 결과(인격 발달 문제, 인격의 결손)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와 아이가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하려면 부모는 아이에게 애정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며 이 반응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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