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온라인유통업계는 함·박·웃·음
코로나19로 온라인유통업계는 함·박·웃·음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4.1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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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 위기, 사회적 재난이 바꿔버린 비대면 소비패턴 ‘언택트’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코로나19로 지구가 멈춰버렸다. 4월 10일 기준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9만5000명이 넘어섰지만 치료제나 백신 소식은 아직도 먼 상황이다. 서로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했고 자국 내에서도 반강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쇼핑, 외식, 학원 등 외부에서 이뤄지는 활동들도 잠시 멈춤 상태가 되어 나라마다 최악의 실물경제 지표를 받아든 상태다.

Photo by alfred kenneally on unsplash
Photo by alfred kenneally on unsplash

하지만 아스팔트 균열을 뚫고 초록풀이 자라는 것처럼 의외의 탈출구는 있어 보인다. 생각지 못한 호재에 매출이 급증하는 업종들은 참으려 노력해도 새어나오는 웃음에 난감할 지경이다. 코로나가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1월 하순부터 4월까지 불과 두세 달 사이 우리들의 소비패턴은 급격하게 달라졌고 낯선 단어가 친근해졌다.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유통업체들은 오히려 활황을 맞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다.

■ 온라인 매출 34.3% 증가

2020년 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이 7.5% 감소한 사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34.3%나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라 생필품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온라인 식품 매출이 92.5%로 증가했다. 

2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매출증감률(%) 추세 (자료:산업통산자원부)
2월 기준 전년동월 대비 매출증감률(%) 추세 (자료:산업통산자원부)

대표적인 온라인유통채널인 이마트 SSG닷컴도 생필품 수요 급증으로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SSG닷컴의 매출액을 1월 20%, 2월 58%, 3월 30%~35%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 측도 지난달 쓱배송 주문 마감률이 100% 가까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오프라인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매출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자사의 온라인 채널 SSG닷컴의 성장 덕을 톡톡히 보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이커머스업체 2020년 1,2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리테일, 대신증권)
주요이커머스업체 2020년 1,2월 결제액 추이 (자료:와이즈리테일, 대신증권)
각 온라인몰 별 만족도 (평균)
각 온라인몰 별 만족도 (평균)

오픈서베이 자료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온라인몰 만족도 순위는 이마트몰> 쿠팡> G마켓> 마켓컬리>11번가> 홈플러스 >위메프 순이었다. 만족 이유는 배송시간 지정과 빠른 배송이 전반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마트라는 대형마트를 낀 SSG.com의 매출급증은 생필품 수요가 집중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 확실한 강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쿠팡 월별 걸제금액 추이 (자료:와이즈리테일, 대신증권)
쿠팡 월별 걸제금액 추이 (자료:와이즈리테일, 대신증권)

쿠팡도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리테일이 추정한 쿠팡의 2월 결제액은 1조63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무려 68%나 증가했다. 1월과 비교해도 20%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50대 이상의 시니어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의 신규 고객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온라인 장보기지만 젊은 세대보다 충성도가 높아 앞으로 비대면 소비 시장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필품 장보기는 습관적인 소비패턴이라 단골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1번가도 지난 설 명절 직후 일주일간 50대의 거래액이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했다. 또한 마켓컬리도 2월 19일부터 한 달 동안 50대 이상 신규가입 회원이 58% 증가하면서 매출액이55% 늘어났다고 밝혔다.

 

■ 쇼핑품목의 변화, 집콕이 대세 

쇼핑품목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G마켓과 옥션의 판매 빅데이터를 작년 동기간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온라인 쇼핑의 세부적인 품목이 확실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

먼저 ‘집콕’ 상품이 증가 추세를 보였고, 바깥 활동에 필요한 ‘야외 외출용’ 상품은 예년에 비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봄시즌 패션상품과 캠핑, 등산용품 등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교된다.

성장폭이 큰 품목으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개인위생 제품이 포함된 건강의료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7배나 급증했고, 화장지와 세제 등 생필품 판매는 41% 증가했다. 식품의 경우 21%의 판매 신장세를 보이면서 라면, 간편식 등 가공식품 판매량이 25% 증가했고, 신선식품은 18%, 건강기능식품은 10% 각각 신장했다.

어린이집, 학교 등이 개학을 연장하고 휴원에 들어가면서 육아/유아용품 판매도 전체 15% 늘었다. 아동 의류와 아동 패션잡화 판매량이 각각 38%, 16% 증가했고, 장난감도 작년보다 14% 더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외출 관련 상품은 감소세를 보였다. 졸업/입학식이 축소되면서 꽃 판매량이 5% 감소했고, 여행과 공연 티켓 판매도 각각 57%와 77%씩 줄었다. 이 밖에 수영 및 피트니스 용품(-5%), 신발(-14%), 카메라(-35%) 등이 모두 감소세를 나타냈다.

 

■ 편의점 등 근거리 소비채널도 주목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매출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 중에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매출은 각각 10.6%, 21.4% 떨어졌지만 근거리 소비채널인 편의점과 SSM(준대규모점포)의 소비선호도는 7.8%, 8.2%씩 상승했다.

편의점은 마스크 및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전체매출을 성장을 견인했고, SSM은 가정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5년 2월 이후 최대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물론 대형마트도 기회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공포로 인한 ‘사재기’는 온라인 구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즉시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해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 기존 점포들은 올해 1~2월 1.4% 신장률을 보였고 트레이더스 전체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6.1% 증가해 생필품과 식료품 소비 폭증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 실업난에도 택배 운수 취업은 증가 

온라인 쇼핑물량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운송업체를 들 수 있다.

업계는 9.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던 CJ대한통운의 올해 1분기 택배 물동량을 20% 증가한 3억6800만개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한진택배도 2월 택배 처리량이 전년동월대비 40% 증가했으며 3월에도 20~30% 수준의 물량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업별 2020 2월 취업자 현황(자료:통계청)
산업별 2020 2월 취업자 현황(자료:통계청)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올해 2월 온라인 카드 승인액이 작년 대비 34.3% 증가한 9조4625억원을 기록한 것도 온라인 쇼핑과 궤를 같이하는 택배 호황의 증거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카드 승인액은 0.1% 증가에 그쳤다.

국가통계포털이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별 취업자 증감 자료에서도 올해 2월 도소매업 취업자가 10만6000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9% 감소한 반면, 운수 및 창고업은 7% 증가한 9만9000명을 기록했다.

언택트 소비는 이밖에도 다양한 산업을 예상보다 빨리 우리 주변으로 데려왔다. 인터넷기반의 게임산업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 이커머스에 수반되는 인터넷 간편결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을 위한 5G 인프라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4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발표될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희비가 교차할 성적표가 되겠지만 코로나19가 바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미래를 위한 긍정적 신호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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