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기부 장관, 산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휘둘리나
박영선 중기부 장관, 산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휘둘리나
  • 이성교 기자
  • 승인 2020.04.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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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불법선거 ‘소송전’·회원 개인정보 대량 유출 ‘강 건너 불구경’
“의원 출신 정윤숙 회장·한무경 비례대표 출마에 몸 낮췄나” 비판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산하 법정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이하 여경협)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여경협에서 최근 회원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중기부는 특별감사는커녕 방치하는 듯한 모양새다.

중기부는 특히 대량으로 유출된 여경협 기업회원 전화번호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제공돼 선거에 이용되는 등 심각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가 드러났는데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경협이 집행부 선거와 서울지회 분립 문제로 소송전에 휘말려 불협화음을 내며 협회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는 행태를 보이는 것도 중기부의 관리 감독 소홀 때문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심지어 여경협은 서울지회 회원들의 반발에도 남서울지회(가칭)를 기존 서울지회에서 분리해 설립하기 위해 중기부 승인 사안인 정관 개정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정관과 규정을 무시한 채 지회 분립을 시도하는 여경협을 향해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이 일부 지도부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고까지 했으나 여전히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 17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경제인단체가 주최한 2020년 여성경제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여성경제인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 17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여성경제인단체가 주최한 2020년 여성경제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여성경제인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여경협이 상급기관인 중기부의 명령이나 박 장관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 것은 현 정윤숙 회장과 전임 한무경 회장(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의 정치 이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1월 취임한 현 정윤숙 회장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한무경 전 회장은 이번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3번을 받았다.

한무경 전 여경협 회장은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위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무경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해 새누리당 공관위원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무경 전 회장은 여경협 정관에 ‘협회는 정치에 관한 모든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2016년 2월 현직에 있으면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해 정관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관련,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중기부 국정감사에서 “중기부 산하 법정단체인 여경협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특정 정당의 정치행위를 하고,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출방식을 비민주적인 ‘간선제’로 바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송 의원은 “한무경 회장은 회장이 당선되면 곧바로 수석부회장을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1년 11개월이나 임명하지 않다가 정관이 개정되고 난 후인 2017년 11월 정윤숙 수석부회장을 임명했다”며 “처음부터 정윤숙 전 새누리당 의원을 차기 회장에 염두에 두고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해 여경협을 사조직화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또 “이 같은 이유만으로도 특별감사 사유가 차고도 넘친다”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경제활동을 위해 여경협은 유일한 법정 단체인데, 특정 정당과 연결됐고 인위적으로 정관을 바꿔 조직 분란을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도감독 기관으로서 중기부에서 철저한 지도감독이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감사를 요구했다.

한무경 전 회장은 2017년 3월 협회 정관을 회원총회 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채 이사회에서 변경해 차기 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이사회 추천의 ‘간선제’로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주무관청이던 중소기업청(현 중기부)의 주영섭 청장이 정관 변경을 승인했다. 주영섭 청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다.

정관 변경과 관련, 중기부는 회원총회를 거치지 않은 위법 서류가 중기부에 제출돼 승인됐음을 2018년 발견했음에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경협은 제대로 지원을 못 받은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소중한 단체로, 협조가 절실한 만큼 함께 잘 하도록 하겠다”며 여경협을 감싸는 답변을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홍 장관은 송갑석 의원의 여경협에 대한 강력한 감사 필요성 지적과 여경협 회원들의 ‘불법 정관 변경’ 진정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쉬쉬’하는 태도로 일관해 여경협을 감싸고 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힘있는 장관’으로 평가되는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에도 여경협의 중기부 ‘무시 행태’와 이에 발맞춘 중기부의 ‘눈감아 주기’ 행태가 지속되는 점이다.

여경협 정윤숙 회장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여경협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해야 함’에도 ‘제9대 협회장 추대의 건’으로 2018년 12월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찬반 투표도 없이 동의 및 제청 등의 방식으로 뽑혀 정관 및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경협 회원들은 지난 3월 20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의 2018년 12월 17일 임시총회결의 중 정윤숙을 제9대 협회장으로 추대 승인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총회결의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여경협 회원들은 소장에서 “여협회의 2018년 12월 17일 2018년도 제1차 임시총회 1호 안건 제9대 협회 회장 추대결의는 협회 정관 및 선거관리규정에 비추어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현 정윤숙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그러잖아도 심각한 분열 양상을 띠고 있는 여경협이 심각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박영선 장관이 수십억원의 국고를 지원하면서도 중기부 산하 법정단체인 여경협을 휘어잡지 못하고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출신 국회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데다 한무경 전 회장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 미리 몸을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여경협은 여성경제인을 우대할 목적으로 1999년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별법인이다. 서울지회 등 17개 지회를 두고 있다. 정부 지원금 규모는 한해 1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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