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봄철 건강관리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봄철 건강관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4.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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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사람도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특별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가 발생하게 되면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은 영향과 변화를 받게 됩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 별 다른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지나가게 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허약한 사람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날씨 변화에 특별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형적으로 깡마르거나 뚱뚱한 사람들이라고 하고, 정서적으로는 수줍음을 많이 타며 감성이 풍부하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날씨 변화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체격의 중산층 사람으로 성격이 차분하고 외향적이며 사교적이고 적극적인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봄이 되면 날씨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인체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느껴지게 됩니다. 우선 봄이 되면 어느 정도 추위가 가셨기 때문에 우리 몸도 겨울동안 움츠려 놓았던 주리(腠理; 살가죽 겉에 잘게 생긴 결)를 열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봄이 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추위가 가신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더웠다 어떤 때는 추웠다 합니다. 그러면 인체가 바깥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들을 방어하기 위한 주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봄에는 찬 기운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봄철에 감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천금요방(千金要方)’이라는 책에서는 봄철에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고 해서 하복은 두껍게 입고 상의는 가볍게 입으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체를 따뜻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무시하고 멋을 낸다고 얇은 스타킹에 짧은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고 상체는 오리털 패딩을 입고 다는 것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지 않는 행동이기에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봄철에는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서 온도에 맞게 입고 벗는 것이 체온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봄에 나타나는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일을 해서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말고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또 육체적으로는 운동을 자주 해서 근육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고, 정서적으로는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면역력을 강하게 유지시켜 어떤 기후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봄의 삼개월간을 발진(發陳)이라고 해서 생기(生氣)가 일어나 묵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는 계절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봄은 양기가 상승해서 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절이므로 우주의 온갖 생물들이 싹트고 자라서 번영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얼었던 땅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인체는 습도와 온도가 같이 올라가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게 됩니다. 게다가 봄비가 내린 후에는 공기 중에 발생한 음이온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마음을 편하고 밝게 해주게 됩니다. 그래서 예부터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처녀 가슴도 싱숭생숭 흔들린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봄이 되면 이런 자연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오히려 무기력해지고 불안해하며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마음이 어수선해지고 극심 걱정이 마음속에 가득 차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봄은 여자의 마음처럼 알다가도 모를 계절인 것 같습니다.

봄의 제철음식으로는 오신채(五辛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섯 가지 매운맛을 내는 나물로, 시대와 지방에 따라 오신채의 나물 종류는 달라지고 있지만 보통 여덟 가지 나물 가운데 노랗고, 붉고, 파랗고, 검고, 하얀색이 나는 다섯 가지를 골라 무쳐 먹었습니다.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무릇 그리고 미나리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이 바로 그것입니다.

예전에는 땅을 뜻하는 노란색의 싹을 한복판에 무쳐놓고 동서남북에 청(靑), 적(赤), 흑(黑), 백(白)의 사방색이 나는 나물을 배치해 냈는데, 여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하여 사색당쟁(四色黨爭)을 초월하라는 정치 화합의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고 합니다.

오신채가 주는 교훈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다섯 가지의 괴로움을 다섯 가지의 맵고 쓰고 쏘는 맛이 있는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참으라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고사성어 중에 지나가는 세월을 뜻하는 말로 ‘춘풍추우(春風秋雨)’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봄을 대표하는 현상은 바람이라는 것입니다.

봄바람은 나무가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 됩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은 계절이 바뀌어 불어오는 봄바람을 통해 움직여주어야만 식물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초봄에 강한 바람에 의해서 나뭇가지가 흔들림으로써 새 잎을 내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위로 잘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내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던 나무줄기를 통해 영양분이 뿌리에서 새싹 부분까지 원활하게 잘 올라가게 하려면 바람에 의해서 흔들이는 운동 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오장육부의 신진대사를 깨우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봄철에는 봄의 생기와 일치하기 위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겨울철 내내 받지 못한 양기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산보를 함으로 움츠렸었던 몸이나 생각의 속박을 풀어야 건강해지는 것입니다. 봄철에 운동을 하게 되면 겨울 내내 잔뜩 움츠러든 근육을 펴주기 때문에 혈관의 탄력성을 좋게 함으로 혈액 순환도 좋아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고 가볍게 걷기나 등산, 자전거 타기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봄바람에 말똥 굴러가듯 한다는 말이 있듯이 간혹 봄바람이 너무 세게 불게 되면 나뭇가지가 꺾여 새 잎이 나기가 힘들게 되는 것처럼, 운동이 좋다고 해서 너무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하시게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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