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서 백화점 판매직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대한민국서 백화점 판매직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 안무늬
  • 승인 2014.06.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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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화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민 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단체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는 12일 백화점 판매직 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우다다 액션단’ 발족식을 가졌다. ‘우다다’는 ‘우리가 간다, 바꾼다’의 줄임말로 백화점 노동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이들이 모인 단체다.

하지만 이런 단체의 노력에도 불구, 아직 백화점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백화점은 아직 없다. 백화점의 배려가 특히 절실한 워킹맘의 경우, 일하기가 너무 힘들지만 일을 그만 두지 못하는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판매직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 여행, 유치원 행사 참여는 ‘꿈’

휴무, 명절에도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백화점 특성상 그들에게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너무도 짧다. 한 달에 휴무인 5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매일 9시 30분 출근, 8시 퇴근인 그녀들은 자녀의 체육대회, 학예회 한 번 가기도 힘들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행사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들은 휴무일을 조정하고, 대체 근무자를 찾아야 한다. 대체 근무자를 찾지 못하면 그들은 일정대로 근무를 해야만 한다.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30대 여성 A씨는 두 아이의 “큰 아들이 중학생, 작은 아들이 초등학생이지만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가족 행사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B씨 역시 “아이들의 체육대회에도 한 번 가볼 수 없었다. 늘 아이들에게 죄인이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말해 백화점 워킹맘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 돈ㆍ경력단절이 발목 붙잡아

백화점 워킹맘들은 일을 시작한 이유는 역시나 ‘경제적 부담’ 때문이었다. 그들은 실질적으로 무상 보육 지원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맞벌이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털어놨다.

A씨의 경우 “서울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데 남편 혼자 버는 것으로는 빠듯하다. 첫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둘째 아이를 낳은 지 20일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고 말해 백화점 워킹맘들에게 출산 휴가란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출산한 지 한 달 안에 다시 일을 하는 이유는 회사측의 복지 정책 부족뿐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경력 단절’을 우려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백화점 화장품 매장 매니저의 경우 30대 후반에 시작해 40대에도 일을 하기는 쉬워도 40대에 일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출산하고 힘들다고 집에서 쉬었으면 지금 이렇게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엄마라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B씨는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이 일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조금 더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것을 먹이기 위해 시작했지만, 가장 중요한 ‘엄마의 사랑’을 주지 못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늘 아이들이 자고 있는데, 아이들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는 내가 죄인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 둘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백화점 워킹맘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많은 백화점 워킹맘이 ‘직장 내 어린이집’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A씨는 “백화점 워킹맘들 중 7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들이 꽤 많다. 나 역시 3세, 5세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12개월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그 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백화점 매장 매니저 중 30~40대 워킹맘이 많아 아이들이 초등학생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도 직장내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일반 대기업들은 그런 시설을 설치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하지만 이들이 근무하는 롯데백화점은 이미 서울 두 지점(종로구, 노원구)에서 ‘롯데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산과 대구에서도 위탁형태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어린이집을 통해 실질적 도움을 받아야 할 워킹맘들이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월 1회인 백화점 정기 휴무(매장에서는 별도로 주1회 휴무)를 최소한 월 2회로 늘일 것을 요구했다. 또한 10시 30분인 개점 시간에 비해 출근 시간이 9시, 9시 30분으로 너무 이르다고 말해 출근 시간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 ‘우다다 액션단’이 촉구하는 ‘금·토·일 연장근무 폐지’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롯데백화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이날 있었던 민우회의 액션단 발족식, 퍼포먼스 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액션단의 활동 사실을 알고 “이런 단체가 있어 다행이다. 이런 운동들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더욱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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