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70% “직장맘 지원에 부담 느낀다”
기업 70% “직장맘 지원에 부담 느낀다”
  • 이현아
  • 승인 2012.11.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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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풀고 누워 있는 동안 직장보험이 해지됐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회사에 따졌더니 유아휴직기를 갖고 나면 재입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하더래요. 하지만 경험상 이런 경우 재입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를 통해 고충을 상담한 한 직장맘의 실제 사례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엄마들을 도와 여성의 경력단절을 없애자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하는 엄마들은 힘들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소속 308개 대․중소 기업이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일·가정 양립 지원사업 역시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획기적인 정책마련이 요구된다.

 

 

·가정 양립제도를 보는 기업의 속내는?

대한상의는 지난 8일 ‘일․가정 양립 기업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상의 소속 308개 대․중소 기업 308개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72.4%가 “일·가정 양립 제도가 기업경영에 부담을 준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자칫 경력단절여성 지원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가정 양립제도가 기업경영에 부담을 준다고 답한 기업들은 최근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의 운영에 특히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응답자의 73.1%가, ‘가족돌봄휴직’은 69.8%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은 58.1%가, ‘산전휴가 지원’은 53.9%가 각각 부담을 느낀다고 답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의는 “육아휴직 1년, 가족돌봄휴직 3개월 간 휴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인력을 구한다 하더라도 숙련도가 낮아 인력운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들은 또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일․가정 양립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꼈다. 이번 설문에서 ‘여성은 물론 남성에게도 의무적으로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쓰도록 한 법안’에 대해 응답기업의 88.6%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배우자 출산시 남편에게 30일의 육아휴직 허용을 의무화한 법안’ 역시 84.7%가 부담을 느꼈다. 이외에도 ‘육아휴직 가능 연령을 만6세에서 만8세 이하로 상향조정한 법안’(74.4%), ‘임신 12주 이전 및 36주 이후 여직원에게 하루 근무시간을 2시간 단축토록 한 법안’(68.9%) 등이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일·가정 양립제도 강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입장을 보였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강화되면서 ‘인력부족 심화됐다’는 답변이 41.9%로 가장 많았고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49.7%)이 대기업(33.6%)보다 ‘인력부족 심화’를 꼽은 비율이 높았다. 기업들은 이어 ‘여성근로자 고용 기피’(22.4%), ‘대체인력 채용 등 인건비 증가’(17.2%), ‘인사관리의 어려움’(10.7%)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박종갑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가정 양립 제도만을 내세워 너무 갑작스럽게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저출산 현상은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기업에게만 부담을 지우려 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사회가 다 같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친화인증 기업을 모범사례로 삼아야

현재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을 선정해 지원하고, 타 기업들이 모범사례로 삼을 수 있는 선도기업들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에서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기업, 공공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인증 대상으로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157곳이 등록됐다. 2011년 인증기업에 등록된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달 출산휴가가 자동 육아휴직으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외에도 임산부 검진휴가인 ‘맘드림 휴가’와 100만원 한도의 출산 지원 카드 ‘맘드림 카드’를 운영하고 있는 게임 업체 넥슨 네트웍스, 불임휴직제를 지원해 출산장려를 통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가족 대상 심리상담실 및 여가 강좌를 실시하고 있는 아시아나 등이 대표적 인증기업으로 꼽힌다.

기업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자체들의 자구책 마련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업무를 개시한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는 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와 ‘직장맘 자녀를 위한 돌봄센터’운영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천안시 역시 천안 직장맘지원센터의 고충상담실 활용도를 더욱 늘려 직장맘들의 육아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천안 지역 출산장려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황현숙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소장은 “기업을 관리하고 감독하기보다는 보다 나은 정책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며 “지원센터 역시 기업과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며 좋은 사례가 있다면 이를 널리 알려 독려하는 방향으로 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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