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 희생 다문화 가정에도 따뜻한 관심을…가족 잃은 권지연 양(5)
‘세월호 ’ 희생 다문화 가정에도 따뜻한 관심을…가족 잃은 권지연 양(5)
  • 안무늬
  • 승인 2014.06.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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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두달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12명의 실종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여전히 진도 팽목항에 남아 그들의 시신이라도 찾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시신 한 구가 침몰 해역으로부터 4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등 시신 유실의 문제까지 발생해 그들의 작은 희망은 절망이 되고 있다.

이처럼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에게 안전불감증, 관피아 등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점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시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알려주기도 했다. 세월호에는 베트남 다문화 가정, 중국인 예비 부부 등이 타고 있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단원고 학생들에게 쏠려 뉴스와 TV에서도 그들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 감귤 농부 꿈꾸던 베트남 여성 한씨

▲ 고 한윤지씨와 딸 권지연양

 


세월호 침몰 사건 당시 가족을 잃고 혼자 구조된 권지연(5세)양은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지연양의 오빠 혁규군은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건네 동생을 살렸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혁규군 역시 지연양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6살 어린이였다.

베트남 여성 한윤지 씨는 8년 전 한국으로 시집 와 국적과 이름을 바꾸고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 권씨와 힘들게 생계를 꾸려나가다 제주도에 정착해 감귤 농사를 짓겠다며 세월호를 탄 그날, 그녀는 30년이 채 안 되는 인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아버지 판만차이 씨는 딸의 시신이라도 찾아서 다행이라며,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사위와 손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한씨의 동생 판록한 씨와 함께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사위와 손자를 찾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한국인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 언어 소통이 가장 큰 문제

▲ 사진=채널A 화면 캡쳐

 


판만차이 씨는 현재 다문화단체와 베트남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고, 생계대책비를 지원 받기도 했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사위와 손자를 찾는 일이다. 그는 사위와 손자를 찾기 위해 지난달 한국에 들어온 뒤, 한국에 있는 유일한 혈육인 처조카의 집에서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그에게는 ‘거주’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언어의 장벽이었다. 한국어를 못하는 그에게는 “사위와 손자를 찾아주세요”라는 말조차 어렵다. 베트남어는 영어, 중국어와 달리 구사 가능한 한국인이 많지 않아 그는 통역 지원도 쉽게 받지 못하고 있어, 한국에서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돼 있다. 그와 그의 딸이 들고 있는 피켓 역시 국어국문과에 다니는 베트남 유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다. 

유학생과 봉사 단체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판씨의 사위 권재근씨와 혁규군은 아직도 그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부터 40km 떨어진 해상에서 실종자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점점 시신 유실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다문화 가정 희생자에게도 관심 필요해

 


안산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다. 세월호에 탄 학생 중 러시아·일본·중국 다문화 가정 학생들도 있었으며, 이밖에도 그 배에는 중국인 예비 부부, 필리핀 가수 부부 등 많은 외국인이 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월호에 대한 관심은 주로 어린 단원고 학생들에게 쏠려, 일반인 탑승객들 역시 정부와 봉사 단체로부터 적극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일반 한국인 승객들 역시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국민은 관심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일각에서는 희생자들 대부분이 베트남, 중국 등 ‘후진국’으로 인식되는 나라 출신 어머니 때문에 그들이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의정부이주노동자상담소의 박은주 활동가는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후진국 여성, 노동자, ‘돈’ 때문에 한국에 온 결혼 이주 여성을 떠올리곤 한다. 세월호에 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아닌 미국인이 타고 있었다면 더욱 이슈화됐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언급했다.

그녀는 이어 “세월호 침몰 사건의 피해자 역시 베트남 엄마이기 때문에 언론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학교에서도 유럽 등 선진국 가정의 아이들은 선호하며, 동남아 부모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동남아 다문화 가정 피해자들에게도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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